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죽음, 마약, 빈집의 도시로 변해버린 볼티모어 서부

페트르 스바브
2019년 8월 6일 업데이트: 2019년 8월 6일

주민들, 볼티모어의 위기와 범죄문화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을 이야기하다

부두를 이어주는 아치형 다리, 싱싱한 농산물로 가득한 프리미엄 마켓과 손님들로 붐비는 맛집들. 앱으로 대여한 전동퀵보드를 타고 달리는 멋진 차림의 젊은이들. 볼티모어 도심에서는 어떠한 우울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10분만 달리면 미국에서 가장 활기 없는 지역이 들어선다. 차량은 물론 인적조차 뜸한 동네에는 곳곳마다 빈집과 방치된 채 굴러다니는 물건들이 넘쳐난다. 전혀 다른 모습의 이곳 역시 볼티모어다.

볼티모어 서부 지역의 작은 식료품점 주인 대니(가명)는 “여기서 살려면 정말 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곳 사람들은 활기를 잃었고, 할 일이 없는 청년들은 서로를 살해하며 초∙중학교 통합으로 어린아이들이 나쁜 것을 일찍 배운다고 전했다.

대니는 이 지역 젊은이들이 “미쳐가고 있다”며 시정부가 오래전에 오락 시설을 폐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은 이 장소에서 어울렸고, 집단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오락 시설은 사실상 젊은이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데 도움이 됐다.

“정부는 기존 주민을 보살피는 것보다 새로운 이민자에게 기회를 주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한 대니의 말에 몇몇 다른 주민들도 비슷한 감정을 드러냈다.

웨스트 볼티모어 샌드타운 인근, 여성들이 ‘총기 폭력을 근절하자’는 벽보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17.8.8 | MANDEL NGAN/AFP/Getty Images

몇 블록 떨어진 곳에 18세와 13세가량으로 보이는 두 젊은이가 길모퉁이에 서 있었다. 둘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나이 많은 청년이 더 열심히 일하라고 소년을 꾸짖고 있는 것 같았다.

젊은이의 손에 든 현금 뭉치가 단서를 제공했다. 대니는 일부 젊은이들이 어린 소년들에게 마약 장사를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 소년이 체포되면 관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술을 하며 대니는 보복이 두려워 자신의 이름이 밝히려 하지 않았다.

그의 가게에 누군가 세 번이나 침입해 도둑질하려 했고, 범인을 잡으려고 주먹을 휘두르다 경찰에 체포될 뻔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대니는 “시 당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돕는 것은 고사하고 우리에게 적대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 가게 뒤쪽 쓰레기 더미에서 뒹구는 빈 마약 병을 보라면서 크랙 코카인 작은 병은 10달러고, 큰 것은 20달러라고 했다. 이 지역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다 아는 일반 상식인 듯했다.

대니는 여러 해 전 다른 도시로 떠난 가족들을 떠올리고는 눈물을 훔쳤다. “난 이곳이 싫다” 그러면서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메릴랜드주, 웨스트 볼티모어의 어느 거리에는 쓰레기가 즐비하다. 2019.7.30. | Petro Svab/The Epoch Times

 

볼티모어의 범죄

볼티모어는 오랫동안 폭력 범죄 등 위험한 도시로 악명이 높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2011년에 살인사건이 197건, 수치만 봐도 충격적이지만, 197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2015년 4월 12일 한 사건으로 상황은 더 악화했다. 경찰관 6명이 프레디 그레이(흑인∙25)를 불법 칼 소지 혐의로 체포해 경찰차 뒷좌석에 태우고 이동했다. 그런데 운송 중 그레이의 목이 부러졌다. 그레이는 혼수상태에 빠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일주일 후 사망했다. 경찰의 인종 차별적 진압으로 그레이가 살해됐다며 항의 운동이 일어났다. 이 주장(경찰의 인종 차별적 진압)은 (사고 경위) 조사 연구에 의해 논란이 됐다.

그 후 몇 주 동안, 시위는 폭동으로 확대됐고, 십여 명의 경찰관이 다쳤다. 몇몇 상점들은 약탈당해 불에 탔다. 로렌스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주 방위군을 그 도시에 배치하고 며칠 동안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마릴린 모스비 주 검사가 관련 경찰관들을 기소할 것이라고 발표한 후 시위는 잠잠해졌다.

