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한반도는 3가지 위기 중첩…정확한 인식과 처방, 패러다임 전환으로 대응해야” 구해우 원장

제20대 대선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 ⑦
최창근
2022년 02월 17일 오후 9:11 업데이트: 2022년 03월 17일 오후 5:29

에포크타임스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대선 특집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향후 5년의 운명을 판가름할 차기 대통령이 제시해야 할 비전, 새로운 정부가 수행해야 할 국정과제를 각 분야 전문가의 고언과 해법을 통해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 일곱 번째 순서로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을 만나 대한민국이 마주한 복합 위기, 한국 좌·우파의 문제점, 남북한 체제 경쟁의 현실과 문제점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2022년 대한민국은 국가 자체의 위기
정확한 위기 인식을 기반으로 처방해야 
한국 보수 진보 모두 철학적 기반 일천
한반도-대만-우크라이나 위기 연결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은 지난날 주사파 핵심 인물로서 국가정보원 차관보급 고위직을 지낸 ‘특이 경력’ 소유자이다. 사상 면에서 좌에서 우로, 다시 중도(中道)로 전향했다. 지난해 출간한 저서 ‘남북한 체제 경쟁 성찰’은 중도사상에 기초한 책이다. 고려대 법대 재학 시절 ‘강철서신’ 저자 김영환의 구국학생연맹(구학련), 안희정 전 충청남도 도지사등이 참여한 반미청년회와 더불어 주사파 3대 조직 중 하나이던 자주민주통일(자민통) 리더였다. 김경수 전 경상남도 도지사,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 원장이 자민통계로 분류된다. 자민통은 규모 면에서 주사파 최대 조직이었다. 대학 시절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여 4년 반의 수배 생활과 1년 3개월의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는 죽음을 각오한 묵비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고려대에서 북한 개혁·개방을 주제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 SK텔레콤 남북경협 담당 상무, 통일 IT 포럼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2001년 민간 싱크탱크 미래전략연구원을 창립하여 이사장을 맡았다. 초대 원장은 노무현 정부 첫 외교부 장관으로 입각한 윤영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 공동 고문은 고(故)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설립 이사장,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였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북한담당기획관(1급)으로 일했고, 오늘날까지 통일문제의 연구와 실천에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김정은 체제와 북한의 개혁개방’ ‘미중 패권전쟁과 문재인의 운명’ 등이 있다.
“신냉전 체제, 체제 경쟁에서 북한 우위, 남한 내 좌·우 갈등 심화라는 엄중한 3대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구해우 원장과 대담은 2월 9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제20대 대선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구해우 원장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수·진보의 위기가 아닌 국가 자체의 위기이다”라고 진단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한민국은 현재 3가지 위기가 중첩되어 있는 형국입니다. 세계 정세를 보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돼 신(新)냉전 시대에 접어들었다 할 수 있습니다.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는 2018년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됐습니다. 한국 내부적으로는 좌·우 갈등 혹은 보수·진보 갈등이 첨예화됐습니다.”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 구해우 원장은 시대정신으로는 ‘통합’이 요구된다고 했다. “중요한 점은 위기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합을 이야기하고 이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식과 진단이 잘못된 상태에서 통합을 해서도 안 되고 이뤄질 수도 없습니다.” 구해우 원장은 한국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에 처했지만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사람이 드물다고도 했다. “비유를 하자면 암에 걸렸는데 암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되는데 암에 걸린 줄도 모르는 심각한 상태인 것이죠.”

구해우 원장은 “신냉전 체제, 체제 경쟁에서 북한 우위, 남한 내 좌·우 갈등 심화라는 엄중한 3대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미중 신냉전시대 도래
남북한 체제경쟁에서 북한 우위
남한 내 좌우 갈등 심화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하고도 제대로 인식조차 못 하는 근본 원인은 뭐라 보나요?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현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약 20년 동안 대통령이 ‘국가’ 전체의 지도자가 되지 못하고 특정 정파(政派)의 우두머리 노릇을 해 온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른바 친노·친이·친박·친문 등 자신을 따르는 정파의 지도자였을 뿐이죠.” 구해우 원장을 차기 대통령은 정파 이익을 초월한 대한민국 전체의 지도자가 돼야 한다 조언했다. 그러면서 여·야 대권 후보들은 한국이 처한 위기를 인식하고 대처해 나갈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보수·진보·중도 세력 모두 사고가 미중 신냉전시대 이전 ‘탈냉전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관성적인 사고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죠. 그러한 관성의 연장선상에서 정책을 내놓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틀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남북한 체제 경쟁에서는 핵무기라는 비대칭 전력(非對稱戰力·asymmetric power)을 보유한 북한 우위로 바뀌었습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한국은 경제적으로만 앞서 있을 뿐 군사·외교적 면에서 핵 보유국 북한에 추월당했습니다. 다수 한국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냉혹한 현실입니다. 남·북한 관계는 배부른 돼지와 굶주린 늑대의 경쟁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주인은 문재인이 아니라 김정은이고, 김정은이 문재인의 국정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운전자는 김정은이었던 셈이죠.” 구해우 원장은 2018년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2018년 남북 정상회담, 2018년과 2019년의 북미정상회담 등 문재인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사건들도 모두 김정은이 주도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따라간 것이라고 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김정은이 요구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맞춰주지 못하니까 남북한 대회가 중단되다시피 한 거죠.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해법을 내 놓을 수 없습니다.”

