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왜 백신 수급에 실패했나?…病주고 藥도 못사게 하는 중국의 압력

2021년 6월 7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7일

대만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일로다. 6월 6일 기준 확진자 1만 1298명, 사망자 260명을 기록하고 있다. 6일 하루 동안 343명이 확진됐다.

대만 인구가 한국 절반 정도인 걸 감안하면 1일 700~800명대 확진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5월 22일 신규 확진자 723명으로 지난해 코로나19 창궐 이래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6월 5일에는 37명이 사망하여 1일 기준 최대 사망자 기록을 갱신했다.

‘쌍북(雙北)’으로 불리는 수도 타이베이(臺北)시와 타이베이시를 둘러싸고 있는 인구수 기준 대만 최대 지방자치단체 신베이(新北 )시 상태가 심각하다. 6개 행정원 직할시·13개 현·3개 시 등 대만 전역에 14일까지 3단계 경계태세가 발령됐다.

코로나19 재확산의 발화점은 속칭 ‘아공뎬(阿公店·아저씨 가게)’이다. ‘찻집(茶藝館)’으로 허가받았지만 실제는 중국인·외국인 여성을 고용하여 퇴폐 영업을 일삼는 불법 유흥 주점이다. 타이베이시 구 도심 완화(萬華)구 일대에서 성업 중이다. 아공뎬 종사자, 방문자를 중심으로 확산된 코로나19는 일파만파다. 아공뎬 발 코로나19 확산은 대만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방역모범국으로 꼽히던 대만 코로나19 재확산의 진원지는 속칭 ‘아공뎬(아저씨 가게)’로 불리는 불법 유흥주점이다. | 대만 연합보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던 대만의 낮은 백신 접종률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대만의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은 2% 선이다. 초기 방역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 백신 접종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탓이라 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이 문제는 백신 수급에도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후, 대만 정부는 방역 조치와 더불어 백신 조달을 시도했다. 주 타깃은 화이자(Pfizer)-바이오엔텍(​BioNTech) 백신, 현존 코로나19 백신 중 약효가 높아 선호도가 높은 백신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 도입 단계에서 대만은 ‘정치적 문제’에 봉착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 중화권 총판이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푸싱(復星·Fosun)의약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16일, 푸싱의약은 독일 바이오엔텍 mRNA(메신저 리보핵산)과 백신 개발 투자 조건으로 합작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홍콩·마카오·대만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2021년 5월 9일에는 중국 현지 생산도 공고했다. 2016년 출범 이래 중국과 다른, 대만을 강조하며 중국 측에 날을 세워 오고 있는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 정부로서는 난감한 문제였다.

대만 정부는 우회로를 택했다. 독일 바이오엔텍 본사에서 백신 직도입을 시도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백신 구매 협상에 돌입하여 12월 31일, 가계약을 타결했다. 올해 1월에는 최종 계약 조건을 조율했다.

순조로워 보이던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 직도입에 제동이 걸린 것은 최종 계약 체결 전 언론 배포 보도자료에 적힌 두 글자였다. 대만 측 언론 보도문에 ‘우리 나라’를 뜻하는 ‘아국(我國)’이 명기됐다.

바이오엔텍사(社)는 언론 보도 자료의 아국 표현을 문제 삼았다. 대만을 국가로 칭하는 나라 ‘국(國)’ 자가 들어갔다는 게 이유였다. 1월 9일, 대만 위생복리부는 ‘아국’을 ‘대만’으로 수정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바이오엔텍은 다른 이유를 들어 백신 공급 계약에 난색을 표명, 계약 체결은 결렬됐다.

화이자-바이오엔텍과 협상 결렬 과정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5월 27일이다. 코로나19 재확산, 백신 수급 문제로 비난의 화살이 천스중 위생복리부장에게로 집중됐다.

천스중 부장은 지난해와 올해 초 백신 도입 협상 과정을 공개하며 “계약은 이미 결정지은 상태였다” “계약서 내 문제가 아닌 계약서 외 문제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고 밝혔다.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 도입 협상 결렬 배경에 중국에서 꺼리는 ‘국가’ 표현을 둘러싼 정치적 배경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차이잉원 총통도 지난 5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우리는 바이오엔텍 독일 본사와 거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중국의 개입으로 지금까지 계약 체결을 못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오엔텍의 거부 배경에는 중국의 압력이 자리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1949년 양안(兩岸) 분단 후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중화민국)을 ‘나눌 수 없는 영토의 일부분’이라 주장한다. 와중에 대만 정부가 스스로 국가를 의미하는 ‘아국’이라 명기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었다.

/최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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