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과 남편 모두 잃은 엄마가 이 악물고 유튜브를 시작한 심정

윤승화
2019년 12월 14일 업데이트: 2019년 12월 14일

“8월 28일. 언니가 18층 건물 옥상에서 투신자살한다.

9월 3일. 여동생이 건물 옥상에서 투신자살한다.

11월 3일. 두 딸의 잇따른 자살에 충격을 받은 아빠가 뇌출혈로 사망한다.

가족을 전부 잃은 엄마는 혼자 남아 유튜브를 배우기 시작했다”

유튜브 ‘장연록’

최근 유튜브 채널 ‘장연록’에는 ‘자매의 생일’이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에피소드 영상이 게재됐다.

유튜브 채널이 본명인 장연록 씨는 이날 영상에서 자매의 생일을 맞아 자매의 산소를 찾아 하루를 보냈다.

장씨의 두 딸은 지난 2009년 여름 일주일 간격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해 가을, 남편 또한 딸들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장씨는 가족의 유일한 생존자다. 이른바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자살 사건’이다.

가해자 중 한 명 / 유튜브 ‘장연록’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자살 사건은 2004년 방송국에서 엑스트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원생이 집단 성폭행당한 사건이다.

딸이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안 엄마는 보조출연자 관리 직원 등 가해자 12명을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칸막이 하나만 둔 사이로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두고 대면 질의를 진행했다.

“가해자의 성기를 그려봐라”, “이 아가씨가 12명이랑 잔 아가씨야?”라는 등의 성희롱과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여기에 “걸레로 만들겠다”, “너희 가족을 죽이겠다”, “집에 불을 지르겠다” 등 가해자들의 협박도 이어졌다고 알려졌다.

JTBC ‘진실 추적자 탐사코드’

결국 피해자는 신고를 취소했다. 그리고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다.

언니에게 처음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권했던 여동생도 일주일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달 뒤, 남편도 세상을 등졌다.

생전 두 딸은 모두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던 수재였다. 동생은 언니를 따라가며 죽기 전 엄마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엄마, 엄마가 우리 억울함을 풀어주고 와. 엄마는 할 수 있지?”

장연록 씨 트위터

그 뒤로 엄마는 홀로 남아 숨진 딸들을 위해 다시 소송을 진행했다.

결과는? 가해자들의 승리였다. 범죄 사실은 인정됐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에서다.

가해자를 뻔히 알고도 법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던 엄마 장씨는 이후 어떻게든 싸워보고자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자 가해자들은 장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JTBC ‘진실 추적자 탐사코드’

가해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증거 없다”, “여자 쪽이 꽃뱀이었다”, “다 끝난 일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인 언니와 여동생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는 “엄마가 딸들을 죽여놓고 왜 우리에게 덮어씌우느냐”, “상관없다. 떳떳하니까” 등의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엄마는 현재 하루하루를 약으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반면 가해자 12명 대다수는 여전히 관련 업계에서 일하며 멀쩡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일부 가해자는 이름까지 개명했다.

유튜브 ‘장연록’

이런 가운데 얼마 전부터 엄마는 가족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SNS와 유튜브를 배우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렸다.

유튜버가 된 엄마는 오늘도 열심히 게시글을 업데이트한다.

“하루 종일 동영상 구상하고 쓰고 만들어요. 캠코더도 샀어요.

우리 딸들 10주기인데, 아직 한 번도 사과는 못 받았네요. 추모 행사하는데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조의금은 사절합니다.

마음이 많이 아파요. 그래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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