한반도 운전자는 남한 아닌 북한
남한은 배부른 돼지, 북한은 굶주린 늑대

문재인 대통령을 네고시에이터(협상가)라는 표제로 보도한 타임지 아시아판. 2017년 5월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남북한 관계를 주도 하려 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 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네고시에이터(협상가)라는 표제로 보도한 타임지 아시아판. 2017년 5월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남북한 관계를 주도하려 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를 두고 구해우 원장은 “남북한 관계에서 운전자는 남한이 아닌 북한이었다”고 평가했다.

남북한 관계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으로 되돌아간 형국입니다. 원인은 무엇이라 보시나요?

“저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라고 판단합니다. 노무현·문재인 진보 정부,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 모두 대북정책에서 실패했습니다. 20년 대북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의 선결조건이라 생각합니다.” 구해우 원장은 북한 우위로 변한 체제 경쟁에서 한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미국과 핵 공유 협정 체결을 제시했다. “미국이 핵 공유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조건부 핵 무장론에 입각해 대응해야 합니다. 더불어 북한의 위협, 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주의적 위협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몽골 등을 중심으로 구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첨단 무기 도입, 탄도 미사일 개발 성과 등을 홍보하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과시하려는 듯하다’는 반문에 구해우 원장은 “한 마디로 무식한 짓”이라 일축했다. 핵이라는 비대칭 전력에 재래식 무기로 맞설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구해우 원장은 지난 20년간 대북정책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국가정보원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이 정치적으로 오염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이다. “국가정보원은 원장이나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거기에 맞게 맞춤형으로 정보를 생산합니다. 객관적으로 첩보를 분석하고 가공해서 정보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좌파 정부 들어서면 포용정책에 맞는 보고서를 올리고, 우파 정부 들어서면 봉쇄정책을 옹호하는 보고서를 만드는 식이죠.” 구해우 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정보원은 정권 안보 기구로 출범했다는 태생적 · 체질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국가 안보보다 정권 안보를 중시하는 체질 때문에 정치 권력에 줄 대는 행태가 나타났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고위직으로 일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국가정보원 개혁은 어떻게 보나요?

“기본적으로 한국의 권력기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국가정보원, 검찰을 망라해서요.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권력기관 개혁을 정략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실패한 것입니다. 국가정보원도 마찬가지고요. 상식적인 이야기인데 정보기관 개혁의 핵심은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입니다.” 국가정보원 북한담당기획관(1급)으로 일했던 구해우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들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장이나 차장 등 고위직에는 국가정보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추고 조직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과 실행력을 가진 인물을 기용해야 합니다. 막중한 책무를 감당할 만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발탁해야 하는 것이죠.” 구해우 원장은 필요하다면 원장 임기제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도 했다.

국가정보원 개혁은 필요하나 정략적으로 추진해서 실패
핵심은 독립성 전문성 보장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 연합뉴스.

정보·방첩 기관 개편은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미국 중앙정보국(CAI)이 정보 수집·분석을 담당하고 연방수사국(FBI)이 특수수사·방첩 업무를 주로 하듯이 국가정보원의 정보 수집 부문과 방첩 부문을 분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본 방향은 분리해서 전문화시키는 게 맞다 봅니다. 영국도 ‘MI5’라 불리는 정보청 보안부(국내 및 방첩 담당)와 ‘MI6’로 알려진 비밀정보부(대외 정보 업무 담당)가 분리돼 있잖아요. 다만 한국적 현실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가 있는 것이죠.”

오늘날 한국 진보를 평가한다면요?

