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의 서방 군사기술 절취 수법(상)

2018년 2월 21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26일

최근 중국이 군사기술 발전을 꾀하면서 ‘군사기술 절취’ 행위를 국가전략처럼 활용해 서방 국가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중국이 정권 수립 초기부터 해온 이 같은 행위가 그 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가운데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온갖 절취 수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1월, 중국 훙두항공(洪都航空)이 개발한 최신 항공유도폭탄이 미 공군의 최신 무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복수의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중국 시험비행원(中國飛行試驗研究院)이 L-15기를 시험비행하는 장면을 담은 홍보영상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해당 전투기 날개 아래 장착된 최신 항공유도폭탄에서 ‘TL-20/CK-G’라는 표시가 발견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외부에서는 중국에서 제조된 TL-20이 미 공군의 최신설비인 GBU-53/B 2세대 소구경탄(SDB-II)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실전 배치된 청두 J-20 역시 한때 논란에 휩싸인 바 있었다. 이 기종이 F-35를 무단 복제한 것이라는 미국과 이를 부정하는 중국은 설전을 주고받았다. 두 전투기 기종은 육안 상으로 관찰하기에도 몹시 유사한데, 특히 2014년에 중국인 2명이 미국 군수공장에서 F-35 전투기 엔진기술 및 제조기술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된 사례가 있어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미국은 ‘정보: 중국은 모든 것을 원한다(Intelligence: China Wants It All)’는 글을 통해 ‘중국이 F-35 전투기의 상세 자료를 손에 넣는 데 주력했던 정황이야말로 청두 J-20이 F-35를 무단 복제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무인기를 선보이면 곧이어 중국의 항공 박람회에서 무인기 모형이 발견된다면서 이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이 두 제품 간의 유사성을 두고 벌어질 논란에 대해 회피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민감한 기술을 빼돌려 자국의 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중국의 행위를 서방 국가들이 더욱 경계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 中, 하달 문건에 기술 도용 방안 스스로 폭로

첨단과학 중 인공지능 분야는 군사력 상승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정보를 선별하는 소프트웨어, 자율 작동 무인기와 무인 지상 차량과 같은 군사장비 기술은 병사의 전투 능력을 대폭 향상시켰다. 중국은 이러한 첨단기술 확보에 주력하며 서방 국가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를 펼쳐왔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7월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 통지를 발표하며, 인공지능 분야가 국제 경쟁구도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며 이는 미래지향적 전략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인공지능 발전을 ‘국가 전략적 측면’에 두고 ‘체계적으로 배치’하고 ‘주도적으로 계획하여’ 새로운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였다.

국무원은 지난해 7월 20일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 통지를 발표하며 해외의 민감한 기술을 절취하는 몇 가지 수법을 스스로 폭로했다. | 인터넷 캡처

◈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

한편, 이날 국무원은 자국의 과학기술 현실이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열악할 뿐 아니라 중요한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기초 이론, 핵심 계산법 및 핵심 설비, 첨단 칩, 소프트웨어와 어플리케이션 등에서도 큰 격차가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과 연구기관이 국제적 영향력을 갖출 수 있는 과학권역을 조성하지 못했으며 산업 사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체계적인 선진 연구개발 시스템이 미비한 가운데 인공지능 분야의 고급 인력 역시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통지에서 이와 같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일련의 책략으로 해외의 민감한 기술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 자백했다. 중국이 폭로한 자신들의 수법은 다음 4가지로 종합된다. 첫째, 국가가 자국 인공지능 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독려한다. 자국 인공지능 기업이 ‘해외 합병’, 주식 투자, 창업 투자 및 해외 연구센터 설립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해외 인공지능 기업, 과학 연구기관을 중국에 유치하여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도록 한다. 셋째, 전문 루트를 개방하고 특별 정책을 실시해 첨단 인공지능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한다. ‘천인계획(千人計劃,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첨단 해외 인재 유치 사업)’을 비롯한 현행 인재 계획을 총괄적으로 활용하여 인공지능 분야의 우수한 인재 유치에 나서는 것이다. 넷째, 자국 인공지능 기업이 국제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는 대학이나 연구소, 단체 등과 협력하도록 지원한다.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전략은 실제 운영 중에 있으며 서방 국가에 대한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밀수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 본 기사와 하편에서는 각각 이에 대해 기술할 것이다.

전략1: 기업이 해외 첨단 기술 산업을 대거 인수하도록 지원

2008년 중국은 영국 과학기술 회사를 인수하면서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인수 과정에서 중국 항공모함 분야를 발전시킬 중대한 돌파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차세대 ‘전자식 사출장치(EMALS)’에 대한 연구 및 제작은 지난 몇 년간 미중 양국의 주요 경쟁분야 중 하나였다. 미국은 최초로 EMALS 연구 제작에 성공한 국가로, 이 장치는 현재 차세대 핵 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CVN-78)함에 장착돼 있다.

지난해 중국 언론들은 항공모함 분야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성과를 중국이 거두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항공모함의 주력 전투기인 젠(殲)-15(J-15) 함재기가 시험비행을 실시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EMALS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찬사를 보냈다.

