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버린 게 아냐” 시장서 잃어버린 3살 딸을 44년 만에 찾은 78세 엄마의 눈물

이현주
2020년 10월 19일 오후 1:32 업데이트: 2020년 10월 19일 오후 1:32

남대문시장에서 잃어버린 딸을 찾아 헤메던 엄마가 44년 만에 미국에 입양된 딸을 찾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입국이 어려워서 모녀는 화상으로 먼저 만났다.

초조하게 화면을 바라보던 엄마와 오빠, 그리고 쌍둥이 언니 눈에 쉼 없이 눈물이 흘렀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어머니 이응순(78)씨와 딸 윤상희(47)씨, 아들 윤상명(51)씨는 모니터를 통해 미국 버몬트주에 거주하는 쌍둥이 동생 윤상애(47)씨를 만났다.

1976년 6월 당시 세 살이었던 상애씨는 외할머니와 함께 남대문 시장으로 외출했다가 실종됐다.

가족들은 그날 이후 상애씨를 찾기 위해 모든 걸 다 했다.

뉴스1

남대문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하고 통금시간을 꽉 채워가며 아이를 찾는다는 전단을 붙이고 돌아다녔다.

서울에 있는 보육원은 다 찾아다녔다.

기독교방송 라디오와 한국일보에 사연을 올렸고, KBS ‘아침마당’에도 출연했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가족들은 상애씨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남대문시장에서 생업을 이어갔다.

윤씨가 2016년 국내에서 유전자를 채취하는 모습/경찰청 제공

어머니는 한복집을, 오빠는 복권방을 열었다.

이씨는 “널 잃어버린 곳에서 뱅뱅 돌며 장사 했다. 지나가는 아이마다 너인가 아닌가 쳐다봤다”며 “하루라도 널 잊은 날이 없다”고 말했다.

상애씨는 통역을 통해 “경기도 수원의 한 병원에 버려졌다고 들었다”며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쌍둥이 언니와 오빠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답했다.

윤상애씨의 미국인 양어머니와 양언니/경찰청 제공

가족들은 “수원까지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서울에서만 찾았다”며 “우리는 절대 널 버린 게 아니다”며 눈물을 흘렸다.

쌍둥이 언니 윤상희씨는 “아버지는 잃어버린 딸을 그리며 술만 마시다 병으로 돌아가셨다”며 “우린 절대 동생을 버린 게 아니다. 여전히 호적도 이름이 남아있다”며 주민등록등본도 들어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상애씨는 실종 6개월 뒤인 1976년 12월 ‘문성애’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입양됐다.

SBS

그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 시민단체를 통해 2016년 국내에 입국해 유전자를 채취했다.

이씨도 딸을 찾겠다며 2017년 경찰서를 찾아 유전자를 채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 사람이 친자관계일 수 있다고 감정했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두 사람 유전자를 다시 채취해야 했다.

경찰청 제공

하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상애씨가 다시 한국에 와야 해 최종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부터 경찰청과 외교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이 합동해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확대하며 기회가 생겼다.

이 제도로 재외공관은 한인 입양인의 유전자를 채취해 경찰청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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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애씨는 미국 보스턴 총영사관에서의 검사를 통해 이씨와의 친자관계를 최종 확인할 수 있었다.

재외공관에서 입양인의 유전자를 채취·분석해 친자관계를 확인한 첫 사례다.

경찰은 현재 14개국 재외공관 34곳에서 친자관계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