“저는 한국 진보 좌파를 ‘얼치기’라고 평가합니다. 철학적으로 빈곤하고 자연 전략도 없다시피 하죠. 남은 것은 정략적인 전술 차원입니다. 한국 진보 세력을 친북·친중이라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친북도 친중도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욕먹는 것이죠.” 이렇게 정의한 구해우 원장은 미국·유럽의 예를 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계열 정당이나 ‘리버럴(liberal)’로 불리는 미국 민주당은 일관된 철학이 존재하고 이에 기반하여 국가전략을 수립합니다. 진보로서 철학과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죠.” 한국 진보의 주류인 주사파에 대해서 구해우 원장은 2019년 출간한 ‘미중패권전쟁과 문재인의 운명’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10만 명에 달하는 1980년대 주사파 운동권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 것과 전교조의 의식화 교육의 영향을 받은 세대의 사회 진출이 한국 사회의 이념적, 정치적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과거에 주사파였다고 해서 지금도 주사파인 것은 아니다.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그룹과 같은 주사파는 소수다. 문제는 운동권 시절 머리에 박힌 반미·반일·친중·친북적 사고다. 반미·반일·친중·친북적으로 사고하는 이들 세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 등을 통해 정치적 힘을 과시했다. 위안부와 징용공 문제 등을 매개로 한 반일투쟁과 최근의 지소미아 파기 논란 때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국 보수 우파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나요?

“한국 보수 우파 역시 ‘자기 중심성(egocentrism)’이 없거나 약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보수 우파는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국익’을 우선시해서 국가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데 미국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죠. 친미사대주의가 발생하는 것이고요.” 한국의 안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축인 한미동맹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의 철학과 이에 기반한 국가 전략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구해우 원장은 “미국 눈치보기로는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도 했다. “예를 들어 핵 무기 보유국인 북한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한국 보수 우파들이 ‘핵 공유 이야기를 꺼내면 미국이 부담스러워한다. 곤란하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핵 공유가 필요하다면 미국과 협상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 하는 거죠.” 구해우 원장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한미동맹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두 가지입니다. 1953년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입니다. 주지할 점은 두 가지 모두 한국이 미국에 비굴하게 처신해서 얻은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의 안전 보장 장치 없이 6·25전쟁이 휴전될 경우 다시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우려를 했습니다. 미국을 압박하기 위하여 반공포로 석방을 결정했습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미국 대통령이 노여워했지만 결국 정전협정 체결 전에 상호방위조약을 했습니다. 한미연합사령부도 박정희 대통령이 ‘독자 핵개발을 하겠다’며 미국을 불편하게 만들어 얻어낸 것입니다.” 그는 국가 간 무한 국익 경쟁이 전개되는 탈냉전 시대에 국익에 기초한 협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한국 보수 진보 모두 자기 중심성 부족
제대로 된 보수 진보로 거듭나기 위해 철학적 토대 필요

‘자기 중심성 부족’을 한국 보수·진보가 가진 공통의 문제점으로 진단한 구해우 원장은 제대로 된 보수·진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철학적 토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구 진보 좌파의 뿌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유·평등·박애 주창한 프랑스 대혁명 정신입니다. 그중 자코뱅파(Club des jacobins)로 불리는 급진 혁명 사상이죠. 이때 좌·우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생겨났습니다. 이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저술한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와 연결점이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마르크스-레닌주의 혁명으로 탄생한 소비에트연방입니다. 이후 루소사상과 마르크스-레닌주의을 절충하여 탄생한 것이 오늘날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사상입니다. 문제는 한국 진보·좌파는 두 철학에 대한 이해가 없다시피 한 것입니다.” 구해우 원장은 보수·우파 사상의 뿌리는 ‘프랑스혁명 성찰’로 널리 알려진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개념을 정의한 애덤 스미스(Adam Smith) 등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보수라고 할 때는 근대 국가 성립 이후의 보수를 생각해야 합니다. 근대 국가 문명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부터 정리된 보수주의가 나옵니다. 버크는 ‘프로비던스(providence·신의 섭리)’ ‘책임 있는 변화(prudent change)’ ‘처방전(prescription)’ 등의 이런 핵심 개념을 제시했어요.” 구해우 원장은 ‘국부론’의 저자로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핵심 저작은 ‘도덕 감정론’이라는 점도 짚었다. “많은 사람들이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자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는 자신이 죽기 전 묘비명을 ‘도덕 감정론의 저자, 여기 잠들다’로 써 놓았습니다. ‘도덕 감정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심이 주요하게 작용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마음속 공정한 관찰자’가 작용하여 지혜와 덕을 설파하게 만든다고 설파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정의한 마음속 공정한 관찰자는 신이 우리 내면에 세워 놓은 대리인입니다. 이 같은 이해를 통하여 애덤 스미스는 자유민주주의 근대국가 문명을 설계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이 밖에 구해우 원장은 보수 사상 원류를 이해하기 위해서 ‘사회계약론’을 주장한 존 로크(John Locke), 미국 건국 아버지 중 한 사람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사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날 좌파 운동권의 리더였던 구해우 원장은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즈음하여 완전한 보수 우파로 전향했다. 이후 다시 ‘중도(中道)’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는 보수 우파의 핵심 가치인 자유주의와 진보가 중시하는 공동체를 결합한 고(故)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설립 이사장의 ‘공동체자유주의(共同體自由主義)’와 맥이 닿아있다.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을 번역하기도 했던 박세일 이사장은 공동체자유주의에 대하여 “자유가 발전의 원리지만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물질적인 자유로만 흐르면 공동체가 약화된다. 그러면 자유가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되고 인간도 행복해질 수 없다. 그래서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 즉 공동체자유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구해우 원장은 고 박세일 이사장과도 오래 교분을 나눈 사이이다.

