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금메달 패권주의’에 퇴색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허영섭/ 언론인
2022년 02월 9일 오후 4:11 업데이트: 2022년 02월 9일 오후 4:11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대회 초반부터 원성과 불만으로 들끓고 있다. 노골적인 편파 판정이 자행됨으로써 피해 선수들이 울분을 터뜨리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주최국인 중국 선수들이 메달 경쟁에서 희희낙락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문제다. 특정 의도로 편파 판정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러한 사태의 배경에 국가적 위상을 과시하려는 중국 지도부의 독선적인 자부심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은밀한 동조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더욱 심각하다.

이를테면, 쇼트트랙 이어달리기 경기에서 앞뒤 선수들 간에 당연히 터치가 이뤄져야 하건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해당 선수들이 실격 처리되지 않았는가 하면 경기 도중 손으로 블럭을 밀어 경쟁 상대를 넘어뜨린 선수에게도 반칙이 선언되지 않았다. 상대 선수에게 밀려 넘어지면서도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오히려 옐로카드를 받고 실격됨으로써 몸싸움의 장본인이 금메달을 차지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모두 중국 선수가 관련된 편파 판정이었다.

스키점프 종목에서도 유니폼이 헐렁하다는 이유로 쟁쟁한 선수들이 무더기로 실격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마치 불량학생 복장 검사 하듯이 트집을 잡아 아예 메달 경쟁에서 밀어낸 것이다. 외교적 보이콧 국가들에 대한 보복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올림픽이 아니라 중국 동계체전인 것 같다”는 비아냥에 “이럴 거면 올림픽은 왜 여는 거냐”라는 분노도 퍼져가고 있다. ‘함께 미래로(一起向未来·Together For a Shared Future)’라는 거창한 대회 슬로건이 승부욕에 집착한 중국의 ‘금메달 패권주의’에 무색해진 모습이다.

과거 역대 올림픽 무대에서도 주최국을 편드는 편파 판정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이른바 ‘홈그라운드’ 분위기에 편승한 텃세 판정으로 경기 흐름이 바뀌는 경우가 가끔씩 나타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실책 구분이 어려운 미묘한 차이에서나 수긍됐을 뿐이다. 세계 각국에서 스포츠 팬들이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시청하며 뻔히 들여다보고 있는데도 사실을 곡해하려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지금 베이징 경기장에서 이뤄지는 판정은 비디오 판독까지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고도 과연 올림픽 정신을 들먹일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점은 미리부터 예견됐던 것이기도 하다. 베이징이 2008년 하계올림픽에 이어 이번 동계올림픽까지 치르게 됨으로써 동·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는 세계 첫 번째 도시가 됐다는 상징적인 사실이 중국에 왜곡된 자부심을 심어준 탓이다. 중국으로서 14년 전의 올림픽이 개혁·개방 정책의 결실을 내세우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는 무대였다면 이번에는 미국에 버금가는 ‘수퍼 파워(super power)’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진작부터 내비치고 있었다. 더구나 상당수 국가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구겨진 체면에 대한 보상 심리도 작용했을 법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일 개막식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반미(反美) 연대를 확인한 데서도 이러한 조짐을 엿볼 수 있었다.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에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편을 들겠다는 공개적인 표현이기도 했다. 지구촌 평화를 기약하는 올림픽 개최국의 입장에서 중국이 이러한 이중적인 행보를 과연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본다면 한복(韓服) 논란이 불거진 개막식 장면도 철저히 계산된 ‘문화 공정’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경기장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막식 현장을 생중계하던 네덜란드 기자가 갑자기 카메라 앞에 난입한 보안요원에게 강제로 떠밀리면서 보도가 중단됐던 경우가 단적인 사례다. 경기장이 아닌 어두컴컴한 길거리가 배경으로 나온다는 이유로 저지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일 뿐 중국 당국으로서는 해명 한마디 나온 바가 없다. 참가 선수들이 중국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선수 등록을 취소하고 처벌하겠다는 방침도 너무 위압적이다. 개인적 견해를 발표하는 자유까지 막아버린 억압된 분위기에서 선수들이 자신의 신변 안전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올림픽 경기가 공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도록 관리해야 하는 IOC가 뒷짐 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심각하다. 오히려 IOC가 중국 정부와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렸다. IOC 관계자들이 중국과 개인적 사업 인연을 맺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가 기업들을 동원해 IOC에 막대한 후원금을 쏟아붓는다는 얘기가 자주 전해진다. IOC가 중국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국제인권단체들의 주문에 “올림픽 개최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미적거린 이유를 이해할 만하다.

개막식이 화려했다고 해서 전체 행사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무대를 화려하게 꾸밀 수는 있지만 컨텐츠 하나하나에 감동을 불어넣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다. 더구나 편파 판정으로 순위가 바뀌고 그에 따라 메달 색깔이 바뀌게 된다면 한낱 웃음거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앞으로 남은 기간이라도 자율적이며 공정한 분위기에서 경기가 치러져야 할 것이다. 편협한 국수주의로는 올림픽을 지켜보는 세계 국민들의 박수갈채를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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