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범벅’ 베이징 올림픽…美 NBC, 중계진 파견 철회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1월 23일 오후 1:34 업데이트: 2022년 01월 25일 오전 9:12

중국에서 2월 4일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제로(zero) 코로나 정책 및 언론 통제를 비롯한 다방면에 걸친 규제로 인해 ‘버블’(거품) 속에서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선수들과 언론인들은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뒤 베이징올림픽위원회가 통제하는 차량·버스·철도 노선을 통해서만 지정된 호텔과 공식 행사장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이는 외부 세계와 철저히 차단된 ‘격리’ 상태에서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해외 대부분의 언론인들은 중국 공산당(중공)의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취재 활동을 원천 봉쇄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언론에 대해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엄격한 통제를 실시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올림픽 중계권을 소유한 NBC는 현지 시간 20일 베이징 올림픽에 중계진을 파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NBC는 당초 피겨스케이팅, 스노보드, 알파인 스키 등 인기 종목에 대해서만큼은 현지에 중계진을 파견하려 했으나, 코로나19를 우려에 계획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NBC 스포츠 홍보부 그렉 휴즈 수석 부사장은 “베이징 올림픽 중계진은 미국 코네티컷주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올림픽을 중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개막식 현지 중계는 진행된다. 해당 방송사 소속 캐스터 마이크 티리코는 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NBC는 코로나19를 앞세우며 중계진 파견 계획을 철회했지만 실제로는 중공의 언론 통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중계하나 미국에서 중계하나 결과는 똑같다는 것이다.

중국 외신기자클럽(FCCC)은 국제 언론이 올림픽 기자회견에 참여할 수도 없고 올림픽 성화 봉송 등 올림픽 준비 과정 등을 상세하게 보도할 수도 없다며 중국이 계속해서 취재 장애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기자클럽은 중공이 갑자기 올림픽 관련 행사 시작 몇 시간 전에서야 통지를 하거나 심지어 통지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행사 몇 시간 전에 통지를 받게 되면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를 제시간에 제출할 수 없다. 사실상 방역 수칙을 이유로 취재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IOC 가이드북에 명시된 규정들은 기자들이 베이징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올림픽 취재 기자들은 중국 시민들에 접근할 수 없다. 공식 허가를 받은 장소만 가능하며 심지어 경기장 내 관중과도 접촉할 수 없다.

USA 투데이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크리스틴 브렌난은 “(취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공이 전염병을 통제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은 어리석다”며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를 통제하려고 한다. 그들은 변명을 구실로 공산당의 진면목을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앞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 서방 국가 언론들은 올림픽 경기장 건설로 어려움을 겪은 주민들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이러한 취재가 아예 불가능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의 올림픽 취재를 총괄하는 맷 레니 스포츠 부편집장은 “(기자의 활동 범위가) 공식 호텔과 행사장에만 국한되면 이런 보도는 어렵다”고 말했다.

WP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취재 기자들이 중공의 감시를 피하고자 올림픽용 ‘일회용’ 휴대 전화와 컴퓨터를 가져갈 것이라고 전했다. 통신 보안의 위험이 내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캐나다 토론토대 산하 연구소 시티즌랩(The Citizen Lab) 보고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용 앱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자들이 의무적으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해야 하는 앱 ‘마이 2022 (MY2022)’가 해킹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이동통신사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가 공공 와이파이를 통해 개인 데이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앱에는 톈안먼(天安門), 티베트, 신장 위구르, 파룬궁(法輪功), 시진핑(習近平) 등 중공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단어 2442개에 플래그를 달거나 금칙어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세계와 철저하게 차단되며 내부에서조차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한 해외 선수나 언론인들은 인권 탄압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독일에서는 독일국제인권협회(IGFM) 등 7개 인권단체가 공동으로 자국 대표선수들을 향해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에는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중공의 선전 도구가 된 동계올림픽 참가를 보이콧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한은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는 올림픽 헌장의 윤리적 원칙을 존중할 의무가 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보편적인 인권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전체주의 정권과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