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르포] AK-47 든 테러범에 새총으로 맞서는 나이지리아 농경민들

마사라 킴
2021년 8월 4일
업데이트: 2021년 8월 4일

나이지리아 북부의 농경민들은 돌멩이를 탄환으로 쓰는 새총으로 돌격소총 AK-47로 무장한 무슬림 테러리스트에 맞서고 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이 지역 농경민으로 구성된 자경단의 젊은 단장은 “우리는 새총을 쓴다. 공격해 온 이들을 겁줄 때만 몇 번 구식 소총을 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익명으로 에포크타임스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그가 말한 구식 소총은 아프리카에서 생산한 성능이 낮은 소총이다. 탄환이 없어 작은 알갱이를 뭉친 수제 총알을 사용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런 무기로 AK-47에 맞서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전한다.

가브리엘 아드오픽우 나이지리아 육군 예비역 소령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런 소총은 사거리가 50m밖에 안되는 데다 자동사격도 안된다. 300~400m의 사거리와 초당 3발의 사격능력을 가진 AK-47, AK-49 소총에 맞서기에는 말할 것도 없이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경민 자경단 단장은 “화력은 떨어지지만, 기습 공격을 받으면 우리 자경단원들은 굴하지 않고 테러범과 싸우며 아이와 여성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터뷰가 있었던 날 오후 7시께, 나이지리아 육군 3사단이 주둔하는 플라테아우(고원지대) 바싸 지역의 15개 마을은 테러단체의 공격을 받았다. 무슬림인 풀라니족 유목민 500여명은 돌격소총으로 무장하고 마을 곳곳에 총격을 가했다.

기사가 나간 3일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68명. 구조대원들은 아직 가옥과 덤불을 수색 중이라 사망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마을 지도자는 군인들이 감시하고 있는데도 테러범들이 민간인들의 상점과 가옥, 차량을 약탈했다고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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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엽총으로 무장한 나이지리아 농경민 자경단이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2021.8.3 | 바싸=마사라 킴/에포크타임스

정착지 넓혀가는 기독교 농경민, 반발하는 무슬림 유목민

이번 테러 공격은 유목민인 무슬림 풀라니족이 기독교 농경민 부족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종교 운동의 일환이다.

테러 공격 발생 수 시간 전, 마을에 머물고 있던 군부대는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마을을 떠났다. 이후 플라테아우 바싸 도심지역 외곽에 위치한 마을 젭부 미앙고는 테러범에 의해 거의 포위되다시피 했다.

공격을 당한 이리그웨 부족 등 지역 부족 연맹 대변인 맬리슨 데이비슨은 “경찰과 군대는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마을에 있었지만, 폭력 사태가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 철수했다”며 “이날 아침 풀라니족 목동들이 위협을 가했고 자경단 활동으로 이를 막아낼 수 있었지만, 그들은 오후 7시께 인원을 보강해 돌아왔다”고 밝혔다.

데이비슨 대변인은 “테러범들은 잔와라 마을부터 젭부 미앙고의 크파텐비에 지구까지 가옥 250여채를 불태웠고 농경지를 파괴했다. 가축과 생활용품들을 약탈해갔다”며 피해 상황을 전했다.

테러범들은 이날 3~4시간 가까이 공격을 벌이다 나이지리아 육군이 출동해 진압에 나서자 철수했다. 장갑차 1대가 기관총 사격으로 군인들을 엄호했다.

그러나 군인들이 도착하고 나서도 민간인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대부분 여성과 아이를 지키러 나섰던 자경단원들이었다.

에포크타임스 취재진이 공격을 받은 지역을 방문했을 때에도 현장은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았다. 여성과 소녀들은 함께 이동했고 남성과 소년들은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 곳곳에서 새총과 엽총, 몽둥이를 들고 경비를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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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단체 기습이 벌어지고 난 지난 3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플라테아우 바싸의 한 농경민 여성이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고 있다. | 바싸=마사라 킴/에포크타임스

“쌍방 충돌” 나이지리아 군부 vs “일방적 공격” 인권변호사

나이지리아 육군은 이번 사건이 쌍방 충돌이었다고 발표하며 적극적인 개입 거부를 시사했다.

육군 대변인 이샤쿠 타크와 소령은 1일 성명을 내고 “플라테아우 바싸 지방정부 구역 몇몇 지역에서 이리그웨 부족 청년들과 풀라니 목동들 간의 충돌이 치명적 사태로 번졌다”고 밝혔다.

경찰도 비슷한 입장을 발표했다. 경찰 대변인은 “전날 젭부 미앙고에서 풀라니 민병대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들과 지역 청년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불행하게도 50채의 가옥이 불타고 원주민 4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우바 플라테아우 경찰사령부 부총경은 메신저를 통한 인터뷰에서 “보고를 받은 즉시 전술팀을 현장에 투입해 치안 강화와 평화 회복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대와 경찰의 성명 발표 후 채 3시간도 지나지 않아 테러 공격을 받은 마을 인근 리욤 지역에 다시 공격이 가해지면서 이틀간 10여개 마을이 더 불탔다.

나이지리아 인권변호사 솔로몬 달엽은 당국이 이번 사태를 쌍방 충돌로 몰아가면서 테러범들의 범죄를 눈감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달엽 변호사는 에포크타임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역 농경민들은 풀라니족을 수용했으며, 서로 음식과 토지를 공유하며 수년간 충돌 없이 지냈다. 단 한 번의 충돌도 없었다. 주민들이 자다가 공격을 받아 살해된 지역에서도 풀라니족과 마찰 없이 지냈다”며 농경민 측을 옹호했다.

그는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백 채의 가옥이 불타고 농작물이 약탈당한 지역에 군대가 주둔하고 있었음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는 실정이다”라고 당국의 은폐를 꼬집었다.

이어 “바싸 농경민들이 입은 피해만 알려졌지, 풀라니 쪽은 피해 상황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수백명이 와서 총격을 가하고 약탈했지만 체포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달엽 변호사는 “군은 주둔하던 지역에 폭력 사태가 났다는 사실에 우려를 확인했을 뿐이다. 그리고는 (오히려)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원주민들을 진압하고 체포했다. 그 사이 테러범들의 살인과 파괴가 사흘간 지속됐다”고 나이지리아 군부를 비판했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풀라니 유목민 측 관계자와 접촉하려 시도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마사라 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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