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럼프 차단 내막 담긴 ‘트위터 파일’ 추가 공개

한동훈
2022년 12월 13일 오후 6:04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6:04

머스크와 협력하는 언론인, ‘트위터 파일’ 5탄 공개
담당 임원·보안팀 “트럼프 트윗, 선동 소지 없다” 판단
직원들이 “트럼프 영구 차단해야 하라”고 경영진 압박
파일 공개 측 “트위터 직원 대다수, 특정 정파에 쏠려”

트위터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언론 검열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내부 문건이 추가로 공개됐다.

뉴욕타임스 필진 출신 언론인 바리 와이스는 1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위터 파일’ 5탄을 발표했다. 이번 5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영구 폐쇄된 이유와 경위가 담겼다.

‘트위터 파일’은 미국의 언론인, 작가들이 진행 중인 폭로 프로젝트다. 구체적으로는 트위터 직원 간에 주고받은 내부 통신을 캡처한 이미지로 구성됐다.

탐사보도 전문기자 매트 아이비가 지난 2일 발표한 1탄을 시작으로, 작가 겸 언론인 마이클 셸렌버거, 와이스 등 세 사람이 번갈아 가며 하나씩 트위터 내부 문건을 폭로하고 있다.

최근 트위터를 인수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일론 머스크가 이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위터 파일’은 머스크의 지원하에 ‘머스크 이전’ 트위터가 어땠는지 그 민낯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활동으로 풀이된다.

이번 5탄을 공개한 와이스는 2021년 1월 8일 트럼프 계정 영구 폐쇄 결정에 앞서, 트위터 내부에서 한 차례 논쟁이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계정 차단 당일 올렸던 게시물은 2개다.

하나는 “나에게 투표한 7500만 명의 위대한 미국인 애국자와 미국 우선주의 지지자들, 그리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 사람들은 앞으로 오랫동안 거대한 목소리를 가질 것이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경시되거나 불공평한 대우를 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글이었다.

에포크 타임즈 사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11.15 | Joe Raedle/Getty Images

다른 하나는 “질문한 모든 이에게 답한다. 나는 1월 20일 취임식에 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글로, 조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식 불참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트위터 직원들은 이러한 트럼프의 게시물이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직원은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며 회사 측에 트럼프 계정 폐쇄를 세 차례나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트럼프의 트위터 게시물(트윗)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폭력을 선동한다는 것인지 세밀하게 설명하거나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오히려 트위터 정책담당 임원인 아니카 나바롤리(Anika Navaroli)는 “트럼프의 트윗에서 명확하게 혹은 어떤 암호를 통해 선동하는 내용은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나바놀리는 “우리 팀은 트럼프가 올린 영상에서도 정책 위반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후 트위터 보안부서에서도 트럼프의 트윗을 평가한 결과 정책 위반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약 1시간 30분 뒤, 또 다른 임원이 이러한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전환됐다.

와이스에 따르면, 트위터의 최고 법률·정책 책임자인 비자야 가드(Vijaya Gadde)는 트럼프의 트윗에 대해 “어떤 암호를 통해 추가적인 폭력을 선동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로부터 약 2시간 뒤 휴가 중이던 잭 도시 당시 트위터 CEO를 포함한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트위터 전 직원 회의가 약 30여 분간 진행됐다.

잭 도시 전 트위터 CEO. 2019.1.9 | David Becker/Getty Images

이 회의에서 도시 CEO 등 임원들은 왜 트럼프의 계정을 차단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직원들의 질의에 응답했다.

당시 트위터 내부에는 1월 6일 일어난 미 국회의사당 습격사건을 이유로 트럼프 계정 차단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집단행동이 이뤄지던 상황이었다.

와이스는 이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임원들의 응답은 몇몇 직원들로 하여금 더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전하며 트위터 파일 5탄을 끝냈다.

분명한 것은 트위터가 회의를 마치고 얼마 후 “추가적인 폭력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며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 차단한다고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보안팀과 정책담당자가 “정책 위반 소지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일부 고위 임원을 포함한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에 떠밀려 트위터가 트럼프 계정 차단을 결정했음을 시사한다.

와이스는 “트위터는 지난 수년간 트럼프를 차단하라는 안팎의 요구에 저항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적 지도자를 차단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시물이라도 그것을 제거하면 사람들이 보고 토론해야 할 중요 정보가 감춰지게 되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트위터는 심지어 정책을 위반한 계정에 대해서도 공익적 차원에서 제재하지 않는 예외적인 조항을 두고 있다. ‘공익을 위한 예외(Public-interest exceptions)’로 불리는 조항이다.

이에 따르면, 트위터는 선출직 공무원 등이 정책 위반 게시물을 올리더라도 이용자(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삭제하지 않고 허용한다.

하지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안팎의 압박을 견디던 트위터의 원칙은 트럼프 계정 차단으로 무너졌다는 게 바이스의 지적이다.

새로운 테슬라 공장 건설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베를린에 도착한 일론 머스크가 언론과 인터뷰 하고있다. 2020.09.03 | Maja Hitij/Getty Images

트럼프는 정책 위반이 아니라는 담당자 판단에도 계정 영구 차단이라는 최고 수위의 제재를 받았다. 또한 그가 대통령이라는 선출직 공무원이었음에도 ‘공익을 위한 예외’ 조항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는 트위터가 트럼프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기준을 적용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와이스는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 에티오피아 총리인 아비 아흐메드 등 세계 지도자들이 다른 집단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는 듯한 트위터 게시물을 올릴 수 있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트위터 직원들이 테러리스트의 트윗은 허용하고 트럼프 글은 삭제하는 이중성을 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머스크가 이번 트위터 파일을 통해 자신이 인수하기 전 트위터가 어땠는지를 보여주려는 의도의 하나로 꼽힌다. 그는 트위터 CEO 취임 직후 트럼프 계정 차단에 개입한 비자야 가드 등 임원을 해임하며 새로운 경영 스타일을 예고했다.

한편, 앞서 10일 공개된 4탄에서는 트위터 신뢰·안전 책임자인 요엘 로스가 트럼프 계정 폐쇄를 위해 ‘공익을 위한 예외’ 조항 적용 방식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힌 내용이 포함됐다.

4탄을 공개했던 작가 셸렌버거는 “2018, 2020, 2022년 트위터 직원들의 정치 후원금은 각각 96%, 98%, 99%가 민주당에 기부됐다”며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했었다.

트위터 파일 공개는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당시 후보와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와 중국에서 부패한 사업에 연루됐다고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에 대한 검열을 폭로한 1탄으로 시작됐다.

2탄에는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이 트위터와 손잡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3탄에는 트럼프의 계정 영구 차단에 앞서 트위터가 미국 연방정부 기관과 모종의 문서를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