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주권·국토 지켜낼 것”…시진핑 “조국 통일”에 응수

김윤호
2021년 10월 10일
업데이트: 2021년 10월 10일

차이잉원 “대만의 한 걸음이 세계 미래의 방향 결정”
시진핑 “완전한 조국 통일의 역사 임무 반드시 실현”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주권 확보와 국토 수호를 견지하겠다”며 전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조국 통일” 발언에 대응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10일 중화민국(대만) 건국 110주년 기념일 연설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전선에 선 중화민국은 지금 72년 이래 가장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우리가 나아가는 한 걸음이 세계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주의 중국과 미국을 필두로 한 자유민주진영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역대 최고조의 대결 국면을 형성한 가운데, 대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여부가 지역 안보를 넘어서 세계의 미래 모습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어 “대만은 72년간 큰 변화를 겪었지만 주권 보장과 국토 수호만은 지켜왔다”며 군사적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양안(중국, 대만)의 갈등 해결은 반드시 평등한 대화를 통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에 무게를 뒀다.

차이잉원 총통의 발언은 전날 시진핑 주석의 연설과 대척점을 이뤘다.

시진핑 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 연설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의 대만 지원을 염두에 둔 듯 “대만 문제는 완전히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완전한 조국 통일이라는 역사적 임무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실현될 것”이라면서도 “평화 방식으로 조국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 대만 동포를 포함해 중화민족 전체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며 평화 통일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연설은 ‘평화’보다는 ‘통일’에 방점을 뒀다는 게 중화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시진핑 주석은 2019년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통일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최근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중공군)은 지난 1~4일 총 149대의 사상 최대 규모 군용기로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며 지역 내 군사적 위협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늘 의견 대립이 존재해왔지만, 2019~2020년 홍콩 시위를 겪으며 대립은 더욱 뚜렷해졌다. 공산주의 중국은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를 통해 홍콩, 대만 등에 민주주의 체제와 자치권을 보장해왔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위를 진압하고 홍콩판 국가안전법 제정을 강행하며 홍콩의 시민사회를 억압하자, 대만에서는 ‘일국양제’ 약속을 믿다가는 제2의 홍콩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대만의 자주독립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

대만 총통실 장둔 대변인은 전날 시진핑 주석의 연설과 관련해 “대만의 미래는 대만 국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며 공산주의 중국의 일국양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장둔 대변인은 “중국의 통치를 받게 된 홍콩에서는 사람들의 정치적 자유가 크게 훼손됐다”며 빈과일보 사주 지미라이의 체포와 신문 폐간, 학생 및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범민주 진영 정치인들의 입지 축소 등을 거론했다.

대만 국방부에서도 시진핑의 ‘평화 통일’ 주장에 대한 완전한 불신을 나타냈다. 6일 주궈청 대만 국방장관은 “중국 정권은 4년 내에 전면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튼튼한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궈청 장관도 “4년 내”라는 단서를 단 것처럼, 중국이 당장 대만을 상대로 한 군사 행동에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스스로 공들여 준비해 온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수포가 되게 된다.

그러나 대만으로는 연일 이어지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방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만은 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을 편성해 공산주의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처하고 있다.

대만 정부가 26일 공개한 2022년도 예산안에서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3726억 대만달러(약 15조6천억원)였다. F-16V 전투기 구입 예산 401억 대만달러(약 1조7천억원)는 별도다.

그러나 대만의 군사력이나 국방예산이 중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객관적 사실이다. 역대 최대라는 대만의 2022년도 국방예산은 올해 중국 공식 국방예산의 6.5%에 그친다.

이 때문에 대만은 미국, 일본 등 같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전쟁 억지력을 강화하려 애쓰고 있다.

대만이 중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우선 과제로 선정해 접근하고 있다.

정치·외교·지리적으로 대만과 가까운 일본은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으면 일본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고 대만 인근 섬 4곳에 미사일 기지를 짓거나 건설 예정이다.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대중국 압박 카드로 두고 있는 셈이다.

현재 미국은 호주, 영국 등 동맹국과 함께 대만해협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협하는 중국의 군사적 행동에 공동 대응하고 있으며 대만에 대해서도 확고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9일 에포크타임스에 “우리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중단하고, 대만과 의미 있는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대만의 안정과 관련한 미국의 “단호한 약속”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0일 연설 하루 전 대만 북부지역 공군기지를 찾아 중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대만을 수호하는 군 장병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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