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급속한 공급망 개편 속 수입선 다변화해야”

이윤정
2021년 11월 10일
업데이트: 2021년 11월 12일

김승욱 중앙대 명예교수 “비상사태 대비한 플랜B 필요”
“경제안보 중요, 대체 공급할 국내기업 육성도 시급”

중국에서 시작된 요소수 품귀 사태가 우리나라 곳곳을 뒤흔들고 있다.

요소수를 넣어야 운행이 가능한 트럭, 화물차, 소방차, 구급차 등이 운행 중단위기에 처했고 택배 등 물류대란을 비롯해 경제 전반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특별전담팀(TF)을 구성하는가 하면 지자체들도 요소수 재고 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대통령까지 요소수 확보를 촉구하며 국민 달래기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는 요소를 생산하는 기업이 한 곳도 없어 지금과 같은 공급난이 수개월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승욱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명예교수는 지난 9일 전화 인터뷰에서 “가격이 싸다고 특정 국가에 너무 의존해왔던 게 문제”라며 “국가 경제에 꼭 필요한 주요 전략 물품부터 의무적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국내에도 대체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을 육성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며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제품은 정부가 지원해서라도 일정 부분 국산화를 해야 한다”는 세간의 의견에 동조했다.

“중국 의존도 줄이고 수입선 다변화해야”

석탄에서 ‘요소’를 추출해 증류수를 섞어 만드는 요소수는 경유차량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분해해 저감시키는 성분이다. 2015년부터 경유차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요소수는 화물차, 트럭 등 경유차 운행에 필수품이 됐다.

김 교수는 “우리가 기술이 없어서 요소수 생산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중국산이 워낙 싸서 가격 경쟁이 안 되는 것”이라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요소의 97%를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에는 롯데정밀화학 등이 요소를 생산했지만 중국산 등에 가격 경쟁력이 밀리면서 2014년부터 국내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저가 제품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품목에 대한 공급망에 세계적인 우려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교수는 “세계 경제에서 더 싸게 생산할 수 있는 곳에서 생산해서 교환하면 서로 이득을 본다는 게 자유무역의 기본 원리이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을 때 이야기”라며 “서로 적대 관계에 놓이면 보복과 경제적 타격이 따르게 마련”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한 나라가 독립을 유지하고 적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상비군을 두는 것처럼 이런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항상 플랜B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미중 갈등이 신냉전으로 비화하면서 중국이 독점 공급하는 품목에 대한 경계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이런 점에서 소극적이었고 준비도 미흡했던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국제관계도 배려 필요…예고 없이 수출 막았다면 외교적으로 항의해야”

일각에서는 이번 요소수 대란에서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반도체 위기를 떠올리며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김 교수는 “그때는 우리 정부가 대응을 잘못했다기보다 위안부 보상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을 정치적으로 풀지 못하고 강경자세를 취함으로써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고, 이번 경우는 중국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2년 전과 다르다”고 풀이했다.

호주와의 무역 분쟁으로 석탄 수입을 금지당하면서 석탄 부족으로 전력난까지 겪고 있는 중국은 지난달 15일부터 총 29종의 비료 품목에 대해 반드시 검역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요소 수출을 제한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이와 관련 “중국 국내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면서 “중국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책임 추궁을 해봐야 알겠지만 만약 중국이 이런 사태를 예고했고 우리 정부가 늦장 대응한 것이라면 우리 잘못이지만 중국이 아무런 언질도 없이 갑자기 수출을 막았다면 중국에 외교적으로 항의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국제관계에서도 미리 예고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마땅히 해야 할 배려라는 것이다.

“정부 통제보다 시장경제 원리에서 기업 독려 필요”

김 교수는 “이미 벌어진 품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과거에 요소를 수입했던 나라들에 민간사절단이라도 보내 수급해 와야 한다”며 “정부보다 기업들이 뛰는 게 빠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언론에서는 요소수 품귀와 관련해 매점매석, 바가지 상흔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품귀현상이 발생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장 경제의 당연한 원리”라며 “값이 올라야 민간 기업이 뛴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점매석은 막아야 하지만 민간 기업이 공급망을 개척해 수입을 촉진하려면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너무 규제하면 안 된다”며 “기업이 발 빠르게 움직여 해외 공급망을 개척하고 마음껏 수입해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쟁 상황도 아닌데 정부가 나서서 가격 등 모든 걸 통제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미중 갈등으로 차이메리카(Chimerica·차이나+아메리카) 체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공급망이 형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차이메리카는 하버드대 닐 퍼거슨 교수가 만든 경제 신조어로,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던 미국과 중국의 상호보완적 협력체계를 일컫는다.

김 교수는 “많은 민간기업들이 중국에서 동남아 등지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며 “중국이 해오던 생산기지 역할을 이제는 다른 나라가 감당해야 하고 새로운 공급망 확충과 관련한 개편도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시스템, 체제가 다른 두 나라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중립을 지키는 건 불가능하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정부도 미국 쪽으로 확실하게 선택해야 하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행보를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욱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명예교수는 한국 제도·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 경제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yunjeong.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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