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앞에서 작은 식당 하던 까막눈 할머니가 꼭 다시 보고 싶은 학생 손님

윤승화 기자
2019년 10월 16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16일

“학생이 있었기 때문에 내 이름을 찾았어요”

백발이 성성해지고 나서야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는 이름 모를 학생이 건넨 공책 한 권을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었다.

지난 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프로그램 진행자 유재석과 조세호가 서울양원초등학교의 문해학교를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문해학교는 여러 사정으로 글을 배우지 못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글을 배우는 곳. 이날 한글날을 맞아 찾아간 문해학교에서 두 진행자는 학생 김정자 할머니를 만났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재석은 김정자 할머니에게 “예전에 글을 모르셨을 때 어려움이 많았겠다”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정자 할머니는 “내가 안 해본 장사가 없는데, 외대 앞에서 예전에 장사를 하는데 참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을 봤다”며 말문을 열었다.

할머니는 이어 “‘학생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요?’하고 물었더니, 학생이 ‘제주도에 저희 엄마가 해녀인데요, 아버지도 안 계시고 저 홀로 엄마와 살아왔는데, 외무고시 합격을 해서 엄마 공부 가르쳐 드리려고요'(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학생의 말을 듣고 한참 가만히 있던 할머니는 “학생, 나도 내 이름을 몰라”라고 고백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그런 할머니에게 학생은 노트를 한 장 찢었다. 노트에 학생은 ㄱ, ㄴ, ㄷ, ㄹ, ㅁ… 한글 자음과 모음을 써주었다.

“이 안에 아주머니 이름이 다 있어요”

생애 처음으로 접한 자음과 모음. “이 안에 어떻게 내 이름이 다 있냐”는 할머니의 물음에 학생은 “이것만 배우시면 이름이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후 할머니는 시간만 나면 매일 학생의 노트를 따라 썼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학생은 이후에도 할머니의 가게에 들러 차근차근 이름 쓰는 법을 알려주었다.

“ㄱ하고 ㅣ하고 ㅁ을 합치면 김이 돼요”

그제야 할머니는 이름 석 자를 마주하게 됐다. 김정자.

그렇게 이름을 알게 됐지만 다른 말들은 아직 쓸 줄 몰라 더 많은 것들이 배우고 싶어진 할머니. 학생은 할머니에게 소식을 하나 전했다.

“저는 외무고시 합격을 해서 이제 여기 못 오게 됐어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세월이 흘러도 잊지 못할 학생. 학생의 선한 관심 덕분에 김정자 할머니는 한글에 한 발짝 다가가 글을 읽고 쓰게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마워도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유재석은 그때 그 학생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영상 편지로나마 남기기를 권유했다.

할머니는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학생! 그때 외무고시 합격해서 지금, 어디서 잘 사는지 모르겠지마는…

어머님께 공부를 잘 가르치셨는지 그게 좀 궁금해요.

혹시라도 외대 앞에 오시면, 지금은 장사를 안 하지만…

얼굴을 내가 대충 기억은 하고 있는데…

만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늘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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