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농민, “환경규제 지나치다” 베를린 중심가서 대규모 시위

앨런 맥도넬
2019년 11월 29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29일

1만 명이 넘는 독일 농민이 26일 약 5천 대의 트랙터를 몰고 나와 베를린 중심가를 마비시켰다. 이들은 독일과 유럽 연합(EU)의 농업 정책이 농민들을 파산시키고 젊은 농부들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고 항의했다. 독일 전역에서 모인 농민들은 이날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데부르크 문 앞으로 총 집결했다.


트랙터들은 베를린에 도착하기까지 며칠 동안 수송차를 타고 이동했으며, 첫 차량은 26일 새벽에 도착했다. 느리게 움직이는 수송차들에 때문에 베를린 시내 곳곳에서 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경찰은 수송차를 추월하려는 차량으로 인해 두 건의 교통사고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독일 농민들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트랙터를 주차하고 있다. 2019.11.26.|Michael Sohn/AP=Yonhapnews(연합뉴스)

농민 단체는 독일 정부의 새로운 환경정책으로 독일 농산물이 독일과 같은 환경규제를 받지 않는 국가의 수입 농산물과 경쟁 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동물 복지 문제와 지하수 질산염 오염에서부터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환경 문제에 대한 비난을 농민들이 받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낮은 생산자 물가, 환경규제, 농업 인구 감소로 독일인들의 농업에 대한 직업 선호도는 매우 낮아졌다. 게다가, 가축 사육 기준, 축산 분뇨 사용, 반추 동물의 메탄 배출량 등에 관한 동물 권리 및 환경 단체의 요구가 계속 커지고 있어 농민과 농업 시스템에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

2018년 독일 환경부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65%가 생물 다양성 감소를 ‘국내 농업이 직면한 매우 심각한 문제’로 간주하고 있으며, 50% 이상이 농약 사용과 지나친 비료 사용에 의한 지하수, 식수 오염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단일작물 경작으로 인한 토양의 질 저하도 우려하는 문제로 지적됐다.


심지어 농가 출신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놀림이나 따돌림을 받는 학생들에 대한 보도도 있다. 줄리안 비 뷔르템베르크-호엔촐레른 농촌여성협회 회장은 공립학교의 수업은 더 이상 중립적이거나 균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비정부기구(NGO)의 편향된 교재나 교과서의 잘못된 정보, 또는 수업 중에 노출되는 교사들의 일방적인 견해가 농민과 그 자녀들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 회장은 “만약 교사가 급진적인 동물권리 또는 동물복지단체 대표들을 학교에 초청한다면 상황은 농민 자녀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행동 계획

지난 9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내각은 곤충의 수와 종의 다양성이 감소하는 추세를 뒤집기 위한 새로운 ‘행동 계획’을 제정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이 계획은 도시의 곤충 서식지와 그린벨트를 만들고 복원하기 위한 자금 지원을 원활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 계획이 과일, 야채에서 농작물과 동물 사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산에 필수적인 농약과 인공 비료의 사용을 더욱 제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벤야 슐체(Svenja Schulze) 독일 환경부 장관은 “이 행동 계획은 독일 정부가 곤충의 수와 다양성 감소를 막기 위해 취해야 하는 일련의 조치를 제공한다”며 “농업에서도 곤충을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곤충 보호를 위해서는 농약 사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곤충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일 농민들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트랙터를 주차해 놓고 시위하고 있다. 2019.11.26.|Markus Schreiber / AP=Yonhapnews(연합뉴스)

독일 농림부 수치에 따르면, 독일 국토의 약 절반가량이 식량 생산에 쓰이고 있으며, 한 농부가 약 150명의 사람을 먹여 살리고 있다. 율리아 클뢰크너 독일 농림부 장관은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자원을 관리해, 더 많은 사람이 미래에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현대 농업의 필요조건”이며 그러기 위해선 “추가 서비스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농민 협회 회장인 요아힘 루크위드는 성명을 통해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독일 농업은 과도한 규제와 금지 정책이 없는 미래에 대한 지원과 전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곤충 보호를 위한 행동 계획의 근본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며 “문제는 ‘곤충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협력적인 자연 보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선 농민, 정치인, 사회가 힘을 합쳐 독일 농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자연과 종 보존을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루크위드 회장은 “우리(농민)는 대화를 원한다”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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