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한 독거노인이 시신 수습하러 올 사람들에게 남긴 봉투 하나

김연진
2020년 7월 10일
업데이트: 2020년 7월 10일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

감정을 추스르며 꾹꾹 눌러쓴 손글씨. 그러나 이내 눈물 한 방울로 번져버린 마지막 글씨.

그 옆에서 발견된 로또 한 장.

삶을 비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독거노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것들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6년 전인 지난 2014년 10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주택 1층에 살던 최모(6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결심하고, 자신의 시신을 수습하느라 고생할 사람들을 위해 ‘국밥값’을 남긴다는 짧은 글귀를 남겼다.

편지 봉투 안에는 빳빳한 1만원짜리 10장, 10만원이 들어 있었다.

또 다른 봉투도 발견됐다. 그 봉투 안에 들어 있는 돈은 약 100만원으로, 자신의 장례비를 마련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관문 바닥에는 전기요금 고지서와 전기요금, 싱크대에는 수도요금 고지서와 수도요금이 놓여 있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씨는 노모를 모시고 살았다.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으나, 노모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집에만 있었다.

그러던 중 집주인이 “주택을 철거할 계획이니, 집을 비워 달라”는 퇴거 요청을 받았다. 이에 “퇴거하겠다”고 말했으나,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최씨는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모친상을 치른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집을 비워 달라는 퇴거 명령을 받고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같은 해에 또 있었다. 바로 ‘송파 세 모녀 사건’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주택 지하 1층에 살던 박모씨와 두 딸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세 모녀는 국가, 지자체 등이 구축한 사회보장체계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그리고 “죄송하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났다.

해당 사건은 사회안전망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고,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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