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에 맞서는 달달한 연대, 대만·홍콩·태국 3국 청년들의 ‘밀크티 동맹’

남창희
2020년 4월 18일
업데이트: 2020년 4월 18일

태국과 중국 간 온라인 대전이 뜨겁다. 중공 바이러스(우한폐렴) 발원지에 대한 한 태국 유명 모델의 트위터 게시물이 계기가 됐다.

이번 사건을 통해 반중 전선을 구축한 태국 젊은이들은 그동안 중국공산당(중공)과 맞서온 대만·홍콩 젊은층과도 연대를 맺고 있다.

온라인 전쟁은 태국의 유명모델 위라야 수카람이 트위터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수 있다”는 글을 공유한 게 불씨가 됐다.

중국에서는 광신적 애국주의 청년집단인 샤오펀훙(小粉紅)과 공산당 댓글부대 우마오당(五毛黨)을 중심으로 수카람을 조롱하는 모욕성 댓글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기폭제 역할을 한 건 샤오펀훙이 찾아낸 수카람의 과거 게시글이었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내용이었는데, 샤오펀훙은 수카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했다며 광분했다.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이란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그 중 합법적인 정부는 중국(중공)뿐이라는 정치이념이다.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대만 타이베이 민주진보당 당사 밖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 1. 11. | 로이터=연합뉴스

샤오펀훙은 누군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기만 하면, 반사적으로 얼굴을 붉히며 공격한다. 과거 한국에서도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가 대만 깃발을 흔들었다가 사과 동영상을 발표하는 상황까지 몰린 바 있다.

또한 수카람의 남자친구가 홍콩을 국가로 인정하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점도 중국 젊은층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자국 인기스타가 공격을 받자 태국 젊은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태국 젊은이들은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중국 정부의 행태를 지적하며 맞섰다.

이어 대만, 홍콩, 필리핀 네티즌까지 가세하며 태국-중국 간 온라인 전쟁은 다국적 설전으로 확대됐다.

태국 트위터에서는 해시태그 #MilkTeaAlliance(밀크티동맹)의 태국어 버전까지 등장해 100만 회 이상 리트윗되는 유행어가 됐다.

‘밀크티 동맹’은 대만-홍콩 젊은층의 반중공 연대활동을 가리킨다. 대만, 홍콩 사람들이 모두 홍차에 우유를 탄 밀크티를 즐긴다는 점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그런데 태국에서도 밀크티를 즐겨 마시다 보니 밀크티 동맹은 자연스럽게 대만-홍콩-태국의 3국으로 확대됐다. 태국어 버전은 “밀크티는 피보다 진하다”로 번역됐다.

사태가 확산하자 급기야 태국 정부까지 트위터 전쟁에 대해 언급했다. 태국 정부는 “태국 정부는 태국과 중국 간의 SNS 분쟁을 알고 있다”며 “태국 네티즌들에게 이성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태국 주재 중국 대사관도 전쟁에 끼어들었다. 중국 대사관은 공식 페이스북에 “홍콩과 대만에 대한 ‘하나의 중국’ 원칙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며 “최근 온라인에서의 소동은 편견과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타이베이의 시위대. 2019. 1. 16. | 우민저우=에포크타임스

이러한 대사관의 성명은 태국인의 분노만 샀다. 해당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1만7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태국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의 원칙일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마라”고 했다.

이러한 온라인 설전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 사이의 오랜 긴장이 재점화됐다”고 논평하며 “태국이 최초로 벌인 국경을 넘은 트위터 전쟁”이라는 태국 국립대학인 방콕 탐마삿 대학의 한 교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방콕의 출라롱코른 대학의 중국 전문가 와사나 웡수라와트 교수는 “이번 반발은 정부 차원에서 관습적으로 되풀이되는 주장들이 태국 사회에서는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웡수라와트 교수는 “반중국(Anti-Beijing) 정서가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태국인들에게 투쟁의 일부가 됐다”고 덧붙였다.

[좌]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태국인들에게 보낸 설 축하 게시물 [우] 태국 주재 중국 대사관의 ‘하나의 중국(一个中国)’ 원칙 강조 게시물 | SNS 화면 캡처
홍콩과 대만 네티즌들은 대부분 태국 편을 들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번 분쟁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새해에 행운을…”이라는 서두로 시작되는 태국어 글을 남겼다. 태국 설날 쏭크란은 매년 4월 13일에서 15일까지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은 밀크티 잔을 맞대고 있는 세 사람의 사진을 올리며 “모든 형태의 중국 권위주의로부터 벗어나자”며 “자유를 사랑하는 태국 친구들을 지지해 달라”고 범아시아 연대 구축을 호소했다.

밀크티 잔을 맞댄 세 사람은 각각 홍콩, 대만, 태국을 상징한다.

한편 중국에서는 이번 온라인 전쟁 기간에 트위터 계정이 급조되는 현상이 포착됐다.

중국에서는 트위터 등 해외 SNS가 차단되고 있다. 따라서 트위터를 이용하려면 VPN 등을 이용해 중공이 설치한 방화벽을 우회해야 한다. 그런데도 트위터 계정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SNS 컨설팅 업체 ‘트론 엠프리트’을 인용해 자동화된 봇 계정이 다량 생성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급조된 봇 계정은 친중국 성향을 보이며, 태국 모델 수카람 사건을 뜻하는 해시태그 #Nnevvy를 달고 있다. 수카람은 @Nnevvy라는 트위터 계정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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