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음식·삶·문화로 풀어보는 전남

최창근
2021년 12월 1일
업데이트: 2021년 12월 1일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이순신 장군은 ‘호남(湖南)’을 두고 이런 말을 남겼다. ‘조선(朝鮮)’이라는 나라의 안위에 있어 그만큼 호남, 그중 남도(南道)로 일컫는 전남의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예로부터 호남 지역은 인물·물산이 풍부했다.

오늘날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남도가 없으면 한국의 맛도 멋도 없다’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호남, 그중에서도 전남은 맛과 멋의 고장으로 꼽힌다. 먹거리·볼거리가 다양하고 사람들은 정(情)이 넘친다.

한국의 대표 인문 여행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답사지 첫 번째 장소로 전남 강진군과 해남군을 꼽기도 했다. 이른바 ‘남도답사 일번지’이다.

지리산국립공원, 월출산국립공원, 조계산도립공원, 두륜산도립공원, 천관산도립공원 등의 산자락에는 화엄사, 대흥사, 송광사, 백양사, 선암사 등 고찰(古刹)들이 즐비하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끼고 있어 해양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그중 전남을 찾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 봐야 할 곳은 어디일까.

 

목포 9미(味)를 아시나요?

목포 음식 | 목포시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부두의 새악씨 아롱 젖은 옷자락/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의 고장으로 알려진 목포는 전남의 대표적 항시(港市)이다. 지리적으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근처 여러 섬을 잇고,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자리한다. 일제 강점기 쌀과 소금, 면화를 수탈해간 통로였던 목포에는 당시에 지어진 일본식 건물이 남아, ‘살아있는 역사박물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목포는 ‘맛(味)’의 도시다. 목포 바다는 서해로부터 육지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지난날 매일 수백 척의 고기배가 드나들었고 파도 위의 시장인 파시(波市)를 형성할 정도로 다양했다. 그중 세발낙지, 홍어삼합, 민어회, 꽃게무침, 갈치조림, 병어회, 준치무침, 아구탕, 우럭간국 등 대표 미식을 ‘목포 9미(味)’라고 한다.

 

천사(1004) 섬을 잇는 다리

신안 천사대교 | 신안군

목포와 인접한 신안의 별칭은 ‘천사의 섬’이다. 신안군 관내에 1004개의 섬이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청 소재지인 압해도, 자은·암태·팔금·안좌도는 신안의 중심이다. 이를 천사대교가 가로지른다. 2019년 개통한 총 길이 10.8km의 교량은 한국 최초로 사장교와 현수교를 동시에 배치하여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다리는 신안군 비금도, 도초도, 하의도, 신의도, 장산도, 안좌도, 팔금도, 암태도, 자은도 9개 섬들이 다이아몬드(◇)모양으로 펼쳐진 일명 ‘다이아몬드 제도’를 연결하는 최단거리 육상 교통망을 완성한다. 그중 안좌도는 일명 퍼플(보라색)교로 국내외 관광객의 환성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그 수려함을 자랑하고, 2012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인이 가봐야 할 관광지 100선’ 1위에 선정된 홍도, 한국 최초 물고기 백과사전 ‘자산어보’의 탄생지 흑산도가 주는 매력도 빠지지 않는다.

신안에 갔다면 흑산홍어, 우럭, 병어, 전복, 뻘낙지, 왕새우, 간재미, 김, 민어, 숭어 등도 반드시 먹어야 후회가 없다.

 

여수 밤바다에서 버스킹을

여수 밤바다 풍경 | 여수시

경남 통영 한산도(閑山島)와 전남 여수(麗水)를 잇는 바닷길 ‘한려수도(閑麗水道)’ 상에 자리한 여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혼이 깃든 곳이다. 조선시대 해군(수군)사령부인 전라좌수영(全羅左水營)이 자리했다. 오늘날 진남관(鎭南館)이다.

오늘날 여수는 밤바다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고장이다. 여수 곳곳에는 화려한 조명이 ‘여수 밤바다’를 수놓고 있다. 돌산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밤의 돌산대교와 장군도는 빛의 도시 여수를 가장 잘 표현하는 광경 중 하나이다. 이곳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벌어지기도 한다.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낭만포차거리, 천공(天空)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여수해상케이블카도 빠트릴 수 없다.

