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통위원장 “한미동맹, 기술동맹으로 진화 중”

2021년 11월 4일
업데이트: 2021년 11월 5일

이광재 위원장 “기술 대전환 등에서 한국의 위상 좀 더 높아져”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대만해협·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이 한미 간 대화나 공식 문서상으로는 처음으로 언급됐다.

이 밖에도 미중 갈등 속 한국이 그동안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신중한 태도를 취해온 현안들이 두루 포함되면서 향후 한국의 외교 기조가 미국 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달라질 것인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지난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광재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을 만나 한국 외교 기조의 변화 전망과 바람직한 외교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광재 위원장은 “한미동맹의 기조는 확고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도 같이 가져간다”며 이러한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근자에 한미관계가 만남이 많아지는 이유는 과거에는 무역 질서가 주요 문제였다면 지금은 한미 간 새로운 기술 협력 부분이 훨씬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미동맹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군사동맹이었다면 한미 FTA를 통해 군사동맹에 무역에서의 보편적 질서가 추가됐고 지금은 기술동맹 부분이 좀 더 강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풀이했다.

이어 “미국으로서도 몇 가지 기술적 부분에서 한국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중요해진 것”이라며 “그래서 미국과 좀 더 가까워진 게 아니냐고 하지만 오히려 무역에서 기술동맹으로 한미관계가 진화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이번에 미국에 60조 원을 투자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2030년까지 미국에 배터리, 수소 등 친환경 분야에 총 520억 달러(약 61조 원)를 투자해 미국의 탄소 감축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언론과 외교가에선 한미공동성명 내용을 두고 임기 말 종전선언 실현에 주력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미국 쪽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며 “기후 위기 변화, 백신의 세계적·보편적 질서, 디지털 세계로의 기술 대전환 등에서 한국의 위상이 좀 더 높아졌다”고 풀이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커졌다고 본다”면서 “그런 면에서 한국과 미국은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연계해서 열린 ‘공급망 회복력 글로벌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는 미국이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해 G20 정상회의와는 별도로 주최한 행사다.

문 대통령의 이번 회의 참석 배경에 대한 질문에 이 위원장은 “미국은 새로운 기술 진화와 관련해 반도체 등 공급망에 차질이 있고 한국도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20% 줄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익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필요한 회담이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공급망 회의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한 회의로 분석되기도 한다. 이 회의에 참석한 자체가 중국에 대한 견제 조치로 보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이 위원장은 “지적 재산권 보호, 표준화 등에서의 보편적인 룰은 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협력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본다”며 “선도적 기술은 경쟁에 박차를 가하겠지만 협력관계도 많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공급망 회의에서 “개방적이고 공정한 무역 질서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위원장은 “기술이라는 건 인류 공동체에 기여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누군가의 특정 이익이 아니라 공동이익이 돼야 한다. 백신의 경우도 특정 국가의 이익보다는 인류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과거의 세계무역기구(WTO)는 주로 ‘관세’ 문제였다면 앞으로는 세계적인 디지털 경제 전환 등에 있어서 ‘지적재산권’이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며 “지적재산권은 어떤 나라든 보호돼야 하기에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인류의 보편적 표준화를 어떻게 이뤄내느냐가 중요하다”며 “기후 위기 문제도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면서 중국이 배제됐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이 그동안 무역 질서나 지적 재산권 문제 등에서 비판을 받아 온 점과 관련이 있을까?

이 위원장은 “중국은 ‘지킨다’라고 하지만 국제사회가 인정할 만한 부분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이슈가 되는 것 같다”면서 “이제는 보편적이고 통용 가능한 질서를 만들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도 선진 경제로 가려면 이런 질서를 피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국뿐 아니라 세계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경쟁하고 한편으로는 협력하지만, 국제적 질서(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지적 재산권, 표준화, 기후 위기를 둘러싼 부분에서도 국제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곧 온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끝으로 바람직한 대미(對美)ㆍ대중(對中) 외교정책은 무엇이며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외교 방향에 대해 질문했다.

이 위원장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당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다리가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기술이나 혁신 역량에서 확실히 앞서야 하고 인류 전체가 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반도와 세계가 공동의 이해를 갖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며 “‘나비 프로젝트’가 새로운 경제 엔진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나비 프로젝트는 북극 항로와 유라시아, 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물류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통해 공존과 협력의 세계 질서를 유도하기 위한 경제 구상이다.

그는 “이러한 새로운 경제 엔진을 만드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며 “협력의 통로가 열리려면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한반도 평화의 길이 열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인류가 동일한 시험문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기후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디지털 사회를 누가 선도하게 될 것인지, 미중 간 갈등을 어떻게 협력으로 만들어낼 건지 등”이라고 했다.

덧붙여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한 국가가 안전하지 않으면 누구도 안전하지 못한 게 인류라는 걸 알게 됐다”며 “인류 전체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어스 리더십(earth leadership)’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yunjeong.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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