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베이징 보란듯 ‘타이완 대표처’ 설치

2021년 7월 22일
업데이트: 2021년 7월 22일

지난 20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니우스에 대사관 격인 대만 대표처가 설치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영국의 안보 전문가이자 영국 더 타임스(The Times) 칼럼니스트인 에드워드 루카스(Edward Lucas)는 지난 19일 논평을 통해 리투아니아가 베이징 등 독재정권에 도전하는, 유럽 국가들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중국 문제에 있어 이익에 좌우돼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리투아니아가 독재 정권에 맞서는 길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엄숙한 외교정책을 가진 유럽 국가를 찾기가 매우 어렵고, 유럽 대국들이 우리를 실망하게 한다는 사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프랑스는 대중에 영합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유럽의 마지막 여성 정치가가 말년에 접어들면서 (친중) 메르켈주의가 독일을 뒤덮고 있다. 영국은 중국(공산당)의 악행을 저지하는 것과 이익을 추구하는 것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루카스는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국가의 지도자들이 중국공산당에 맞서는 면에서 확고함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루카스는 리투아니아가 여러 면에서, 특히 독재 통치에 반대하는 데 있어서 다른 유럽 국가들의 모범이 될 만하다며 리투아니아가 중국공산당 등 독재정권에 맞서는 길을 이끌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는 오랫동안 공산당 통치에 시달려온 리투아니아가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인구 300만 명이 채 안 되는 이 작은 국가가 벨로루시, 러시아 등 인근 국가의 반체제 인사들을 보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홍콩인들을 위한 ‘인도적 체류 비자’도 제공하고 있다.

중국 수교국에 ‘대만 대표처’ 설치하는 선례

보도에 따르면 우자오세(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지난 20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리투아니아 주재 대만 대표처’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베이징의 수교국에 ‘대만 대표처’를 설치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차이잉원 중화민국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리투아니아 주재 대만 대표처 설립은 대만의 ‘중요한 외교적 돌파구’이며, 리투아니아 역시 올가을 대만에 대표부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투아니아 대표처는 대만이 유럽에 설치하는 두 번째 대표처이자 ‘타이완(Taiwan)’이란 국명으로 설치하는 유럽 최초의 대표처다.

18년 전인 2003년, 중화민국은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대사관 격인 슬로바키아 주재 타이베이 대표처를 설치했다. 같은 해 9월, 슬로바키아는 타이베이에 같은 성격의 슬로바키아 경제문화대표처를 설치했다.

18년 후, 중화민국은 유럽 국가에 두 번째 대표처를 설치한다. 이번에 리투아니아에 설치하는 대표처는 과거에 썼던 ‘타이베이’라는 표현을 버리고 직접적으로 ‘타이완’이란 국명을 사용한다.

미국재대만협회(AIT)는 리투아니아 주재 대만대표처 설치에 대해 지지와 축하의 뜻을 전하는 성명을 냈다.

오스린 아모나이트 리투아니아 경제혁신부 장관은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DW)를 통해 리투아니아는 현재 관련 입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오는 10월이나 11월에 대만에 대표처를 설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모아이트 장관은 리투아니아는 중국 정부의 제재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리투아니아, 베이징에 맞서는 데 앞장서

지난 6월, 대만의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할 때, 베이징 당국은 백신외교를 통해 대만 수교국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투아니아는 일본과 미국 등에 이어 대만에 2만 회분의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을 ‘인도주의적 원조’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이 작년 펜데믹 초기 리투아니아에 마스크를 기증하면서 급한 불을 끄게 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밝혔다.

아우스리네 아르모나이테(Aušrinė Armonaitė) 리투아니아 경제혁신부 장관은 6월 22일 대만에 백신을 기증한다고 밝힌 트위터 글의 말미에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돕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썼다.

아르모나이테 장관은 지난 3월 3일 리투아니아가 아시아와의 경제 및 외교 관계를 추진하기 위해 올해 대만 무역대표부를 설치할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아르모나이테 장관 주도하에 리투아니아-대만 포럼이 지난 3월에 출범했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5월 중국(공산당)이 신장 위구르인을 상대로 저지른 행위를 ‘인종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역시 지난 5월 중국과 중·동유럽 국가 간의 ‘17+1’ 경제협력체에서 탈퇴하고, 다른 EU 국가들도 뒤따를 것을 호소했다.

베이징 당국은 리투아니아가 대만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하는 데 대해, 그리고 ‘17+1’에서 탈퇴한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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