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냉전’ 본격화하면 어떻게 될까?

FAN YU
2019년 6월 11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3일

냉전 기간 중 전 세계 절반가량은 소련이 개발한 기술, 기계, 정치 이데올로기를 사용했다. 반면 나머지 절반, 즉 자유세계는 미국과 그 동맹국에서 개발한 것을 채택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세계가 기술과 금융이 주도하는 신냉전의 첨점(尖點)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화웨이를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업체로 규정하고 미국산 핵심 장비를 거래하지 못하게 하자, 중국도 보복조치의 수위를 높여 나감으로써 전 세계 기술산업계에 파문이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화웨이 제재 조지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화웨이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기업 몇 곳을 함께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새로운 기술 냉전이 시작된다면 기존의 기술 지형은 크게 바뀔 것이고, 기존 공급망은 해체될 것이며, 중국의 경제 굴기를 뒷받침하는 세계 무역망도 쪼개질 것이다.

세계 공급망의 분리

전 세계 소비자들은 애플 제품의 포장에 붙어 있는 이 문구에 익숙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애플이 설계하고, 중국에서 조립함’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대부분의 기술회사가 따른 방식이다. 미국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미국에서 개발하고,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서 조립하고, 전 세계에 내다 팔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품 주문서의 경로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화웨이와 그 계열사에 광범위한 제재가 가해짐으로써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원천기술이 25% 이상 포함된 제품을 만드는 외국 기업에도 중국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더 많은 기업이 연구, 개발은 물론 생산까지 현지화를 하기 시작할 것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전 세계로 공급하는 대신, 현지에서 생산해 직접 중국 시장에 공급하는 형태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5월 22일 발표한 최근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의 약 33.2%가 중국 투자를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했다. 관세 부과가 현실적으로 더 오래 지속할수록 미국 기업들은 생산 공장을 중국 밖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런 결정은 정치 불안이 고조되고 인건비가 오르는 중국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분별 있는 선택으로 보인다.

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이번 설문 조사에 따르면, 또 다른 응답자의 35.5%가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에서, 중국을 향해’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중국 시장에 판매할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한다는 의미다. 기술 냉전이 전면화되면 이런 전략은 아마도 더 확대될 것이다. 왜냐하면 냉전 상태에서 기업은 연구와 기술 혁신도 현지화할 필요가 있고 기업 내부에도 정보 차단벽을 세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패배자들

미국산 수입 부품 가운데 중국산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많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가장 큰 패배자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화웨이의 반도체 제조 자회사 하이실리콘(HiSilicon, 海思)은 휴대폰에 탑재되는 키린(Kirin)이라는 반도체 칩을 영국 암홀딩스(ARM Holdings)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제조, 판매한다. 그런데 지난 5월 암(ARM)은 이 하이실리콘의 칩 설계 라이선스 중단 결정을 화웨이 측에 통보했다. 라이선스를 계속할 경우 암(ARM)도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되기 때문이었다.

또, 화웨이는 미국 기업 구글(Google)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사용 권리도 상실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모든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주요 운영체제다. 5월 말 현재, 미 상무부는 기존 탑재된 스마트폰에 보안 패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90일 임시 라이선스만을 화웨이에 부여한 상태다.

게다가 화웨이는 무선랜 산업표준기술단체 ‘와이파이 얼라이언스(Wi-Fi Alliance)’에서도 퇴출당했다.

이런 일련의 규제는 화웨이의 진로를 방해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화웨이의 야망을 실질적으로 좌초시켜 멈추게 만든다. 앞서 언급한 기술의 라이선스 없이는 화웨이가 삼성을 추월해 세계 1위 스마트폰 공급업체로 등극할 수 없다. 그리고 이동통신사 쪽에서 발생하는 누수도 심각하다. 잠재 고객이었던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5월 31일 ‘화웨이 대신 유럽의 거대 통신업체 노키아와 에릭슨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거부한 이동통신사 대열에 동참했다.

만약 유사한 제재가 화웨이 외의 다른 중국 기업에 내려진다면 그 기업은 모든 활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 기업들은 화웨이보다도 자산 규모도 적고 중국 공산당의 지원도 훨씬 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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