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냐 시민권이냐” 中 반도체 기업 미국인 임원들 딜레마

정향선 인턴기자
2022년 10월 21일 오후 2:05 업데이트: 2022년 10월 21일 오후 2:05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기업의 미국인 직원들이 국적과 커리어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규제 발효 당일 수백 명의 미국인 엔지니어가 중국 기업에서 이직했고, 중국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는 고위급 임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 대(對)중 반도체 통제에 ‘인력 수출’도 제한

미 상무부는 지난 7일 중국을 겨냥해 새로운 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통제 규제를 발표했다. 

상무부는 이번 규제에서 ‘미국인(U.S.persons)’이 중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 개발이나 생산을 지원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인’은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 미국 기업 등을 뜻한다. 

WSJ “미국인 임원 최소 43명 선택의 기로에 놓여”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임원 중 최소 43명이 고액 연봉의 임원 자리와 미국 시민권·영주권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전했다. 

WSJ가 증시에 상장한 16개 중국 반도체 회사의 공시자료와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임원 총 43명이 미국 시민권자였다. 대부분 최고경영자(CEO)와 회장, 부회장 등 중역급 고위 임원이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나 장비업체에서 수년 동안 일한 뒤 중국 반도체 업계로 옮겼다. 특히 일부는 ‘천인계획(Thousand Talents Plan)’을 통해 중국 기업으로 갔다. ‘천인계획’은 중국 당국이 2008년부터 추진해온 해외 우수 인재 영입 프로그램이다.  

미국 시민권자로 중국에서 반도체 기업을 경영하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중웨이반도체(AMEC)의 인즈야오 회장이 꼽힌다. 중국인 출신인 인 회장은 세계 최대 다국적 종합 반도체 회사 인텔과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 AMAT 등 미국 반도체 기업에서 20년 동안 일한 후 중국으로 가 2004년 AMEC를 세웠다. AMEC에는 인 회장 외에도 미국 국적의 고위 임원과 핵심 연구원 6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기가디바이스의 슈칭밍 부회장과 청타이이 이사 또한 미국 여권 소지자이며, 대만 TSMC에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 킹세미의 천싱롱 이사도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 

미국 컨설팅 회사 콘트롤리스크스의 데인 차모로 글로벌 리스크 및 정보 담당자는 WSJ에 “기술은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미국 인재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했고, 이 정책은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중국에 직접적 타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수출 규제는 중국 기업의 많은 (미국인) 임원이 직장과 미국 국적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규제 발효 전, 중국계 미국인 수백 명 이직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I)의 지난 1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수출 규제 발효일 당일, 중국 기업의 미국인 엔지니어 수백 명이 이직했다. 

중국 장쑤성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는 구판은 RFI에 “중국 반도체 업계의 고위 임원과 엔지니어 대부분이 ‘해외 유학파’이며, 미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가졌다. 이들은 국적과 커리어를 두고 미국(국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성공하려면 기술, 인재, 경영, 시장이 필요한데, 중국은 시장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치명적인 위기를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