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유출’ 中 원전 정말 괜찮나…전문가들 “투명성 필요”

2021년 6월 22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22일

중국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남부 광둥성에 위치한 타이산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 국가핵안전국은 타이산 원전 1호기의 핵연료봉이 고장 났다고 인정했지만,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14일 해당 원전을 운영하는 프랑스 측 파트너 회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 산하 프라​마톰이 ‘비활성 기체’ 유출로 미국 에너지부에 기술지원을 요청했다는 미 CNN 뉴스의 보도에 따른 것이다.

CNN은 프라마톰이 미 에너지부에 보낸 2건의 서한을 입수해 프라마톰이 “원자로에서 가스가 새고 있으며 긴급한 안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서한에 따르면, 프라마톰이 미 에너지부에 도움을 요청한 주된 이유는 “중국 정부가 타이산 원전 주변 방사능 허용량을 늘려 발전소 폐쇄를 막으려” 했기 때문이다.

서한에서는 또한 “타이산 원전에서 곧 방사능이 유출될 수도 있다”며 긴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타이산 원전을 운영하는 중국 측 민간업체와 중국 외교부는 이를 부인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타이산 원전 상황은 기술 규격서의 요구에 부합하며 발전소 주변의 방사능 수치 또한 정상”이라고 밝혔다.

다음 날인 16일 중국 생태환경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타이산 원전 1호기에서 연료봉 5개가 손상됐지만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는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 동경공업대 선도원자력연구소의 나라바야시 다다시(奈良林直) 특임교수는 “타이산 원전에서 큰 누출 사고가 없었다고 해도 핵연료봉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다시 교수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비활성 기체가 유출됐다면 많은 수의 핵연료봉이 훼손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서방 국가에서 1, 2개의 핵연료봉이 훼손됐다면, 해당 점에 전용봉을 설치해 연료의 유출을 방지할 것이다. 중국은 이것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는 더 많은 수의 연료봉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5개의 연료봉이 훼손됐다고 밝혔지만, 이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5개만 훼손됐는지는 원자로를 열어서 검사하지 않으면 정확한 상황을 알 수가 없다. 중국은 이런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5개만 훼손됐다는 보도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비활성 기체’ 유출이 보고된 타이산 원전 1호기는 3년 전에도 문제가 보고된 바 있다.

지난 2018년 6월, 중국 국가핵안전국은 타이산 원전 1호기의 원자로 압력용기(RPV) 상부에 탄소 함량 기준 초과 문제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자로 압력용기는 노심을 안전하게 지탱해주고 보호하며 핵분열을 제어·정지하는 제어봉을 안내하는 등 원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설비다. 40~60년의 수명을 지니며, 이 기간 교체가 거의 불가능해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된다.

중국 핵공업부 출신의 핵물리학자 황츠핑(黃慈萍)은 “탄소 함유량이 높은 탄소강은 그 자체가 취약하지만, 폭발할 수도 있어 더 위험하다”며 “탄소강의 품질 문제는 단순히 기체가 서서히 유출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공산주의 중국의 시스템과 연결 지어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심각하더라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시스템이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중국문제 전문가 왕허(王赫)는 “중국 사회는 결점이 나오면 일단 덮어 감추려 하며 인정하고 고치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공산당은 과오와 실정을 인정하지 않으며 문제가 제기되면 그 문제점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기한 사람을 찾아 처벌하는 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왕허는 “중국은 작은 문제는 인정하지만 큰 문제는 은폐한다. 작은 문제를 인정하는 것은 큰 문제를 감추기 위한 의도이며 진정성이 결여됐다. 타이산 원전이 우려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프랑스 회사가 중국 정부가 아닌 미국에 먼저 보고하고 대처를 요구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왕허는 또한 “올해 2021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 정부는 축하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막중한 ‘정치적 임무’를 공산당으로부터 부여받았다. 따라서 타이산 원전 같은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중국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해왔는지 돌아보면 단박에 이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외국에서도 연료봉이 훼손된 원전을 계속 가동한 선례가 있다며 타이산 원전 가동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미국 원전 3곳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마이클 프리들랜더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서방 국가에서는 1990년대부터 이런 행위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사회에서 원전의 안전은 단순히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원전의 안전을 위해 국경을 초월해 상호협력하고 있다.

다다시 교수는 만약 문제가 있다면 즉각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대한 바람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원자력을 연구하면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유럽, 미국 등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 중국이 기체 누출을 사전에 점검하고 방지하지 않았으며, 이 사실을 제때 공개하지 않은 행위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강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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