하지만 볼티모어는 이 사건 이후 흉흉한 도시로 바뀌었다. 그해 3월에 살인 사건이 15건, 4월에는 22건, 5월에는 42건, 이후로도 증가해 2015년 총 344건으로 1993년의 최고치 기록을 넘어섰다.

가장 최근인 2018년 볼티모어시 지도자들은 범죄 급증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2015년 폭동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 범죄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인구 50만여 명의 도시 볼티모어는 가장 폭력적인 도시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그러나, 볼티모어의 남∙동∙북쪽의 많은 지역은 사실상 그런 무법천지가 아니다

오직 주민 2만5000여 명에 불과한 서쪽 볼티모어 지역 살인율만 2018년 10만 명당 134.7명으로 전국 평균의 25배를 넘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25건의 살인사건으로 기록을 경신할 지도 모른다.

 

경찰의 업무 방관

최근 범죄가 급증한 이유는 시 당국의 지원 부족으로 인해 지쳐있는 경찰관들의 업무 방관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경찰은 911 신고에 응하기는 하지만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볼티모어 은퇴한 형사 케빈 포레스터는 2017년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경찰들이 하는 것은, 앞을 보며 운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었다.

그레이 사망 후, 오바마 법무부는 볼티모어시에 동의령(consent decree)을 강행했다. 이 법안으로 경찰관이 지나가는 사람이 무기를 가졌는지 검사하려면 상세하게 서류 작성을 해야 했다. 경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시민을 저지하고 체포한다면 문제지만, 수사 전 해야 할 서류상 업무 처리 때문에 정작 수사가 가로막힌다면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더군다나 수색∙체포 전 어떻게 서류화하고 이행하는지에 대한 훈련은 올해가 돼서야 조직화했다. 지역 치안 유지를 위한 실질적인 개혁은 내년이나 그보다 더 먼 미래에 시작될 것이다. 경찰관들은 서류화 작업을 피하고자 수색과 체포를 줄이고 있는 것 같다.

볼티모어에서 한 사람이 경찰차 옆을 지나 걷고 있다. 2019.7.28. | Spencer Platt/Getty Images

올해 3월 경찰청장으로 새로 부임한 마이클 해리슨은 2018년 초 이후 동의 법령 시행을 맡은 네 번째 사람이다. 그는 뉴올리언스 경찰서의 베테랑으로, 이전 도시의 동의령 처리 과정을 지휘했다.

해리슨 청장은 볼티모어에 폭력범죄가 집중된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현지 기업을 더 자주 확인하고, 지역사회와 더 많이 교류하며 대응 시간을 최대 10분으로 단축한다는 ‘범죄를 단속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지역 경찰 노조는 “911에 걸려오는 전화 건수에 대응할 경관들도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달 30일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2017년 이후 볼티모어는 전체 규모 3천 명 중 지역 경찰관과 직원 400명 이상을 잃었다. 현실 가능한 계획인지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노조 측은 문제를 꼬집었다.

 

범죄 급증을 초래한 더 심각한 원인

말할 것도 없이 볼티모어 범죄 급증의 원인은 경찰 인력 부족난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에 있다. 조직폭력 전문가이자 기자인 패트릭 버크는 시카고처럼 볼티모어에서 폭력은 역설적이게도 지난 10년 동안 악명 놓은 갱단 두목들을 체포한 후 더 활성화했다고 말했다.

2015년 그레이 사망 후 일어난 폭동으로 인해 폭력배들은 무법천지를 누리며 아랫사람들을 대담하게 만들어 스스로 문제를 처리해 나갔다. 상명 하달 체계가 무너지면서, 개인적 이익과 원한을 우선해 적을 죽였고, 보복에는 보복이 이어졌다.

청소년들이 애초에 갱단에 가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울증∙고립의 개인적 정서 문제는 물론 장려책도 좋지 않아서인 것 같다. 볼티모어에 가장 문제가 많은 동네 젊은이들은 정말 할 일이 별로 없다. 스포츠 센터와 취미 클럽도 없고 학교에도 별로 희망이 없다.

