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 별세로 공석 생긴 연방 대법관, 후임 인선 美 대선 새 쟁점 부각

하석원
2020년 9월 21일
업데이트: 2020년 9월 21일

진보주의 대법관의 별세로 미국 대선 정국이 혼돈의 소용돌이로 치닫고 있다. 폭풍의 핵은 후임 대법관이 대선 전 지명되느냐 마느냐다.

18일 미국에서 ‘진보진영의 아이콘’인 로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이 암 투병 중 별세했다. 향년 87세.

그동안 항암 치료 중이던 긴즈버그의 복귀 여부는 미국 정치권에서 주요 관심사였다.

미국 대법원의 이념 구도가 보수 4+1 대 진보 4로 나뉜 상황에서 그녀가 대법관직을 포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 판사를 임명해 이념구도가 보수 진영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로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 | 로이터=연합뉴스

보수를 4+1로 평가되는 것은 9인의 대법관 중 수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65)이 최근 연이어 진보적 판결을 내놓으며 트럼프와 맞서고 있어서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사안에 따라 진보 보수를 오가는 상황이다.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모든 연방정부 건물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면서도 지체 없이 후임자를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9일 대법관 후보 20명의 명단을 발표하며 “급진좌파의 대법원 진입을 차단하겠다”며 공석에 대비한 바 있다.

미국에서 연방 판사는 대통령이 지명하면 상원의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 연방 대법원 판사도 포함된다.

전날(18일) 공화당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하는 인물에 대해 상원이 투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100석인 상원은 공화당이 53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후임 대법관 임명이 대선 이후에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0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후임 대법관 지명과 상원 인준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관 인준 추진을 “부당한 정치적 권력의 행사”라며 자신이 이기면 지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카멜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케어를 뒤집고 이민자 보호를 중단하고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사람을 지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지난 주말에는 시위대가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자택 앞으로 몰려가 후임 대법관 인준 예고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 인준을 좌절시키기 위해 공화당 상원 2명을 접촉 중이다. 해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 대법관 임명을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관 대선 전 임명 왜 쟁점?

올해 투표는 사상 최대의 혼전이 예상된다. 유례없는 규모의 우편투표로 진행되면서 투표용지 부실이나 배달 사고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사망자 35만명이 그대로 유권자로 등록된 선거인 명부, 지난 6월 실시된 예비선거에서 확인된 1000여명의 중복투표 등이 겹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는 부정 선거이자 사기 투표”라고 주장하며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고,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진영도 전문가로 구성된 법률팀을 꾸려 대선 패배 시 법적 분쟁 제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선이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이면, 사안에 따라 승부가 연방 대법원 재판장에서 갈릴 수도 있다.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한국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합친 격이다.

9인의 종신직 대법관이 연간 100여건 정도의 적은 사건만 처리하는데 정치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건을 최종 심리한다. 일종의 정치 기구 역할도 한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미국 사회의 제도와 문화를 한 세대 이상 규정할 정도의 큰 영향력을 지닌다.

1973년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그랬고, 2015년 동성결혼 합헌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내려진 연방 대법원의 이 판결로 지난 5년간 미국에서는 동성 부부 가구가 7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로 공석이 생긴 연방 대법관에 어떤 인물이 후임으로 임명되느냐에 따라 향후 미국 사회의 이념적 방향성이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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