여수의 정취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향일암코스·브리지코스·이순신문화관광유적코스·야경코스·시간을 달리는 버스커 등 다양한 테마로 운행되는 ‘여수낭만버스’가 대표적이다. 모두 여수의 관문, 여수엑스포역에서 출발하여 이방인(異邦人)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역사·생태도시 순천

순천만 갈대숲 | 연합뉴스

옛 이름이 여자만(汝自灣)인 순천만을 끼고 갯벌이 펼쳐진 순천은 ‘한국의 생태 수도’이다. 머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세계 최고 연안습지가 있다. 5.4㎢(160만평)의 빽빽한 갈대밭과 끝이 보이지 않는 22.6㎢(690만평)의 광활한 갯벌로 이루어져 있다. 겨울이면 흑두루미,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등 희귀종 철새들이 이곳을 찾아 장관을 이룬다. 인근에는 우리 조상들이 가꾸던 전통 정원을 비롯하여 테마 정원, 11개 국가의 ‘세계 정원’이 있는 순천만 국가 정원도 있다.

천년 고찰 선암사·송광사, 조선시대 ‘읍성(邑城)’의 모습이 그대로 남은 낙안읍성도 빠트릴 수 없다. 순천시 조례동에 자리한 39,669.6m²의 영화·드라마 세트장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시대별로 3개 마을 200여 채가 지어져 지난 시절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는 ‘한국 최대 세트장’이다.

 

詩歌의 고장 담양

담양 죽녹원 풍경. | 담양군

담양은 문인·학자들의 자취가 남은 고장이다. 담양의 절경 속에서 그들은 시를 읊고 노래를 불렀다. 담양을 터전 삼아 시가(詩歌)를 지었던 대표적인 인물로는 조선시대 문인·학자·정치가였던 ‘사미인곡’을 쓴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있다.

지난날은 시가 창작의 배경이 되었고, 오늘날은 담양을 찾는 이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는 정자(亭子)들이 담양에 산재해 있다. 식영정(息影亭)·소쇄원(瀟灑園)·면앙정(俛仰亭)·명옥헌(鳴玉軒)·송강정(松江亭)·독수정(獨守亭)·상월정(上月亭)·연계정(連溪亭)·관어정(觀魚亭)·남극루(南極樓) 등을 ‘담양 10정자’라 부른다.

영산강의 시원인 담양천을 끼는 담양향교를 지나면 울창한 대나무 숲이 보인다. 죽녹원이다. 2003년 5월 조성된 인공림으로 약 31만㎡의 공간에 울창한 대나무숲과 가사문학(歌辭文學)의 산실인 정자문화 등을 볼 수 있는 시가문화촌, 전망대, 쉼터, 영화·CF촬영지 등으로 구성된 죽녹원은 연인원 1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판소리의 원향 구례

구례 섬진강 벚꽃길 | 구례군

‘다름을 아는 산’이라는 뜻의 지리산(智異山)은 경남 하동, 함양, 산청, 전남 구례, 전북도 남원 등 3개 도, 5개 시군에 걸쳐있는 산이다. 1967년 최초의 대한민국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노고단은 지리산 종주 코스의 출발점이다. 노고단에서 임걸령-반야봉-토끼봉-벽소령-세석평전을 거쳐 천왕봉에 이르는 장장 25.5km의 지리산 능선길은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코스다. 봄의 철쭉, 여름의 원추리, 가을의 단풍, 겨울 설화 등 계절별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노고단이 자리한 구례는 ‘소리의 고장’이기도 하다. 서편제와 더불어 판소리의 양대 산맥인 동편제의 원향이기 때문이다. 매년 10월 ‘산(山)의 소리 강(江)의 소리’ 주제로 동편제 판소리 거장들의 공연이 열린다. 축제 기간 중 송만갑 판소리·고수대회가 치러져 전국에서 많은 국악인이 실력을 겨루고 있다.

‘화개장터’ 노랫말처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을 자전거로 달리는 코스도 있다. ‘섬진강 자전거길’ 구례 구간이다. 곡성 기차 마을과 경남 하동을 연결하는 코스로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과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지면(紙面)을 빌려 소개하지 않으면 아쉬울 전남의 매력적인 관광지들도 많다. 해남 땅끝마을, 나주 숲체원, 고흥 연홍도, 무안 노을길 드라이브 코스. 진도 조도와 관매도, 장성 백양사, 보성 녹차밭,  곡성 기차마을…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처럼 직접 방문하여 보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을 느껴 보기를 추천한다. 내년 당신의 ‘버킷 리스트’ 1호에 전남 방문을 넣은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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