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잘못된 주소’로 음식 보내던 할머니의 숨겨진 사연 듣고 오열한 택배기사

김연진 기자
2019년 10월 21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1일

시집을 간 딸에게 매번 밑반찬을 챙겨 보내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항상 ‘잘못된 주소’로 택배를 보냈다. 딸은 이미 이사를 갔지만, 자꾸 예전 집주소로 택배를 부치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다름 아닌 치매 환자였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택배하다가 참기름 한 병을 받고 울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사연이 공개됐다.

해당 게시물은 고객의 사연을 전해 들은 택배기사 A씨가 직접 공개한 것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인천에서 오랜 기간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 년 동안 젊은 여성이 사는 한 단독주택으로 음식물 택배를 자주 배송했었다. 젊은 여성은 “음식물 때문에 택배가 무거워서 죄송하다. 항상 감사하다”라며 음료수를 건네곤 했다고, A씨는 설명했다.

그러던 중 그 여성은 “이제 결혼해서 천안으로 이사를 간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A씨와 젊은 여성의 인연은 끝난 줄만 알았다. A씨도 그녀를 잊고 여느 때처럼 택배 일에 집중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런데 최근 들어 젊은 여성이 살았던 단독주택으로 다시 택배가 전해졌다. 이름을 확인해보니 그 젊은 여성이 맞았다.

“분명히 이사를 간다고 했는데…”라고 A씨는 갸우뚱했다.

이런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되자 A씨는 젊은 여성에게 직접 연락해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러자 젊은 여성은 직접 택배를 받으러 가겠다고 말한 뒤 천안에서 인천으로 와 A씨를 만났다.

젊은 여성은 “너무 죄송하다. 이거라도 받아달라”라고 말하면서 택배 상자 안에 들어 있던 참기름을 하나 건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로망’

“사실 저희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이사를 갔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 예전 집주소로 밑반찬을 보낸다”

“매번 절 생각해주시며 밑반찬을 준비해 택배를 보내는 어머니에게, 차마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죄송하다”

모든 사연을 알게 된 택배기사 A씨는 “괜찮다. 앞으로 이 주소로 택배가 전해지면 제가 천안으로 다시 보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기름 한 병을 들고 집으로 오는 길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사실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속 깊숙이 있었다. 이번 사연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프고,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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