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맞춤형 핵협의그룹(NCG)’이 필요하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2023년 07월 29일 오후 6:12 업데이트: 2023년 07월 30일 오후 3:13

2023년 4월 26일에 발표된 윤석열-바이든 대통령의 ‘워싱턴선언’을 살펴보면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내용, 미국이 한국의 핵 야망을 제어하는 내용, 확대억제 강화를 위해 양국이 합의하는 내용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대한 한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첫째 부분에 대해서는 ‘환영,’ 둘째 부분에 대해서는 ‘불만,’ 그리고 세 번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유의미한 성과’로 나타났다. 첫 번째 부분에는 이설의 여지가 없다. 즉, 미국이 북한 핵도발에 대한 ‘즉각적​·압도적·결정적 대응(immediate, overwhelming and decisive response)’과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는 확대억제 제공’을 재확인하고 핵 관련 기획·정보·훈련을 공유하기로 합의한 워싱턴선언으로 인하여 기존의 재래 군사동맹이 핵공조 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이 한국의 핵 야망을 억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의 조야에서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왔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상황과 여건이 바뀌면 미국의 정책 기조도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 잠재력 배양이나 핵잠 건조 문제는 앞으로도 협의를 계속해야 하는, ‘끝나지 않은 아젠다’이다. 때문에 당장은 세 번째 부분, 즉 확대억제 강화를 통해 북핵 위협을 억제하여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거둔 성과를 활용하면서 부족분을 채워나가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요컨대 워싱턴선언 이후의 당면과제는 선언이 ‘종이 합의’에 머물지 않도록 구체적인 실행계획들을 마련하여 채우고 그것들이 정치 변동과 무관하게 지속력을 유지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끝나지 않은 아젠다들’을 공략하여 한국의 핵 위상을 높이고 핵안보를 공고히 해나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런 장단기 핵과제들을 수행해나감에 있어 워싱턴선언의 합의에 따라 신설될 ‘핵협의그룹(NCG)’이 어떤 위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큰 관심을 보였고, 7월 18일 서울에서 개최된 NCG 출범회의를 주목했다. 그럼에도 동 회의는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한미 양국의 확고한 연합태세를 재확인했지만, 한국의 안보 여건에 꼭 들어맞는 위상과 역할을 정립한 ‘맞춤형 NCG’를 원했던 전문가들의 기대를 충족시킨 것 같지는 않다. 

기존 대화채널들과의 업무 중복 피해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간 협의체로 탄생한 NCG는 첫 회의에서 ‘북한 핵 사용 시 즉각적·압도적 대응’과 ‘미 핵전략 자산의 정례적 전개’를 재확인했다. 핵 전략기획 및 미 핵전력과 한국 재래전력 간 합동작전의 구체화, 핵전력 정보 공유, 한국 측의 핵 전문성 보강을 위한 교육훈련 등에도 합의했다. 당연히 모두가 확대억제 강화에 필요한 내용들이었다. 미국도 3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대표단과 핵추진전략잠수함(SSBN) ‘켄터키’함을 보내 회의에 힘을 실어주었다. 실제로 미국은 워싱턴선언 이후 핵추진순항미사일잠수함(SSGN) ‘미시건함’(6월16일), SSBN ‘켄터키함,’ 핵추진공격잠수함 ‘아니폴리스’함(7월 24)일 등 세 차례에 걸쳐 핵잠을 부산 또는 제주 해군기지에 기항시키면서 확대억제를 강화하여 한국 국민의 핵 불안을 해소해 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 회의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일단 업무 중복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재 한미 간에는 핵공조를 위해 대개 3개 층의 대화채널이 구축되어 있다. 최상위에는 핵공조의 원칙과 기준 그리고 큰 틀에서의 합의를 끌어내는 정상회담이 있고, 아래쪽 실무 레벨에서는 합의된 틀 내에서 내실을 채워나가는 외교·국방 차관급 2+2 회의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고위 실무급의 통합국방협의체(KIDD)와 억제전략위원회(DSC), 2022년에 KIDD 산하에 신설된 실무급 미사일대응정책협의체(CMWG) 등의 대화채널이 있다. 최상위 레벨과 실무 레벨 사이에는 양국 합참의장 간 회의인 한미군사위원회(MCM)와 국방장관 간의 회의인 한미안보협의회(MCM)가 실무자들이 합의한 실행계획들을 군 통수권자에게 보고·협의하거나 군 통수권자의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실무조직들을 지휘하는 중간 레벨의 결재권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 중에는 EDSCG처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0월에 창설되었지만 문재인 정부 동안 작동되지 않다가 윤석열 정부에 와서 재가동된 조직도 있지만, 어쨌든 한미 간에는 혼란스러울 만큼 다양한 대화채널들이 ‘맞춤형 억제전략(Tailored Deterence Strategy)’을 논의해왔다. 이런 구조하에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상하 채널들 간의 소통을 돕는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국가대전략 차원에서 대통령의 생각과 결정에 도움을 주는 브레인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7월 18일 NCG 출범회의가 내놓은 큰 원칙들은 내용적으로 4·26, 워싱턴 선언, 2022년의 국방장관 회담, 핵태세검토서(NPR) 등 최근 미국이 발표한 전략서 등에서 천명되었던 것들을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후속 실무과제로 합의한 것들도 워싱턴선언이나 국방장관회담에서 합의된 ‘핵 기획·훈련·정보공유’와 내용적으로 중복되며, 대부분 국방장관 등 해당 부처의 수장이 책임지고 실행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얼핏보면 NCG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설치됨으로써 군 통수권자와 실무 부처 사이에 또 하나의 결재기구가 생긴 것으로 보일 수 있는데, 바람직한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국가안보실은 대통령의 참모조직으로서 안보·국방·외교와 관련한 모든 중요 사안들에 대해 백악관과 소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렇다면, 기왕에 NCG가 대통령실에 설치된다면 NCG는 이런 이점들을 십분 활용하여 국가대전략 차원에서의 한미 핵공조를 개척해나가는 전략브레인으로서 대통령과 부서장들 간의 협의 및 정책결정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이 처한 안보 여건과 한미 간에 산적한 핵과제들을 감안할 때, NCG가 실무 레벨에서 중간 레벨을 거쳐 군통수권자에 이르는 정책 결정 과정에 추가되어 중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한국형 ‘맞춤형 NCG’를 기대한다

