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평론가, 리투아니아 극찬 “유럽에 보기 드문 본보기”

한동훈
2021년 4월 8일
업데이트: 2021년 4월 9일

“리투아니아가 물질적 이익을 포기하고 이념과 가치관을 수호함으로써 유럽에서 보기 드문 본보기가 됐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의 칼럼니스트 콘스탄틴 에거트가 지난 5일 칼럼에서 날로 강경해지는 중국 공산당(중공) 정권의 압력에 맞선 리투아니아를 극찬했다.

북유럽 발트3국의 하나인 리투아니아는 지난 2월 ‘17+1’ 체제에서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이 체제는 유럽연합(EU) 내 17개 중동 국가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 확대와 ‘일대일로’ 제안을 통해 이 지역에서 중공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2년 창립됐다.

라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부 장관은 17+1 체제가 리투아니아에 혜택을 거의 주지 못했다며 중국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달라 유럽이 분열됐다고 지적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지난 3월 대만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국회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에거트는 DW에 ‘리투아니아의 중국을 향한 도전은 위험하지만 똑똑하다’(Lithuania’s challenge to China is risky, but clever)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에거트는 칼럼에서 “리투아니아는 시위 차원에서 베이징과의 접촉을 거부한 데다 대만과의 무역 관계를 모색할 계획인데, 특히나 EU가 최근 중국과 전면적인 투자 협의를 달성한 직후인지라 이는 매우 대담한 행동이다. 다른 중유럽 국가(헝가리 등)의 대(對)중국 우호적 입장과는 분명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에거트는 리투아니아는 인구 300만 명 미만의 작은 나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와 충돌 중인 우크라이나의 주요 지지자 중 한 곳으로, 우크라이나에 군사교육 및 의료협력, 확고한 정치적∙외교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또한 러시아 반대파가 이민을 가는 주요 국가 중 하나다.

에거트는 “많은 사람이 ‘왜 1인당 국민소득이 중위권인 이 작은 EU 국가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강대한 권력에 도전장을 내미는가?’ 하고 궁금해한다”면서 “그 해답은 역사 속에 있다”고 했다.

에거트는 리투아니아인들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20세기에 리투아니아와 이웃 국가인 라트비아, 에스토니아가 모두 구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에 의해 독립된 지위를 잃었다. 그래서 리투아니아는 강권을 가진 정권을 상대할 때는 존중이 주요한 정치적 카드라는 것을 배웠다. 존중받으려면 입장을 견지하고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에거트는 리투아니아의 ‘대만 우호’ 입장은 심사숙고를 거친 것으로, 베이징을 자극해 보복을 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거트는 “베이징이 무역 분야에서 리투아니아를 ‘징벌’하기로 하면, 현지 수출업자들은 새로운 시장 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고 그들의 과거 경험에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러시아가 크림 공화국과 동우크라이나를 합병한 뒤 EU가 크렘린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보복으로 EU산 식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당시 리투아니아도 성공적으로 대응했다.

에거트는 리투아니아도 중공 정권에 반대하는 단호한 입장을 원해 미국의 관심을 끌었고 NATO 국가들에 중국에 대한 도전적 대응을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투아니아는 날로 거세지는 중공 정권의 전 세계적 엄포에 맞서 물질적 이익을 포기하는 흔치 않은 본보기를 유럽에 보여주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정치적으로 매우 훌륭한 모습을 보였으며 워싱턴의 주목을 받았다”며 21세기의 범대서양 연대는 새로운 글로벌 도전을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사실 중공은 오랫동안 경제를 지렛대 삼아 자유와 인권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약속을 약화시켰고 전 세계 민주주의 기반을 잠식해 왔다.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거리를 두고 싶어 하고 있다. 전문가는 17+1 체제가 계속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폴란드국제문제연구소(PISM)의 중국 전문가 유스티나(Justyna Szczudlik)은 중공이 17+1 체제 선전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실제 중∙동부 유럽의 중국 의존도는 높지 않다며 많은 나라가 특히 인터넷 보안 등의 분야에서 의구심을 갖고 17+1 체제의 존재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처음에는 중∙동부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 협력하는 데 관심이 많았는데, 최근 몇 년간 중국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교훈을 얻으면서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이스(CHOICE)의 설립자이자 프라하 카렐 대학교 학자 이바나 카라스코바는 “순진한 단계는 끝났다”고 말했다.

카라스코바는 중∙동부 유럽 국가들이 경제적 고려를 바탕으로 중공 정권이 주도하는 ‘17+1’ 체제에 가입했다가 최근 중공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데다 전염병 사태 초기 은폐와 홍콩 탄압으로 인해 많은 국가가 중국에 대해 경계심을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리투아니아의 외무부 차관, 만타스 아도메나스는 최근 미국 인터넷 뉴스 사이트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민주국가들은 중국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도메나스는 이어 “17+1 체제는 절대 인권과 가치관을 논하지 않으며, 일찍이 관련 논의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응답을 얻지 못했다. 서방이 민주주의를 늘리려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다시 한번 이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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