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CEO “중국 시장 없어도…” 발언에 환구시보 열낸 까닭

남창희
2022년 05월 13일 오후 6:30 업데이트: 2022년 05월 16일 오전 11:06

환구시보 “중국 시장 무시” 디즈니 불매운동 시동
마블 작품들 1년 가까이 심의에서 걸려 ‘정치 검열’
최신작 ‘닥스2’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로고 선명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시장 없이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밥 체이펙 미국 월트디즈니 CEO는 12일(현지 시각)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 시장이 없다고 해서 디즈니의 성공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체이펙 CEO는 “정치와 상업적 관점이 복잡해 디즈니의 영화를 중국에 배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중국의 흥행 수익이 세계 다른 지역보다 낮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체이펙 CEO의 발언을 두고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며 ‘디즈니 불매운동’ 바람몰이에 나섰다.

환구시보는 영문판에서 “체이펙의 발언은 디즈니가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중국 시장을 얕잡아보는 오만함으로 중국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들이 그렇게 말했다면, 더 이상 디즈니 영화를 보지 않는 것으로 소원을 들어주겠다. 누가 최후의 승자인지 보자”는 한 네티즌의 웨이보 글도 소개했다.

중국 시장은 거대한 인구가 가진 잠재력으로 인해 국제 영화계에서 중요한 시장의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 1년 가까이, 중국 당국은 디즈니 주요 작품들의 개봉을 허가하지 않았다.

어린이 뮤지컬 영화인 ‘엔칸토: 마법의 세계’,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추리영화 ‘나일강의 죽음’ 등은 중국에서 개봉됐다.

하지만 마블 시리즈인 ‘블랙 위도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닥터 스트레인지2: 대혼돈의 멀티버스’ 등이 줄줄이 당국 심의에 걸렸다.

영화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출연 배우 혹은 연출을 맡은 감독이 중국 정부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했다는 이유로 상영이 거부된 경우도 있다.

특히 ‘닥스2’는 영화 초반 뉴욕 거리를 배경으로 한 전투 장면에서 우체통처럼 생긴 노란 상자가 문제가 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 상자는 원래 뉴욕 맨해튼 곳곳에 놓인 본지 에포크타임스의 셀프 가판대다.

중국어판 신문을 판매하는 가판대에는 본지의 중국어 명칭인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 로고가 새겨졌다. 이 로고는 총 26초 정도의 전투씬 동안 1초 정도 두 차례 노출된다.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 신문 박스가 보이는 클립 영상 화면 | 영상 캡처

대기원시보(에포크타임스 중문판)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감추는 비리와 인권탄압, 실정을 당국의 검열 없이 보도하는 해외 최대 중국어 신문이다.

신문 로고와 함께 상자 옆에 붙은 슬로건도 스치듯 화면에 비춘다. ‘역사의 큰 변화를 앞두고 바른길을 가리키는 진실은 대기원에 있다’는 중국어 문구다.

중국 언론들은 ‘닥스2’ 상영 금지 소식을 전하면서 대기원시보라는 이름조차 언급하지 못한 채 ‘특정 종교 문양’이라는, 사실과 다른 표현을 사용했다.

대기원시보라는 이름이 이미 당국에 의해 금기시되기도 했지만, 만약 ‘신문사 로고’라고 했다가는 중국 네티즌들이 “어떤 신문사냐”라며 궁금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닥스’ 1편은 중국에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수년간 2편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상영이 금지된 것은 알려야 하지만, 왜 금지됐는지는 정확히 알려 줄 수 없는 중국 공산당 당국과 관영 언론의 ‘내적 모순’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다.

현재 대기원시보는 철저한 보안을 바탕으로 중국 일선 취재를 통해, 당국이 감추고 중국 현지 매체들이 외면하는 실상을 중국어 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한편, 이번 체이펙 CEO의 발언은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매출에는 문제가 없다며 실적을 걱정하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문제 전문가 탕징위안은 “공산당의 나팔수 매체인 환구시보 등은 체이펙 CEO 발언을 과도하게 해석해 중국인들의 반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참에 중국 영화팬들로 하여금 중국 공산당의 민감한 부분을 계속 건드려온 디즈니에 등 돌리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매운동을 운운한 네티즌 발언을 소개한 것도 이런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재미를 준 마블 영화를 중국 팬들에게 떼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더 큰 관심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탕징위안은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