이런 맥락에서 기존의 대화채널들과 NCG의 역할을 당위론적으로 정의해 본다면, 전자가 정상급 대화채널에서 이루어진 합의의 틀 내에서 구체화 작업을 하는 조직들이라면, 후자는 정상급 대화채널에서의 합의 영역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합의를 개척하여 대통령에서 장관을 거쳐 실무급 조직에 이르는 정책 결정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인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과 방향 감각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북한의 핵·미사일 상황이나 ‘대륙으로부터의 위협’을 앞질러 내다보면서 미래의 한미 핵 협력 과제들을 식별하는 일, 사실상 미국의 안보정책의 기조를 결정하는 워싱턴의 전문가 집단을 우군(友軍)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track 1.5 차원의 교류를 관장하는 일,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일, 공개 또는 비공개 논의를 통해 핵잠 건조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획득하는 일 등은 실무 레벨 채널이나 최상위 레벨의 채널이 수행하기에는 마땅치 않은 일들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한국 핵무장 가능성의 불씨를 끄지 않고 미국과의 물밑 교섭을 통해 핵무장 잠재력을 함양하는 것도 중요하고, 미국이 35년 전인 1988년에 일본의 농축과 재처리를 허용했던 ‘포괄적 동의’를 요구하는 교섭도 누군가에 의해서든 진행되어야 한다. 미국은 1969년 닉슨-골다 메이어 밀약으로 ‘핵보유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방식(policy of ambiguity)’하의 이스라엘의 핵보유를 용인했는데, 이를 위해 많은 사전 물밑 대화들이 오고 갔었다.

 NCG는 이런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한미 핵공조의 영역과 강도를 키우고 ‘한미 핵동맹’으로 가는 조각들을 맞추어내는 장치가 되어야 하며,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는 전문성과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현재 한국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NCG’일 것이며, 이 과정에서 안보 여건과 조건이 많이 다른 나토(NATO)의 핵기획그룹(NPG)을 벤치마킹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은 한국만큼 미 핵우산의 보호가 다급한 처지가 아니며, 회원국 중 일부는 핵보유국이고 이미 다섯 개 회원국에 미 전술핵이 배치되어 있기도 하다. 농축이나 재처리를 제약받고 있지도 않다. 워싱턴선언 직후 미 외교협회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NCG는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빈 그릇”이라 했고,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옥상옥 관료조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한 국군 예비역 4성 장군은 “협의체가 많아지는 것과 실질적 억제력 강화는 별개”라고 했다. 이런 주문들을 유념하면서 NCG가 국민의 핵 악몽을 극복하는 역사적 계기를 견인하는 기구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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