대니는 폭력 조직과 마약 문제는 전 세대에 퍼져있고 기회가 널렸지만 “아이들을 인도해주는 사람은 없다”며 아이에게 투자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볼티모어 시내 벤치에 한 남성이 자고 있다. 2019.7.28. | Spencer Platt/Getty Images

 

빈집

이 도시의 범죄가 많은 지역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 1만6000채 이상 집중해 있다. 낡아서 눈에 거슬리는 버려진 100년 된 연립주택은 그 지역을 더욱 황량하고 적막한 분위기로 만든다. 빈집은 또한 마약 중독자들의 피난처, 범죄자들의 은신처가 됐다. 노숙자들마저 몰래 들어와 촛불을 사용해 화재 위험도 크다.

15년 차 소방서 베테랑인 데이비드는 1년 동안 잡히지 않은 방화범이 한 명 있다고 말했다. 불과 며칠 전에도 그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빈집 11군데에 불을 질렀다. 그런 낡은 건물의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 소방관들에게 특히 위험한데 얼마 전 화재에 그의 동료가 무너져 내린 천장에 파묻혔다고 말했다.

과거에 볼티모어의 인구 감소는 부동산 블록버스팅(blockbusting, 흑인 전입을 꺼리는 백인에게 부동산을 저가에 팔게 하는 수법), 철강 산업, 제조업의 붕괴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모두 이미 떠난 기차다. 이유를 따져 물을 것도 없이 오늘날 주민들은 그들 스스로 떠나는 것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 같다.

서부 볼티모어 한 거리에 있는 건물들. 2019.7.30 | Petro Svab/The Epoch Times

 

그럼 빈집들을 어떻게 하는가? 한 주민은 “수리해서 사람들이 살게 하면 된다”고 제안했지만,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대폭 수리가 필요한 집들이 6천 달러 정도로 이 동네 집들은 아주 싸다. 그러나 임대료는 한 달에 약 1000달러 이상, 공공요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은 거의 세 들어 산다.

신용이 낮거나 없는 상황에서 집 살 돈을 모으기 힘들다. 만약 돈이 있다면 그들은 차라리 안전한 교외로 이사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또 하나, 도시의 재산세가 이웃 카운티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심지어 다른 주보다 훨씬 더 높아 중산층쯤 된다면 떠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도시 생활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는 이주하고 있지만, 그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심 주변을 맴돌고 있다.

희망의 섬

대니는 도시가 다시 생기를 되찾아 이웃이 돌아올 거라 믿는다.

그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아마 5년 안에 보스턴처럼 될 거다”고 믿었다.

대니는 존 홉킨스 병원과 메릴랜드 예술대학 같은 큰 규모의 시설이 주변의 부동산을 구입하고 수리하고 있는 것을 지목했다. 그러나 현지인보다는 그들 직원에게 임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가 재건될 거라는 그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대니는 또 이 지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 중 몇 명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들이 이사 갔거나 감옥에 갔거나 살해됐다고 했다.

공동체 사회 구조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또 다른 주제의 이야기다.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윌켄스 애비뉴 메노나이트 교회는 지난 3년 동안 음식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펜실베이니아의 한 농부가 매주 과일과 야채를 트럭에 싣고 오면 지역 주민들은 시즌 내내 20달러를 지불하거나 3회 자원 봉사한 대가로 식품을 구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의존한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더 건강한 식단은 말할 것도 없고, 헌신과 감사의 마음을 증진해 준다.

이 교회는 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시작해서 당시 6학년 이후 중퇴한 아이들을 받았다. 외부 기부금이 있어서 한 달에 25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한 학생은 “교회 선생님은 우리들을 가르치는 데 신경을 쓰지만, 공립학교 선생님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도시의 부활을) 여기저기서 돕고 있다. 이를테면 최악으로 버려진 집들 몇 채를 철거하는데 한 달은 족이 걸릴 것이다. 대부분 지역 주민들은 시청이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교회 주변을 배회하던 매춘부 한 명이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다. 교회의 오랜 회원인 린다 존슨이 그녀와 대화를 시작했고, 교회로 이끌었다. 존슨은 9개월 동안 그녀를 돌봐 줬다. 고맙다고 말하러 교회에 다시 왔을 때 그녀는 건강해 보였고 아이들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존슨은 “우리는 사람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그들 모두 가치 있는 존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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