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잊고 전원 안 끈 상하이 구청 ‘구내식당 전광판’이 불러온 파장

류지윤
2021년 3월 25일
업데이트: 2021년 3월 25일

“닭볶음(궁바오지딩) 한 그릇에 500원, 만둣국(훈툰)은 170원”

중국 상하이 한 구청의 구내식당 음식 가격이 치솟은 물가에 신음하는 중국인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한 중국인은 상하이 정치·경제·행정의 중심지인 황푸구 구청 청사 구내식당 동영상을 찍어 올렸다. 그가 촬영한 핵심은 말도 안 되게 싼 음식 가격.

동영상을 찍은 누리꾼이 국가 기밀 유출을 이유로 구형을 받았다는 주장이 상하이 시민들에 의해 제기됐다.

사회주의 국가가 공무원을 대거 고용하고 거액의 예산을 집행하는 ‘큰 정부’를 추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공산당이 공무원들을 잔뜩 뽑는 건, 복지혜택을 주면서 체제에 충성하는 무리를 만들어 내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굉장히 저렴한 음식값…국민 소외시키는 정부

지난 21일 중화권 SNS에는 상하이의 행정 중심지인 황푸구 정부(구청)청사 구내식당 동영상을 촬영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은 지난 18일 구청에 백신 접종을 하러 간 누군가가 촬영한 것으로 추측됐다.

그에 따르면, 구청 측은 백신 접종을 위해 구내식당을 개방하면서, 식당 내에 설치된 전광판을 끄는 것을 잊었다.

이를 놓치지 않고 촬영한 식당의 가로 방식 전광판을 보면 다양하면서 매우 저렴한 메뉴들이 스쳐지나간다.

검은 화면에 선명한 빨간 글자로 궁바오지당(닭볶음) 3위안(약 520원), 훈툰(만두국) 1.2위안(약 208원), 국수 0.3위안(약 52원), 샤오룽바오(만두) 4개 3위안, 삶은 계란 1개 0.7위안(약 120원), 커피 쿠폰 2위안(약 350원) 등이 보인다.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홍수, 가뭄, 병충해로 시진핑 주석이 “음식 낭비를 줄이자”며 먹거리 아끼기 운동을 주문하고, 물가가 올라 장바구니가 가벼워지는 상황에서 동영상 속 초저가 메뉴를 본 중국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상하이 시민 왕(王)모씨는 에포크타임스와 보안 메신저를 통한 인터뷰에서 “만약 일반 음식점에 이렇게나 싼 곳이 있으면 서민들은 기뻐 날뛸 것”이라고 전했다.

왕 씨는 “이렇게나 싸니 인터넷에선 이미 난리가 났다. 밖에선 훈툰 한 그릇에 9위안(약 1560원)인데, 저기선 고작 1.2위안이면 몇 배 차이인가? 샤오룽바오는 밖에선 6개에 9위안인데 저기선 4개에 3위안이다”라고 말했다.

80년대 정부 기관에서 일했다는 왕 씨는 “구내식당에서는 밀가루와 고기는 품질도 좀 더 나은 걸 쓴다”며 “옛날에는 아예 돈을 받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명목상 돈을 받지만, 사실 식대 보조금이 나오므로 공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중국 청년들이 공무원에 몰리는 현상을 언급하며 “월급은 중간 정도지만, 안정적이고 대우도 좋은 편이다. 식대, 유류비 등 각종 수당이 많아서 월급에 맞먹는다. 연금, 적립금 등 각종 혜택도 많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특권을 누리지만 일반 서민들은 인터넷에서 푸념이나 늘어놓는 것 외에는 할 게 없다. 선거가 있나 뭐가 있나. 그들은 총칼(공안·군대)을 쥐고 있으니 우린 당해낼 방도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상하이 시민은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 퍼졌다. 영상을 촬영했다는 사람이 국가기밀 유출로 구속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당국이 역추적해 금세 잡아들였다고 한다”고 했다.

이 시민은 “가격이 싸니까 찍어서 올린 건데, 체포할 일은 아니지 않나. 그저 있는 그대로 찍은 것뿐인데 구청 구내식당 밥값이 무슨 국가기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반(反) 공산당 활동가 둥광핑(董廣平)은 에포크타임스에 “음식값이 너무 싸서 깜짝 놀랐다”며 “굵직한 사건보다 오히려 이렇게 피부에 와닿는 밥값 차별이 더 여론을 분노하게 만들 수 있다. 공산당은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둥 씨는 “그저 싼 밥값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 겉으로는 계급 평등을 내세웠지만, 속으로는 제도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은 공산당이 감추고 싶은 비밀이다”라고 했다.

이어 “잘못됐다는 걸 알아도 말할 수 없고, 말하면 비밀 누설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사람들이 입 밖에 내는 것. 이것이 공산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로 관료들 회유하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

상하이 정부청사 구내식당의 저렴한 음식 가격은 결국 국민(인민)의 세금으로 가능한 일이다.

중국은 공무원 대신 재정부양인원(財政供養人員)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정부 공무원 외에 각종 사업기관 근무자와 퇴직자를 모두 포함하는 용어다. 이들을 모두 정부 재정으로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중국 경제개혁연구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말까지 중국의 재정부양인원은 6400만명 이상으로 민간인 21명이 공무원 1명을 먹여 살리는 구조였다.

이 비율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재정부양인원이 극단적으로 높은 경우도 있다.

중국의 지방의회 격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올해 회의에서 샨시(陝西)성 정협 부주석은 지역 내 한 현(縣 ·한국의 군에 해당하는 행정단위)의 인구는 3만명인데 재정부양인원은 6천명이었다며 비율이 5대 1이라고 했다.

둥광핑은 “공무원이나 관료들은 대체로 정권을 편들거나 최소한 쉬쉬하기 마련이다. 지방 말단에서부터 중앙 고위직까지 복지혜택으로 충성을 요구하는 구조가 고착됐다. 전체주의 체제에서는 이런 지배구조가 필연적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렴한 구내식당은 이런 복지혜택의 극히 일부”라며 중국 온라인에 폭로된 중앙정부 퇴직 관료에 대한 복지대우를 소개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에 따르면 △주택구매 보조금 건축면적 기준 220㎡(약 66평형) △전담 운전기사 겸 경호원과 의료진 배치 △1년 4회 3주간 국내 휴양, 가족 제한 없음 △여행 시 비행기는 일등석 혹은 비즈니스석 2~4석, 기차는 일등 침대석, 승용차 3대 혹은 관광버스 2대 제공 △호텔 스위트룸 숙박비(식대포함) 지급 △무상의료 등이다.

둥광핑은 “중국 공산당의 모든 체제는 고위 관료와 그들의 가족과 추종자들을 포함한 소수만을 위한 것”이라며 “똑똑한 중국의 젊은이들이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체제에 순종하는 선택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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