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 블루’에 더 취약한 2030세대

2021년 5월 28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1일

전문대를 졸업한 취준생 A씨(22세)는 최근 새벽에 잠을 깨는 횟수가 늘었다. 코로나로 취업문이 좁아진 데다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도 늘었다. 연일 확진자가 속출한다는 소식을 접하면 언제 나아질지 기미가 안 보여 답답하기만 하다. SNS를 보면 다들 잘 지내는데 본인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다.

‘코로나 블루’ 앓는 2030 청년들

전염병이 이어지면서 우울감과 무기력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었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 ‘코로나 블루’가 청년들을 덮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6일 발표한 ‘2021년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22.8%)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년(3.8%)에 비해 약 6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대, 30대가 다른 세대보다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30대 우울 위험군 비율은 각각 20.0%, 30.0%로 60대(14.4%)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코로나19 발생 전 대비 크게 높아졌다. 지난 3월 자살 생각 비율은 16.3%로, 2018년 4.7% 대비 약 3.5배 껑충 뛰었다. 지난해 3월 9.7%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20대(22.5%), 30대(21.9%)로 나타나 50대(12.5%), 60대(10%)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28일 에포크타임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2030세대는 불확실성이 높은 세대”라고 짚으면서 “청년 세대가 코로나19로 취업 기회가 줄거나 고용이 불안정해지는 등 경제사회 활동이 위축되는 상황들에 제약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청년 10명 중 8명은 자신을 ‘코로나19로 암울한 세대’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8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 발표에 따르면 2030세대 2천171명을 대상으로 ‘스스로 코로나19 세대라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79%가 “나는 코로나19 세대”라고 답했다.

 

2030 청년, 왜 ‘코로나 블루’에 더 취약한가

1. 경제적 자립이라는 높은 벽

전문가들은 청년세대에서 우울증 환자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가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 청년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혔던 취업난이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현진희 교수는 “고용과 소득이 정신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을 보였다”며 “2030세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4050세대보다 코로나로 인한 영향을 더 부정적으로 인식했다”고 에포크타임스에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청년층 일자리가 급감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정장을 입은 한 학생이 앉아 있다. 2020.10.21(연합뉴스)

산업연구원이 지난 9일 발표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1년의 한국 경제: 경제적 영향의 중간 평가’ 보고서에서 지난 한 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줄어든 일자리가 46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통계청 ‘2020년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2030세대 일자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20대 이하와 30대에서 일자리가2만3천 개, 6만8천 개가 줄었다.

2. 비대면으로 인한 사회적 교류 감소

수업이나 직장 등 근무환경이 비대면 위주로 바뀐 것도 우울증 증가의 원인으로 꼽혔다.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한국처럼 만남이 중요하고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에서 오프라인 모임의 제한이 장기화되면 고립과 단절로 인한 우울감이 나타날 수 있다”고 1월 8일 한겨레에 기고 칼럼에서 지적했다.

오주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히 젊은 층은 수업이나 직장 등 근무 환경이 비대면 위주로 바뀌며 일, 공부, 휴식 간의 경계가 무너졌다”며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대면 환경에서의 긍정적 정서 교류 기회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5월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우울감, 무기력함이 가구 형태와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1인 가구의 경우 심리적으로 어려울 때 곁에서 지지해줄 동거 가족이 없다는 것이다.

현진희 교수는 “2030세대 중 1인 가구 즉, 동거 가족이 없는 경우도 정신건강과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청년들이 코로나 이전에 대인관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도움을 받았다면 지금은 이런 지지 체계가 단절돼 고립감을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 인터넷 SNS 및 미디어 노출 시간 증가

방통위가 지난 2월 발표한 ‘2020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디어 시청 시간이 증가했다(32.1%)’고 답한 비율은 ‘감소했다(2.3%)’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다.

Pixabay

이 가운데 미디어 사용 시간이 길어진 것이 우울증 증가의 직간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UC어바인) 공동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전통미디어가 코로나 블루 증가를 부추겼다.

지난해 9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에 실린 연구결과에서 감염병 관련 소식에 노출되는 시간이 긴 사람들에게서 급성 스트레스와 우울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깥 활동이 줄면서 인터넷 및 SNS 이용 시간이 길어진 것도 우울증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3월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0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들이 인터넷을 이용한 평균 시간이 2019년보다 2.7시간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SNS에 전시된 타인의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는 청년층에게 자존감 하락과 우울감이 증가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마음 방역’ 절실히 고민할 시점

팬데믹이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 주최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정신건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포럼에서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 부장은 팬데믹이 길게는 40~50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윤영 부장은 1918년 발병해 약 5천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1960~1980년 사이 미국 인구센서스 결과를 바탕으로 전향적 추적조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 스페인독감 대유행 동안 출생자는 다른 시기 출생자보다 학력이 낮고, 신체장애 비율은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포럼에서 밝혔다.

학업과 구직을 병행하며 불안한 미래를 마주해야 하는 2030 청년에게 코로나19 사태가 또다른 차원의 부담이 된 가운데 지금이 이들을 위해 어떻게 ‘마음 방역’을 챙길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으로 보인다.

 

아래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내놓은 ‘코로나 블루’ 대처 마음건강 지침이다.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불안은 정상적인 감정임을 인정한다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본다 ▴혐오, 비난은 삼간다. ▴나의 감정과 몸의 변화를 면밀히 살핀다 ▴불확실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통제 가능한 활동으로 주의를 돌린다 ▴가족, 친구, 동료와 비대면 소통을 강화한다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을 찾는다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취약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감사의 글, 응원의 말을 전하는 등 사회적 연대감을 키운다

 

/ 취재본부 이가섭 기자 khasub.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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