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코로나 방역 모범국 대만, 세계보건총회 참가는 언제쯤?

최창근
2021년 5월 12일
업데이트: 2021년 5월 13일

2021년 5월 11일 기준, 확진자 1210명, 사망자 12명.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중국발 코로나19에서 인구 2357만 명의 대만이 받아든 ‘방역 성적표’다. 중국과 폭 180km의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인접 국가’로서는 놀라운 수치다.

같은 날 기준 인구 5182만 명의 한국이 확진자 12만 8918명, 사망자 1884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경이롭다.

한 가지 더 입을 벌어지게 하는 것은 경제 성장률이다. 지난 1월 29일 대만 행정원 주계총처(主計總處·통계청 해당)가 발표한 2020년도 경제 성장률은 2.98%, 같은 기간 –1.0%를 기록한 한국을 약 3% 포인트 상회하는 것은 물론, 인구 2000만 명 이상 세계 주요 국가 중 ‘성장률 1위’다.

대만해협 건너 중국(2.3%)을 29년 만에 앞지르는 기록도 세웠다. 대만은 대재앙 속에서 방역과 경제 성장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대만의 성공 요인은 뭘까. 병원 감염원인 중국에 대한 신속한 차단 조치가 첫 번째로 꼽힌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원인 불명의 질환이 발생했다’는 첫 보고가 나온 당일, 대만 정부는 대만과 우한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지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응이었다.

코로나 19 등 호흡기 질환 필수품인 마스크 수급에서도 한발 앞섰다.

2020년 1월 21일 우한에서 교사로 일하다 돌아온 50세 여성이 첫 확진자로 판명되자 1월 24일 마스크 수출을 차단하고 정부가 관리해 대만 국민들이 사용할 물량을 확보했다. 1월 26일,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 중단을 결정했다. 감염원의 유입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대만에서 1월 28일 첫 지역 사회 감염자가 나타나기도 전의 일이었다.

이후 국가 행정력을 검역, 확진자 동선 추적, 환자 치료에 쏟아부었다. 천스중(陳時中) 행정원 위생복리부(보건복지부 해당) 부장이 ‘중앙전염병지휘센터 지휘관’으로서 ‘지휘관’ 글자가 박힌 조끼를 입고 전장(戰場)을 지휘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 모범국 대만, 국제기구에 설 자리 없어

선제 대응으로 여유가 생긴 대만은 지난해 봄, 전 세계가 마스크 확보 전쟁을 벌일 때 대만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동남아시아 등 코로나19 피해국들에 마스크를 기부하기도 했다. 총합은 대만 인구와 맞먹는 2400만 장에 달했다.

대만은 그 이후에도 전 세계 80여 개국에 의료용 마스크 5400만 장과 방역 물자를 기증했다. 또한 코로나 19라는 세계적 재앙에 대응하는 ‘모범 사례’로서 각국이 공유해야 할 정보를 축적하고, 본보기로 삼을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문제는 ‘코로나 19 방역 모범국’ 대만이 축적한 경험을 공유할 무대가 없다는 점이다. 대만은 ‘국제사회의 고아’ 신세다. 국제연합(UN)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에도 ‘중화민국 대만’의 의석은 없다. 대만은 회원국이 아닌 것은 물론, 옵서버도 아니다.

1945년 10월 24일, UN 창설 시 대만의 중화민국 정부는 창설 멤버로 참여했다. 미국·영국·프랑스·소련(러시아)과 함께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됐다. 1948년 4월 7일, UN 산하 최대 전문기구 WHO 창설 시에도 대만은 창립 회원국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약 20년 후, 대만의 처지는 영락(零落)했다. 냉전 체제에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가 필요했던 미국은 ‘죽(竹)의 장막’을 넘어 중공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971년 헨리 키신저는 중국을 방문,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를 만났다. ‘핑퐁 외교’의 개막이다.

