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대학, ‘공산당 선전기관 전락’ 논란에 中 후원금 반납

김윤호
2022년 01월 25일 오후 3:34 업데이트: 2022년 01월 25일 오후 5:23

네덜란드의 한 대학 학술기관이 수년간 이어졌던 중국 시난(西南) 정법(政法)대 측의 후원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네덜란드 공영방송 산하 뉴스·스포츠 채널인 네덜란드 방송 재단(NOS)은 최근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자유대학 내 인권기관인 다문화인권센터가 중국 시난 정법대 후원금으로 인권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중국의 인권상황을 옹호하는 왜곡된 활동을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 후 학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논란이 확산되자, 대학 측은 후원금을 거부하고 이미 받은 후원금도 일부 반납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재단이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18~2020년 다문화인권센터는 매년 약 25만~30만 유로(약 3억4천만원~4억원)의 후원금을 이 센터의 유일한 해외 후원단체인 중국 시난 정법대로부터 받았다.

이 후원금은 정기 간행물 발행, 회의 개회 등 여러 항목에 지원됐으며 특히 중국 인권을 옹호하는 연구 지원에도 투입됐다.

NOS는 ‘중국은 왜 네덜란드 학술기관에 영향력을 발휘할까’라는 제하 기사에서 “다문화인권센터가 중국으로부터 매년 수십만 유로를 받았으며, 중국 정부의 인권을 긍정적으로 선전해 왔다”고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다문화인권센터 관계자 일부는 중국 관영매체와 SNS에서 중국의 인권상황을 지지하거나 높이 평가하고 중국 정부와 같은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톰 즈워트 센터장은 중국 관영매체 인터뷰에 단골로 등장하며 “중국은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즈워트 센터장은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판공실이 지난 2014년 9월 홈페이지에 게재한 인터뷰에서 그는 “중국은 법제 분야가 우수하며 인권 보호를 잘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직원인 피터 페베렐리는 “신장 지역에는 인종차별이나 종족 학살이 없다”고 말했다.

외국 전문가의 입을 통해 중국 공산당 정권을 칭송하는 이런 보도는 소위 ‘내수용’이다. 정권에 대한 불만을 무마하고 외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처럼 꾸며 정권 지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꾸미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3월 50여명의 인권·전쟁범죄·국제법 전문가들이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신장 지역에서 국제연합(UN)의 ‘집단살해죄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방국가에서도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은 집단학살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네덜란드 자유대학 다문화인권센터는 중국의 인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제 인권기구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문제 담당인 소피 리처드슨 국장은 “민주 국가의 대학은 중국 정부의 인권 공작에 넘어가기 쉽다. ‘차이나 머니’가 들어간 다문화인권센터는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을 탄압한다는 대량의 증거를 외면하고 중국 인권에 대해 중국 정부와 놀랍도록 유사한 입장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유대학이 중국 측 후원금을 끊기로 한 결정에 대해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의 로베르튀스 데이크흐라프 장관은 환영 성명을 내고 “자유, 신뢰, 독립성 등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네덜란드 학술계는 다른 국가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해 학술의 핵심 가치관, 특히 인권과 관련된 가치관을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민주66(D66)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네덜란드 정치·경제·사회·학계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을 의회 차원에서 조사하는 일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