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이 안 낳는 나라…한국 출산율, 2년 연속 세계 최하위

2021년 5월 28일
업데이트: 2021년 5월 29일

합계출산율 0.84명…2040년 0.73명으로
지난해 사상 첫 인구 감소…인구절벽, 현실로
고용불안·주택가격·육아 부담…결혼·출산 지연
생산가능인구 줄어 재정 위협, 잠재성장률 하락

0.84명.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의 수다.

유엔(UN)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국가는 198개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세계 평균(2.4명)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도 처음 발생했다.

 

한국 출산율, 2년 연속 세계 최하위 기록

통계청이 지난 2월 24일 발표한 ‘2020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저이자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은 이미 2002년 합계출산율 1.18명으로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미만) 사회로 진입했다. 이후 1명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2018년에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떨어지면서 한국은 ‘여성 1명이 평생 아이를 한 명도 안 낳는 나라’가 됐다. 같은 해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63명으로 한국의 2배에 가깝다.

이듬해(2019년) 0.92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0.08명이 더 감소해 합계출산율이 0명 대로 들어선 후 불과 2년 만에 0.84명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 통계청

지난 4월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2020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8개국 중 가장 낮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출산율이 감소한 국가이기도 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2020년 0.84명까지 매년 평균 3.1%씩 감소해 OECD 37개국 중 출산율 하락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아 수도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2019년(30만2700명)보다 3만300명(10.0%)이 줄었다. 출생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한국은 2002~2016년까지 15년간 연간출생률 40만명대를 유지했다. 2017년 35만8천명으로 떨어진 후 3년 만에 20만명대로 추락했다.

올해도 저출산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2만5003명인 국내 총 신생아 수는 2월에 2만1461명으로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발표한 3월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출생아 수는 2만4054명으로, 지난해 3월과 비교해 152명(-0.6%)이 감소했고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7만51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33명(-4.3%)이 감소했다.

앞으로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3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내국인 인구시범추계’에 따르면 올해 출산율은 0.82명, 2040년에는 0.73명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인구절벽 현실화…생산인구감소로 경제성장 하락 우려

저출산 현상이 이대로 지속한다면 우리 사회 전반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현재의 출산율 하락 추세가 지속할 경우 2060년에 국내 인구는 2500만명으로 생산가능인구, 학령인구, 현역입영대상자 수 등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이대로 가면 100년 후에는 국가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인구 데드크로스’가 현실화되면서 인구절벽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인구절벽’이란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만15세~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가 고착화될 경우 노동생산성 저하, 소비 위축, 디플레이션 등 사회 곳곳에서 부작용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해 산업 현장의 인력구조가 고령화되고 노동 공급·소비·저축·투자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잠재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세입은 감소하는 반면 사회 지출과 복지 비용은 빠르게 증가해 국가 재정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는 인구는 줄어드는데 고령화로 복지혜택을 받는 노년층만 증가하면 재정 적자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현재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계속되고,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오는 2060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현재 43.5% 수준에서 81%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041년경에는 국민연금이 적자로 돌아서고 2056년에는 고갈될 전망이다.

 

고용불안·주택가격·양육비 부담…아이 안 낳는 사회

이러한 저출산 현상의 원인에 대해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은 사회경제적 요인과 문화·가치관 측면의 요인·인구학적 경로 등으로 설명했다.

사회경제적 요인으로는 노동시장 격차와 불안정한 고용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정규직 등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20% 수준인데,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등으로 인한 소득 불안이 결혼과 출산을 연기 또는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의 격차는 취업 경쟁과 함께 교육 경쟁으로 이어지고,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 심화하는 점도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2019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소득 상위 20%의 교육비 지출액이 하위 20% 교육비 지출액의 20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의 가파른 상승 역시 미혼 인구의 결혼을 어렵게 하고 무주택자의 출산율을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에게 육아와 가사 부담이 몰리는 성차별 구조도 저출산 원인으로 작용한다. 2019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 결과 맞벌이 부부의 주중 가사·육아시간은 아내가 181.7분인데 비해 남편은 32.2분이었다.

문화·가치적 측면에서는 경직된 가족 규범 및 제도가 지속하는 점을 들었다. 현행 가족 관련 법률·복지제도는 ‘법률혼 중심 정상 가족’을 근간으로 해 1인 가구나 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포용이 부족한 상태다.

인구학적으로는 여성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초혼 연령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지목됐다.

주 출산 연령대인 25~34세 여성인구가 1995~2019년 사이에 약 105만명 감소했다. 남녀 모두 초혼 연령이 상승함에 따라 초산 연령도 높아져 임신가능기간이 축소되고 둘째 이상 출산에 어려움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15년간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출산율 하락 여전…근본적 대책 필요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5개년 단위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해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저출산과 고령사회를 대비해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어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2006년 제1차 기본계획(2006~2010)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제3차 기본계획(2016~ 2020)을 시행했으며 올해 제4차 기본계획(2021~2025)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저출산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총 235조 원가량의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출산율 하락세는 지속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도 정부는 1년에 약 10조 이상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아직도 저출산 위기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예산을 많이 편성해 집행하고 있지만 주로 육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단편적·일시적·직접적인 재정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모든 세대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을 심의·확정했다.

제4차 기본계획에는 건강보험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금을 현재 60만원에서100만원으로 인상하고 출생 시 바우처 2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총 300만원을 의료비·초기 육아비용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2022년도 출생아부터는 매월 영아 수당이 지급된다. 육아휴직 이용자를 확대 추진하고 아동 돌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며 다자녀 가구에 대한 주거ㆍ교육지원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추 실장은 “저출산 문제는 어느 한 부처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거시경제 관점에서 바라보고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게 만들려면 노동 시장 및 주거 부담 문제를 일부라도 해소해주고 육아 시설을 확충하는 등 근본적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yunjeong.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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