미-중 데탕트와 함께 같은 해 10월 UN 총회에서는 종전의 ‘중국대표권’을 중화민국에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넘기는 ‘제2758호 결의안’이 통과됐다.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도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넘어갔다. 이 결정을 원칙대로 따른다면 대만은 UN과 그 산하 기구 활동에 국가로서 활동할 수 없었다. WHO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타 UN 전문기구에서도 배제됐다.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 Reuters/Denis Balibouse 연합

中共이 내세운 하나의 중국 원칙, WHO 가입까지 가로막아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은 대만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은 대만(중화민국)과 수교하는 국가는 단교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과 수교 시 대만과는 단교해야 한다. 1970년대 대만의 수교국은 20개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UN 창설 회원국이자 5대 상임이사국에서 ‘국제사회의 고아’로 전락한 셈이다.

1990년대 들어 대만은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를 차지한 중국(중공)의 ‘거부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국제기구 중 대만이 간절히 가입을 바라는 곳은 WHO다.

2002~03년 중국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대유행 시 중국과 인접한 대만은 직격탄을 맞았다. 확진자 346명, 사망자 73명으로 감염률 세계 3위를 기록했다. 1조 5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도 입었다.

이러한 가운데 대만은 WHO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제 공조에서 소외됐다. 당시 대만은 2002년 3월 환자를 처음 인지했지만, WHO는 즉시 전문가를 파견하지 않고 미뤘다. 고립된 대만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요청해 필요한 관련 정보와 바이러스 샘플을 간신히 입수할 수 있었다. WHO가 파견한 전문가는 중국을 거쳐 뒤늦게 대만에 들어왔다.

이후 WHO 재가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대만이 WHO의 최고 의결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 회의장에 다시 발을 디딘 것은 2009년이다. 2008년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부 출범 후 양안 관계 개선 기조 속에서 중국은 대만이 옵서버로 WHA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이는 2016년까지 이어졌다.

2016년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만의 WHA 참여는 중국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극히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는 ‘건강은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 경제나 사회적 조건에 차별 없이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리이자 보편적 가치이다’라고 규정한 WHO 헌장에도 위배된다.

대만의 WHO 재가입과 WHA총회 옵서버 참석이 번번이 가로막히는 ‘정치적 이유’에는 WHO 거버넌스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한국 출신 이종욱 WHO 사무총장(1945~2006년, 재임 2003년 7월~2006년 5월)이 재임 중 숨졌다. 중국은 홍콩 출신의 마거릿 챈(Margaret Chan·陳馮富珍) 사무차장을 후임자로 밀었다. 2006년 사무총장이 된 마거릿 챈은 2017년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녀는 재임 중 대만을 ‘중국 대만성(臺灣省)’이라고 불러 대만의 항의를 받았다. 중국 의중을 철저히 따른 셈이다.

2017년 5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70차 WHA에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가 제8대 WHO 사무총장으로 피선됐다. 게브레예수스도 ‘친중(親中)’ 인사였다.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 AFP 연합뉴스

게브레예수스는 1965년 에티오피아 아스마라에서 태어났다. 1986년 아스마라대(University of Asmara) 생물학과 졸업 후 쿠데타로 집권한 ‘에티오피아 사회주의 군사정부’ 보건부 산하 기관에서 청소년 공중보건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후 영국 유학길에 올라 1992년 런던대에서 면역학·감염증 전공으로 석사 학위, 2000년 노팅엄대에서 공중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게브레예수스는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주(州) 보건국장으로 임명됐다. 재직 중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에이즈)·뇌 수막염 등 질병의 발생률 감소에 기여했다. 티그라이주 소재 병원·공중진료소의 전산화 부문에서도 성과를 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에티오피아 보건부 차관으로 임명됐으며 2005~2012년 장관으로 일했다.

그는 보건부 장관 재임 기간 에티오피아 공공 의료 시스템 확충, 영아 사망률 감소에 주력해 성과를 냈다. 결핵·말라리아·에이즈 등의 치명률을 최고 90%까지 낮춰 ‘보건의료 혁명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12월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에티오피아 총리는 게브레예수스를 외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노골적 친중 WHO 사무총장, 중국 눈치 보기 이어져

게브레예수스의 WHO 사무총장 당선 과정에도 중국의 입김이 짙게 배어 있다. 게브레예수스의 모국(母國)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친중 국가다. ‘아프리카 속 중국’이라는 별칭도 있다.