에드먼드 버크(1729~1797)의 ‘프랑스혁명 성찰’(Reflections on the Revolution in France·1790) 초판본 표지. 지성사에서 가장 유명한 프랑스 혁명에 대한 비판 중 하나이며, 근대 보수주의 사상의 토대를 마련하고 국제정치 이론에도 기여한 소책자로 평가받고 있다.

공동체자유주의를 두고 모서리가 둥근 네모 같은 모순된 주장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21세기 동서회통과 융합의 시대에는 17세기 이래로 서양이 주도하여 발전시킨 자유민주주의 근대국가 문명에 기초한 자유에 관한 철학사상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고, 이에 더하여 동양 사상 특히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 속에서 나온 무애(無碍) 사상을 융합·발전시켜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말한 구해우 원장은 “공동체자유주의는 탈냉전 시대에는 유용한 대안이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냉전 시대에는 국가 간 무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시대에는 자유주의보다는 애국주의를 좀 더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의 자유보다 애국이 더 중요해진 것이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경제 민족주의를 내세웠습니다. 21세기 신민족주의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경제적 국익의 증대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민족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대표적입니다. 다음으로 20세기 종족적 정체성에 기반한 패권적 민족주의 및 저항적 민족주의와는 구별되죠. 대부분 근대국가의 틀과 연관된 문화적 정체성과 애국주의와 결합된 운동 또는 정책으로 표출됩니다. 물론 신민족주의 흐름 속에는 종족민족주의·인종주의 등의 부정적 요소가 섞여 있기는 합니다.”

탈냉전시대 인식과 사고에서 벗어난 패러다임 전환 필요

오늘날 한국 정치에서 필요한 것을 꼽는다면요?

“우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은 자유민주주의 근대국가 문명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던 개인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존 로크와 토머스 제퍼슨이 제기하였던 개인의 자유권, 생명권, 재산권, 행복추구권이 고대 노예제 또는 중세 봉건제와 달리 모든 독립된 개인의 자율성, 창의성,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동기부여 등과 연결되어 결국 인류 역사상 그 전 시대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양적·질적 물질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것에 대한 구체적 이해가 필요한 거죠. 다음으로 에드먼드 버크가 주장한 ‘처방전의 정치(the politics of prescription)’ 이해도 필요합니다. 근대 이전 사회에서는 인의(仁義) 정치, 왕도(王道) 정치, 불교의 자비, 도교의 도인 사회 등 추상적인 표현으로도 사회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자유민주주의 근대국가 문명이 형성된 이후 눈부실 정도로 발전한 물질문명과 이에 따른 사회적·경제적·정칙적 문제의 복잡성은 이전의 추상적 개념으로는 많은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분석과 처방을 통한 구체적인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을 실현시키지 못하면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근대국가 문명이 파생시키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힘들 것입니다. 한국도 예외는 없죠.”

2017년 평화재단 전문가포럼에서 주제 발표하는 구해우 원장.

남북한 체제 경쟁 속에서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지향해야 할 것은요?

“한국 진보좌파는 북한을 화해 대상으로 상정하고 보수우파는 붕괴 대상으로 상정해 왔습니다. 이처럼 자신만의 색안경을 고집한다면 상대방의 변화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남북한 체제 경쟁 과정에서 상호 간에 배워나갈 수 있는 점도 놓치게 됩니다. 결국 남북한 체제 경쟁의 역사를 제대로 성찰하자면 중도회통사상에 기초해야 합니다. 즉 모든 껍데기적 인식, 잘못된 편견, 선입견을 없애고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는 것을 기초로 상호 회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죠. 더하여 상대방을 악마화해서 과도하게 충돌하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세계 정세 악화일로
3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 무력 충돌 발생할 수도

구해우 원장은 차기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엄중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2022년 세계 정세는 악화일로입니다. 유라시아 대륙 서쪽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 위기가 고조됐습니다. 동쪽에는 대만해협에서 긴장 수위가 고조됐고요. 남북한 문제도 엄중합니다. 관건은 무력 충돌 발발 위협이 높은 세 지역 모두 미국의 군사적 개입 없이는 무너지게 돼 있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미국이 3곳의 전장(戰場)에 동시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죠.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는 러시아, 대만에 무력 시위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 그리고 북한 모두 초강대국 미국에게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1953년 6·25전쟁 정전 이후 최대의 안보 위기입니다. 우크라이나-대만-한국의 위기가 연결돼 있는 것이죠. 차기 대통령은 위기의 본질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