국내 싱크탱크가 전하는 ‘대통령 성공학’

동아시아연구원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에서 해법 제시
최창근
2022년 03월 10일 오후 3:15 업데이트: 2022년 03월 10일 오후 3:25

EAI 발간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에서 역대 대통령 실패 원인 분석
공정 통합 상생을 차기 정부가 구현해야 할 시대정신으로 제시
권력 분할 국민통합 전문성과 실행능력 필요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8.5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47.83%(16,147,738표)를 기록한 차점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격차는 0.8%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출신으로 지난해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 후 8개월 만에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의 앞날은 험로이다. 우선 원내 172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과 협치(協治) 문제이다.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차기 국무총리·국무위원 지명·임명 등 신정부 출범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이 밖에 후보 사퇴와 단일화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공동정부 구성과 각료 배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 속에서 민간 싱크탱크 동아시아연구원(EAI)이 발간한 보고서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이 제시한 차기 정부 국정 운영 방향이 눈길을 끈다. ‘대통령의 성공조건’ 시리즈는 전직 각료, 대통령 보좌진, 전문 학자들이 연구 성과와 경험을 축적하여 만든 ‘성공한 대통령을 위한 메뉴얼’이다.

민간싱크탱크 동아시아연구원(EAI)이 발간한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 | 동아시아연구원 제공.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첫 보고서 발간 후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당선자는 이 보고서를 정독한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 청와대 보좌진에게 ‘대통령의 성공조건’을 읽도록 권유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대통령 비서실과 별도의 정책실(장관급) 신설 등 노무현 정부 조직 개편에 해당 보고서 내용이 반영됐다. 당시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성공조건은 노무현 정부의 교과서이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2017년, 2021년 등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보고서가 출간되어 차기 정부 국정운영의 지침서가 되기도 했다. 공정·통합·공생을 차기 정부가 구현해야 할 시대정신으로 내건 2022년도판 대통령의 성공조건이 제시하는,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보고서 집필진들은 실패하는 대통령의 조건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제왕적 대통령제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이다. 둘째,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진영 대결 구조, 분열이다. 셋째, 커져가고 있는 대통령 업무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다. 이를 뒤집어 찾아낸 성공조건 역시 세 가지이다.

보고서 발간 책임을 맡은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은 ▲권력은 나누어야 한다 ▲분열된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 ▲전문성과 실행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등 3가지를 성공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권력 집중에서 분산으로, 정치적 분열에서 통합으로, 소통과 이벤트에서 전문성과 실행 능력으로 혁신적 전환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 비로소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는다는 것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청와대 정부를 혁파하라’는 제하의 글에서 청와대로 대변되는 대통령 측근과 참모진 중심 국정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했다. 강원택 교수는 대통령 비서실 중심 국정운영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있어서 자원 활용 제한의 요인으로 작용하며 내각, 집권여당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평가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청와대 규모·역할 축소 ▲국무회의 활성화 ▲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실 역할 제한과 정책실 폐지 등을 제안했다.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대통령 참모진은 기획·조정 능력에 집중하며 대신 각 행정부처의 자율성을 높이는 분권적 통치를 해야 성공한 대통령과 정부가 될 수 있다고 강원택 교수는 제안했다.

2009년 스스로 삶을 마감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사후 출간된 회고록 ‘진보의 미래’에서 “그냥 앉아서 관료에 포획됐다.”고 밝혔다. 선출된 권력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대통령과 선출되지 않았지만 전문성에 기반한 관료집단 간 갈등은 필연적이다. 더하여 ‘관료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민주주의 국가가 공통으로 봉착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하여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에게 있어 관료집단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자 파트너”라고 전제한 후 관료 집단이 가진 전문성을 국정운영에 반영하기 위해 다음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 기관장으로 대통령의 이념적·정책적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하라 ▲권력 기관장에는 최대한 중립적 인사를 임명하라 ▲권력 기관 사이에 상호 견제 시스템을 구축하라 ▲관료가 가진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도록 리드하라.

윤석열 당선자는 정계에 입문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정치 신인’이다. 국회의원 경력은 물론 선출직 공직자 경험도 전무하다. 이 속에서 ‘소수여당’으로서 향후 국정운영의 파트너가 될 국민의힘과 관계, 즉 당(黨)·정(政) 관계 정립도 관건이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정적 국정 운영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 당·정·청 간 소통을 강화하여 정책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정·청의 협치(協治)가 대통령 리더십이 발휘되는 시발점’이라고 전제한 이현출 교수는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의 당·정·청 갈등은 정무적·정책적·인사적 갈등이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무총리 훈령’ 등에 명문화된 고위 당정협의회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하여 국정 운영의 3대 축인 대통령과 청와대, 집권 여당, 행정부가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이현출 교수는 ▲자율성과 상호의존성이 조화를 이루는 당정관계 모델 구축 ▲적극적 인사 교류와 실무정책협의회 활용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선거 공약 체계적 관리 방향 수립 ▲당·청·정 간 소통 강화로 메시지 통일성 유지가 필요하다 강조했다.

‘대통령의 성공조건’은 출범 초기 여소야대 정국이 예견된 윤석열 당선자에게 필요한 조언도 담았다. 국회, 그중 야당과 협치에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다. 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협치의 관점에서 국회를 존중하라”고 제언했다. 최준영 교수는 입법부(국회)의 위상과 권한이 증대된 오늘날 대통령은 국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며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입법부로서 국회의 위상이 매우 커진 시대적 변화를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은 제대로된 정책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책 과정이 우선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를 바탕으로 협치의 관점에서 국회-대통령 관계 정립을 위해서 대통령은 다음 4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가 없으면 정치도 없다 ▲국민을 동원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국회의 다수제가 아닌 합의제 의사 결정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 ▲야당과의 협상은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여야 간 합의 도출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등이다. 최준영 교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국회와 의논하고 결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우리 역사상 대표적 명군(名君)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의 언행을 기록한 ‘세종실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함께 더불어 의논하다’는 뜻을 지닌 ‘여의(與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보고서는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 운영의 원동력이 되는 여론과 지지율 관리에도 조언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역대 대통령 지지율 등락에서 얻은 교훈’을 분석하면서 변화한 정치 환경 속에서 여야 의원들을 통제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대중 속으로(Going Public)’ 전략이라는 점을 짚었다. 더하여 대통령 임기 동안 지지율 하락은 필연적이며 이를 촉진하는 대통령 자신의 원인으로 ‘독선’이라는 것도 지적했다. 한규섭 교수는 대통령 중심제 특성상 임기 동안 한국 대통령은 자신이 추구하는 모든 것을 하도록 허락받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우며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거의 절반의 유권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잊어 버리거나 그들을 적대시하는 오류를 범해 왔으며 대통령은 독선이 아닌 국민통합의 행보를 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득표율, 국회 의석 등에서 ‘소수정부(minority government)’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명심해야 할 내용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