에티오피아는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원조 최대 수혜국이다. 2000~2017년 중국은 137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에티오피아에 공여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국인 에티오피아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에도 중국은 적극적이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이웃 나라 지부티를 잇는 756㎞ 화물철도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철도 사업에는 40억 달러(4조5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그중 중국수출입은행이 29억 달러를 대출해 줬다. 시공도 중국 국유기업 중국철로총공사(CREC), 중국토목공정집단(CCECC)이 맡았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체제에서 대만에 대한 배척 움직임은 더욱 노골화됐다. 사무총장 당선 직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발언해 정치적 중립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대만이 2019년 12월 31일, WHO에 코로나 19의 사람 대(對) 사람 감염 가능성을 경고했음에도 이를 묵살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2020년 1월 9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1월 23일 중국 정부는 ‘우한 봉쇄령’을 발령했다. 한국 등 인접 국가에서 환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바이러스가 일파만파로 퍼지던 1월 28일 중국을 방문한 게브레예수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면담하면서 “전염병 대처에 중국 정부가 보여준 확고한 해결 의지와 시의적절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처가 감탄스럽다”고 상찬했다.

“시진핑은 개인적으로 훌륭한 리더십과 지도자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대처는 단지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다”고도 했다.

‘코로나19’ 명칭과 관련해서도 WHO와 게브레예수스의 ‘중국 눈치 보기’ 논란은 이어졌다. 2020년 1월 13일, WHO는 우한발 신종 바이러스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라고 명명했다. ‘우한 폐렴’ ‘우한 바이러스’ 등 지역명이 들어간 명칭이 차별·혐오를 조장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2020년 2월 1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WHO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을 ‘COVID-19’로 정했다. | 신화=연합뉴스

“새로운 전염병의 이름을 지을 때 특정 지역이나 사람, 동물 이름을 병명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2015년 WHO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종전의 ‘스페인 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일본 뇌염’ 등의 질병명이 사용되는 것과 대비돼 특정 국가 봐주기 논란이 일어났다. 게브레예수스 체제에서 대만 배척은 필연이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5월, 대만은 다시 한번 WHO 연차 총회 참석을 신청했다. 발언권은 있지만 의결권은 없는 옵서버 자격이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대만의 옵서버 참가 지지 발언을 했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55개국에 서한을 보내 WHO에서 대만이 활동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한국 외교부는 “서한 수령 여부는 국제 관례상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대만의 WHA 참석은 무산됐다. 다만 2020년 5월, 2020년 11월 두 차례의 WHA 총회에서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영국,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등 각국 정상, 정부 고위 관료 및 전 세계 80여 개국 170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대만의 WHO 참여를 촉구했다.

해가 바뀐 올해 들어서도 대만은 WHA 참석을 재시도하고 있다. 5월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총회 참석에 필사적이다.

국제사회 여론은 대만에 호의적, 한국은 언제까지 침묵?

국제사회의 여론도 호의적이다. 5월 5일, 서방 선진 7개국(G7) 외교장관 공동성명에서 대만의 WHA 참가를 촉구했다. 5월 6일, 프랑스 상원은 “대만의 옵서버 지위 회복 필요성”을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5월 7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 통해 “대만이 WHA에서 계속 배제되는 건 합리적 정당성이 없다” 강조했다. 글로벌 보건 위기에 맞서 각국이 힘을 모아야 할 때 인구 2400만 명의 방역 모범국 대만을 고립시키려는 중국의 조치는 부당함을 강조한 것이다.

총회 참석에 임하는 대만의 결의도 비장하다. 5월 11일, 톈중광(田中光) 대만 외교부 정무차장(차관)은 “최후의 순간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 논리가 ‘생명존엄’이라는 보편 인권에 앞서는 이율배반(二律背反)의 WHA에 대만은 올해 초청장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날 혈맹(血盟)·형제의 나라(兄弟之國)로 불렸던 한국 정부는 대만의 호소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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