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4·15 총선 감정기일…전문가 “복원력 가진 종이는 없다”

하석원
2021년 11월 22일
업데이트: 2021년 11월 23일

한국 대법원에서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총선에 대한 무효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원 상태로 회복하는 기능을 가진 종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감정인 증언이 나왔다.

지난 19일 대법원 특별1부(재판장 조재연·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 1호 법정에서 민경욱 전 국회의원이 제기한 인천 연수구 ‘을’선거구 선거무효소송의 감정인 신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감정기일에는 신수정 충북대 목재·종이과학과 교수가 감정인으로 출석했다. 신 교수는 원고 민 전 의원 측이 지정을 신청해,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감정인으로 지정됐다.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11시 40분께 종료됐다고 뉴스앤포스트는 전했다.

종이 전문가인 신 교수는 “종이가 원 상태로 회복되는 기능이 적용된” 투표지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증언했다.

신 교수는 “종이에 특수한 금속 물질(주석)을 넣어 만들어 복원력이 생겼다는 게 선관위의 주장”이라는 원고 측 발언에 “그런 종이는 없다. 만약 있다면 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신 교수는 시간이 흐르면 접힌 자국이 없어지며 빳빳해지는 종이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원고 측이 신 교수를 감정인으로 요청한 것은 지난해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4·15 총선) 개표과정에서 “빳빳한 신권 뭉치 같은 투표지가 발견됐다”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이밖에도 지난 4·15 총선 이후에는▲선거 장비의 네트워크(인터넷) 연결▲선거법에 규정되지 않은 QR코드 부정 사용 등 의혹이 제기됐다. 투표용지 분실 등 허술한 관리도 지적됐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5월 2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청사 대회의실에서 기자들을 초청해 투·개표 시연회를 열고 의혹 해소를 시도했다.

당시 약 3시간에 걸친 시연회에서 선관위는 투·개표 과정을 설명하고 선거장비를 현장에서 분해해 보여준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선거장비가 현장에서 사용되던 것을 그대로 떼어서 보여 준 것이 아니라 사전에 별도 준비한 것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기자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선관위는 “실제 선거에 사용된 모델”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빳빳한 투표지에 대해 “인주 번짐과 종이 걸림 등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가 원 상태로 회복하는 기능이 적용된 특수 재질의 종이를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4·15 총선 때는 무려 35개 정당 후보들이 출마했다. 세로 길이만 48.1cm에 달하는 역대급 비례대표용 투표용지가 사용됐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접는 법에 대한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선관위 규정에 따르면 기표한 투표지는 한 번 접어 투표함이 넣어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접지 않고 그대로 넣은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였다는 목격담이 전해진다.

이번 인천 연수구을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한 민 전 의원은 KBS 9시 뉴스 앵커 출신으로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4·15 총선 때 재선에 도전했으나 총 12만7166표 중4만9913표를 얻어 득표율 39.49%로 낙선했다.

연수구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정일영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41.78%의 지지를 얻어 접전 끝에 초선 당선됐다. 정 의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의정활동 중이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6월 28일부터 29일까지 약 22시간에 걸쳐 총선 무효소송 재검표 검증기일을 진행했지만, 문제가 될 만한 사전투표지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재검표로 1위와 2위 사이 표차가 기존 2893표에서 2614표로 279표 줄었다. 민 전 의원 최종 득표수는 5만64표가 됐다.

6년 소급 적용 보험 가입 추진, 가드 올린 선관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선관위는 선거 관련 소송 방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관위는 올해 4월 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선관위 직원 배상책임 보험 가입 추진 사실을 발표했다. 이 보험은 선관위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민·형사상 소송을 당할 경우 손해배상금과 변호사 비용을 일정 부분 보전해주는 상품이다.

특히 보장기간을 2015년 1월 1일~2021년 12월 31일로 설정해, 올해 2016년 총선과 2020년 총선(4·15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 등을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공정성 논란에 따른 소송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4월 보도에서 “소송을 당하는 선관위 직원에게 경제적 지원을 통해 안심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선관위 발언을 전했다.

선관위는 역시 해명자료를 내고 “2020년 준비과정을 거쳐 올해 가입을 추진 중인 정상적인 사업 절차”라며 “공정성 논란 소송을 대비한 것이라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업데이트: 재검표 검증기일과 관련해 재판부의 ‘판결’을 ‘결론’으로 수정했습니다. 혼선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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