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폭탄 다음엔 ‘중소기업용’ 증권거래소 설립…시진핑 의중은?

김윤호
2021년 9월 5일
업데이트: 2021년 9월 1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베이징 증권거래소 설립을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진핑은 2일 베이징 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을 밝히며 “중소기업의 혁신적인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자금 조달 창구로 만들겠다고 했다.

상하이, 선전 등 기존 거래소와 달리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계획의 핵심이다. 3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분석가들은 증권거래소의 구체적인 모습보다, 중국이 갑작스럽게 중소기업 우대정책을 펴는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첫 번째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이다.

현재 중국 경제는 과도한 기업부채가 잠재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밝힌 올해 2분기 총부채 비율(정부, 비금융 기업, 가계 합산)은 265.4%로 다소 하락했지만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중국 정부의 공식 수치가 실제보다 유리하게 과장되거나 축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부채비율은 훨씬 높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인민은행도 올해 상반기 대출 자제령을 내리고 부동산 대출과 가계 대출, 기업 대출을 모두 축소하고 있다. 대기업과 국유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은 대출받기가 더욱 어렵다. 시진핑이 중소기업 전용 증권거래소 설립을 추진한 이유다.

여기서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시진핑이 언급한 중소기업이 ‘서비스 업종’이라는 점이다. 즉, 소비재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주거단지 폐쇄, 대중교통 운행 중단, 관광·요식업 축소 등 악재를 만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5월부터 경제 쌍순환(雙循環·국내순환+국제순환)을 강조해왔다. 해외시장을 유지하면서도 내수 위주의 자립경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이다.

세계 2위의 소비시장을 갖추고도 내수 시장의 자립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국의 고민이다. 그러나 쌍순환 제시 1년이 넘었지만, 내수 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고소득층을 제외한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구매심리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중국의 3분기 소매 판매 성장률을 기존 예측치 12%에서 8.5%로 낮췄다. 청년(16~24세)실업률은 2월 13.1%에서 7월 16.2%로 증가했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고 소득이 없어 소비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 문제 전문가 리린이는 “해외시장은 유지하고, 내수 위주의 자립경제를 강화한다는 쌍순환의 의미를 곰곰이 되씹어보면, 결국 해외시장에서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중이 읽힌다”고 말했다.

그는 “폐쇄적인 사회주의 국가들이 ‘자력갱생’이라는 구호를 외칠 때는 체제 유지를 위해 외국의 비판과 압력에 문호를 닫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미국, 유럽에서 지속해서 제재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일 미국 하원 군사위가 사실상 공산주의 중국에 맞서기 위한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등 5개국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를 한국과 일본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처리한 점을 짚었다.

리린이는 “아직 상하원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이 남았지만, 이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중 포위망을 중국과 지리, 경제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일본에까지 확고하게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연예인 숙청으로 번진 시진핑판 문화대혁명에 대해 “체제 유지를 위한 문화·사상 통제이며 일종의 쇄국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작년부터 식량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비상 상황, 즉 쇄국 대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이징 증권거래소도 결국 민간 자본으로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인데,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 지출을 늘리지 않고 중소기업을 키워, 내수 시장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늘릴 묘안이 된다”며 “하지만, 디디추싱 규제 리스크로 한 번 데인 글로벌 투자자들이 또 한 번 공산당을 믿고 자금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린이는 연예인 규제,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또 다른 관점도 제시했다.

그는 “현재 과학기술에 기반한 중국 대기업들은 공산당에 맞서는 신흥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반감을 빤히 알고서도 규제의 몽둥이를 휘둘러 기술기업을 타격한 것도 당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의미에서 시진핑의 중소기업 육성은 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도 된다. 그래서 중국은 자국 경제에 손실을 끼치면서도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기업을 억누르고 중소기업을 밀어주고 있다”며 “중국의 모든 정책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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