본지 영문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프스트(SCMP) 2017년 11월 19일자 기사를 인용해 중국이 EMALS 기술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가 자체적으로 IGBT칩을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IGBT칩이란 ‘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IGBT)’ 칩으로, EMALS 제조에 필요한 핵심 반도체 부품이다. 중국이 영국 다이넥스 반도체(Dynex Semiconductor)를 인수해 IGBT칩 제작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했던 것이다.

2008년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후난(湖南)성 주저우(株洲)시의 주저우난처스다이(南車時代)전기는 다이넥스 반도체 주식의 75%를 사들였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한 시점에서 당시 브라운 총리는 이 인수에 대해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본지가 취재한 영국 정부의 현직 소식통은 당시 정부가 이를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이넥스가 인수된 다음해인 2009년부터 IGBT는 영국의 전략적 수출통제 품목 제3류로 분류됐는데, 이는 영국이 유럽연합 이사회 제428/200항의 조례를 이행하는 과정 중 하나였다. 제3류에 해당하는 물품은 모두 ‘전략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영국 외의 지역으로 수출 시에는 허가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대규모 IGBT 생산 공장을 주저우(株洲)에 세우고 있었다.

미 지적재산권침해 위원회(TCTAIP) 공동 의장 데니스 블레어(Dennis Blair)는 1월 9일 미국 외국투자위원회(CFIUS)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현존하는 위협으로 ‘과거 차등급 기술을 노리던 중국이 현재는 최신 1급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주로 미국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군사기술을 훔쳐가며 미국의 동맹국으로부터도 중요 기술을 취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2017년 8월 15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게재한 글을 통해 중국이 취약한 과학기술 분야를 보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선진화된 기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 회사를 목표로 하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지식과 기술을 취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취하고 있는 전략은 선진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스타트업에게 시장에서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투자의 첫 번째 목표는 이익 회수가 아닌 최신 기술 점유에 있다. 윌버 로스 장관은 이렇게 점유한 기술들이 궁극적으로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거의 모든 대형 반도체 기업이 중국 공산당 대표 정부기관으로부터 투자 계약 요청’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J-20 전투기 개발사인 청두항공기공업의 모회사 중국항공공업그룹회사(AVIC)는 지난 6년간 미국 항공기 제작사 및 부품생산 회사를 대거 인수해왔다. 중국항공은 한 자회사를 통해 2011년 미국 항공기 제작사 시러스 항공기(Cirrus Aircraft)를 인수했고, 현재는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ies, ORNL)와 함께 연구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항공공업그룹회사가 한 자회사를 통해 미국 항공기제작사 시러스 항공기를 인수했다. 사진은 이 회사가 제조한 시러스 SR22G2이다. | 위키백과 공공영역이외에도 2016년 11월 초 캘리포니아주의 ‘캐넌브리지 캐피털 파트너스(Canyon Bridge Capital Partners)’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기반을 둔 반도체 회사 ‘래티스 반도체(Lattice Semiconductor Corp)’를 13억 달러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캐넌 브리지’가 중국계 사모펀드인 점을 우려해 이를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라티스 반도체 인수가 무산되자 캐넌브리지사는 지난해 9월 영국 그래픽칩(GPU) 설계·개발 회사인 ‘이메지네이션 테크놀로지’(Imagination Technologie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11월 비준을 받았다.

전략2: 첨단기술기업 중국에 투자 유치

중국이 민감한 기술을 확보하는 또 하나의 수법은 첨단기술 기업을 중국에 투자 유치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온갖 수단을 통해 지적재산권을 도용하는 중국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월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서 미국은 중국이 가는 혁신의 길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중국이 자유경쟁을 통한 시장경제체제를 택하는 대신 중국 내 미국 회사를 압박하여 특허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얻어내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그들의 수법은 다음과 같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미국 기업에게 중국 회사와의 공동 경영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다. ▲미국인이 중국 회사에 대해 보유 가능한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한다. ▲기술 양도와 관련한 조항을 상품 판매 계약에 포함시킨다. 이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미국 회사들은 부득이 특허기술, 최첨단 연구 성과 및 기술 노하우를 넘겨줘야 했다.

뉴욕타임스의 2017년 2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미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Foundries)는 1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중국에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반도체 기업이 중국으로 이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중국 정부를 지목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세력에 중국 중앙정부를 비롯해 성(省)급 정부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투자 및 보조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은 반도체 웨이퍼 공장과 연구 시설을 중국으로 유치시키기 위해 약 1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8월 8일 뉴욕타임스는 탐사보도를 통해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해 기술 양도, 합자회사 설립, 가격 인하, 중국 본토 기업 원조 등을 강요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또 이러한 중국의 수법들이 ‘위대한 계획’의 기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이 기업, 군대 및 정부를 통틀어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를 주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고 뉴욕타임스는 말했다.

또한, 중국 정부와 미국 과학기술계의 거목인 퀠컴(Qualcomm)이 공동으로 화신통(華芯通) 반도체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토지와 자금을 제공하고 퀠컴이 1억4천만 달러의 가동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퀠컴은 더 많은 첨단 제조 업무를 중국 파트너에게 넘기겠다고 약속했으며, 중국의 기술 능력 향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다수의 미국 국민들이 중국과 미국 기업의 협력이 자멸의 씨앗을 심는 일은 아닌지, 군사, 우주, 국방계획 등 핵심기술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계속)

샌디에이고 퀠컴 본사. | Coolcaesar/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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