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의회, 개헌으로 푸틴 장기집권 승인…찬성 383, 기권 43, 반대 0

하석원
2020년 3월 12일
업데이트: 2020년 3월 17일

러시아 의회가 11일(현지시간) 최종 제3차 독회(심의)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위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러시아의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개헌안은 하원과 상원이 차례대로 최종 심의한 뒤 찬반 투표를 했다.

하원(국가두마)이 먼저 개헌안에 대한 최종 독회 회의를 열고 찬성 383표, 기권 43표, 반대 0표로 개헌안을 채택했다. 전날 제2차 독회에서 하원은 개헌안을 검토하고 수정 내용을 결정했다.

러시아 국회의원들이 모스크바의 러시아 연방 하원 국가두마에서 제3차 개헌안을 의결하고 있다. 2020. 3. 11. | AP=연합뉴스

상원이 뒤이어 전체회의에서 개헌안을 심의한 뒤 찬성 160표, 반대 1표, 기권 3표로 통과시켰다. 상원은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85개 연방 주체(자치공화국, 주, 연방시 등) 대표들의 모임이다. 개헌안을 지역 의회로 보내 지역 의회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상원 승인 절차가 마무리된다.

개헌하지 않으면 푸틴 대통령은 ‘3연임 금지’ 조항에 걸려 2024년 임기를 마치고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 개헌안은 푸틴이 2024년에 임기가 끝난 후 12년간 더 연장할 수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비판론자들은 개헌안이 장기집권을 위한 교묘한 술수라고 비판하며 대중적 시위를 촉구했다.

2000년 대통령직에 오른 푸틴은 4년 임기를 연임하고, 3연임 금지 조항에 밀려 2008년에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을 맡기고 실세 총리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푸틴은 2012년 복귀 후,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 연임을 채우면 2024년까지 20년을 집권하게 된다.

개헌안은 KGB 장교 출신인 푸틴(67)이 20여 년간 러시아를 통치하고도 12년을 더 연장하기 위함이다.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4월 22일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투표에서 투표자의 과반 찬성을 얻으면 채택되고 곧바로 발효된다.

푸틴은 집권 20년 동안 몇 차례 국제적인 폭풍우를 이겨냈다. 2014년 크림반도의 합병으로 국내 지지율은 끌어올렸지만, 우크라이나와 수년에 걸친 대립을 촉발했다.

러시아 정부가 크림반도 타타르족에 대해 일방적인 체포, 구금 등 인권유린을 행하고 무력으로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서방세계는 맹렬히 비난했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는 외부의 압력을 견뎌낼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했고 푸틴은 적임자로서 인기를 높였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의 행정력을 재분배하고 대통령 권한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여러 야당 의원의 즉각적인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모스크바에서 북동쪽 250km 이바노보에서 사람들과 함께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0. 3. 6. | AP=연합뉴스

최종심의 하루 전인 10일 밤 약 200명이 대통령 관저와 박물관이 있는 크렘린 근처에서 저마다의 피켓을 들고 줄지어 섰다. 일인시위는 정부의 사전 허가 없이 가능한 러시아내 유일한 합법 시위다.

페이스북에 피켓 시위를 하자고 호소한 야당 운동가 알렉세이 미니아일로는 AP와 인터뷰에서 “푸틴이 권력을 영원히 유지하려는 것이 처음부터 분명했다”며 그러한 뻔뻔한 태도가 시민들의 분노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2개의 야당 단체는 이달 21일, 또는 22일 모스크바에서 큰 집회를 위해 당국에 허가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모스크바 시청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라며 4월 10일까지 5000명 이상 모이는 야외 집회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야권 운동가들은 최대 참가자 수를 5만 명에서 4500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시민 사회 운동가 미하일 스베토는 “만약 우한 폐렴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라면 수백만 명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헌법 개정에 관한 투표도 취소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집회도 허용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헌법 개정을 반대하기 위해 두 달 전 결성된 ‘NO’ 그룹의 활동가 타티아나 우스마노바는 모스크바 이외 다른 도시에서도 피켓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개헌)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완전히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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