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있었기 때문에 내 이름을 찾았어요”
백발이 성성해지고 나서야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는 이름 모를 학생이 건넨 공책 한 권을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었다.
지난 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프로그램 진행자 유재석과 조세호가 서울양원초등학교의 문해학교를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문해학교는 여러 사정으로 글을 배우지 못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글을 배우는 곳. 이날 한글날을 맞아 찾아간 문해학교에서 두 진행자는 학생 김정자 할머니를 만났다.


유재석은 김정자 할머니에게 “예전에 글을 모르셨을 때 어려움이 많았겠다”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정자 할머니는 “내가 안 해본 장사가 없는데, 외대 앞에서 예전에 장사를 하는데 참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을 봤다”며 말문을 열었다.
할머니는 이어 “‘학생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요?’하고 물었더니, 학생이 ‘제주도에 저희 엄마가 해녀인데요, 아버지도 안 계시고 저 홀로 엄마와 살아왔는데, 외무고시 합격을 해서 엄마 공부 가르쳐 드리려고요'(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학생의 말을 듣고 한참 가만히 있던 할머니는 “학생, 나도 내 이름을 몰라”라고 고백했다.


그런 할머니에게 학생은 노트를 한 장 찢었다. 노트에 학생은 ㄱ, ㄴ, ㄷ, ㄹ, ㅁ… 한글 자음과 모음을 써주었다.
“이 안에 아주머니 이름이 다 있어요”
생애 처음으로 접한 자음과 모음. “이 안에 어떻게 내 이름이 다 있냐”는 할머니의 물음에 학생은 “이것만 배우시면 이름이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후 할머니는 시간만 나면 매일 학생의 노트를 따라 썼다.


학생은 이후에도 할머니의 가게에 들러 차근차근 이름 쓰는 법을 알려주었다.
“ㄱ하고 ㅣ하고 ㅁ을 합치면 김이 돼요”
그제야 할머니는 이름 석 자를 마주하게 됐다. 김정자.
그렇게 이름을 알게 됐지만 다른 말들은 아직 쓸 줄 몰라 더 많은 것들이 배우고 싶어진 할머니. 학생은 할머니에게 소식을 하나 전했다.
“저는 외무고시 합격을 해서 이제 여기 못 오게 됐어요”


세월이 흘러도 잊지 못할 학생. 학생의 선한 관심 덕분에 김정자 할머니는 한글에 한 발짝 다가가 글을 읽고 쓰게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마워도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유재석은 그때 그 학생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영상 편지로나마 남기기를 권유했다.
할머니는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학생! 그때 외무고시 합격해서 지금, 어디서 잘 사는지 모르겠지마는…
어머님께 공부를 잘 가르치셨는지 그게 좀 궁금해요.
혹시라도 외대 앞에 오시면, 지금은 장사를 안 하지만…
얼굴을 내가 대충 기억은 하고 있는데…
만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늘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