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철수로 광둥 경제 타격…中 당국 “韓·日 기업 잡아라” 내부문서

허젠(何堅), 이윤정
2020년 9월 16일
업데이트: 2020년 9월 16일

미국의 대중압박과 기술유출 우려,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 등으로 외국기업들이 탈(脫)중국 행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붙잡으라”고 지시한 중국 공산당 내부 문서가 입수됐다.

광둥성 후이저우시 외사판공실 명의로 된 이 문서는 ‘일본·한국과의 교류 협력 상황 및 업무 계획 제출 요청’으로 ‘특급’이라는 등급이 표시됐다. 최우선으로 실행해야 하는 중대 지시라는 의미다.

수신처가 시 과학기술국, 공업정보화국, 자연자원국 등 후저우시 10여개 정부 부처와 각 구 정부로 표시된 이 문서에는 “동남아 국가의 방역 상황을 잘 이용하라” “공동 방역을 명분으로 일본, 한국 등 주변 국가를 붙잡아라” 등의 지시가 담겼다.

또한 후이저우시 외사판공실은 해당 문서가 광둥성에서 보내온 문서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둥성 정부가 한국과 일본이라는 특정 국가를 지목해 특급 지시를 내린 것은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해 두 나라 기업이 중국에 합작투자한 생산공장의 중국 이탈이 빨라지면서 지역 경제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 라인인 광둥성 후이저우(惠州)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지난 6월 중국에 있는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무역진흥기구(JETRO)는 지난 7월 30개 자국기업이 중국 공장을 태국, 베트남 등으로 이전한다고 밝혔고, 대만은 애플의 최대 위탁업체인 폭스콘이 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로 이전한다.

중국 공산당 후이저우시 외사판공실은 “특급 공문을 통해 상부에서 공동 방역을 명분으로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이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공문 캡처. /에포크타임스 단독 입수

삼성의 철수로 후이저우 경제에 큰 타격

후이저우시 상무부가 해당 공문에 회신한 문서(아래)에 따르면, 후이저우에 공장을 설립한 한국기업은 삼성, LG 포함 총 280개에 이르지만, 올해 미중 무역 마찰과 전염병 방역, 삼성전자 철수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한국과의 무역규모가 77.4%, 한국에 대한 수출액이 89.5% 급감했다.

후이저우시 상무국은 공문에서 삼성 등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함으로써 후이저우의 대외무역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공문 캡처. /에포크타임스
후이저우시 상무국의 내부문서 일부(사본) /에포크타임스 단독 입수

후이저우시 상무부의 별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후이저우에 남은 한국 기업(합작)은 96개다. 상무부 회신 문서에서 집계한 280개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후이저우에 진출했던 한국기업 10곳 중 7곳이 사업을 접었거나 철수한 셈이다.

후이저우시는 한국과 일본을 붙잡기 위해 올해 예정된 ‘광둥성-한국 교류회’ ‘일본-광둥 경제 촉진회’에서 후이저우 산업단지를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투자 의향을 보인 한·일 기업 방문단을 구성해 후이저우를 시찰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한 한국에 후이저우시 경제무역 대표부를 설치하고, 한국·일본·싱가포르 기업과 기관의 현지 방문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주요 기업을 방문하거나 투자 유치 박람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후이저우시의 한 곳만으로 전체 상황을 살피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제 전망을 장밋빛으로만 전하는 중국 공산당 언론의 보도 내용과 실제 경제 상황은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린이는 해당 공문에 ‘특급’으로 분류된 점에 주목하며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며 “외국기업의 이탈을 막고 지역의 산업 사슬을 유지하는 일이 절박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광둥성-후이저우시를 거쳐 발송된 이번 내부문서에 담긴 “한국과 일본을 붙잡아라”는 경제 정책인 동시에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 사업인 ‘일대일로’와도 연계된 정치 임무다.

지난 1월 후이저우시 일대일로 판공실은 ‘2019년 일대일로 사업실태 및 2020년 사업 구상’ 보고서에서 광둥성의 일대일로 산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한·일 투자 유치 활동, 후이저우 산업단지 건설 성과를 소개했다.

한·일 기업과의 우호적 관계 구축과 투자 유치 등이 일대일로 사업의 일부라는 것이다.

후이저우시는 ‘2019년 일대일로 사업 실태 및 2020년 사업 구상’ 공문에서 중공 일대일로 사업 배치를 수행한 실적을 소개했다. 사진은 공문 캡처. /에포크타임스 단독 입수

외국도시와 우호도시 협정 체결도 일대일로의 일환이다.

에포크타임스가 이번에 함께 입수한 후이저우시의 또 다른 내부 문서 ‘자매(우호)도시 교류 상황 분석표’에 따르면, 우호도시 체결 사업은 시 정부가 아니라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직접 총괄하는 프로젝트로 나타났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후이저우시는 한국 성남시, 영국 우스터셔주, 캐나다 노스밴쿠버시, 미국 밀피터스시, 멕시코 산마르틴 데라 피라미드 등 5개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후이저우시 외사판공실의 ‘자매도시 교류 상황 분석표’ /에포크타임스 단독 입수

이 가운데 성남시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도시와는 교류가 크게 줄었거나 중단된 상태다. 다만 성남시와는 지난 5년간 청소년 교류, 정부 상호 방문, 경제·관광·교육 분야의 협력 등 다양한 교류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린이는 “후이저우시가 성남시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목적은 1차적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2차적으로는 이를 기반으로 한국의 경제와 기술을 활용해 중국의 경제 위기를 해소하면서 한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중공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자 최대 수입국이다.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각국이 출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기간을 설정할 때, 중공 당국은 지난 5월 1일부터 한국 기업인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먼저 ‘패스트트랙’(입국 절차 간소화 제도)을 제공했다.

리린이는 “이 역시 중공 당국의 한국 끌어안기로 볼 수 있다”며 한국이 중공의 홍콩 국가안전법(홍콩안전법) 강행 상황에서도 침묵한 요인이자,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 중단 등 대중 압박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로 풀이했다.

그는 “후이저우시의 내부 문건들은 중공이 안팎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을 붙잡으려 애쓰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막대한 충격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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