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행정 명령 수정·변경 명시한 국회법 개정 시도… 與“‘정부완박’ 시도” 비판

윤석열 대통령 "위헌 요소 있다"
진태영
2022년 06월 13일 오후 5:14 업데이트: 2022년 06월 13일 오후 5:59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월 13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가 정부 시행령에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 “‘이른바 정부완박(정부 권한 완전 박탈)’을 시도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정부 견제를 위해서라지만 (민주당) 스스로 국회를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어 놓고 국회의 통제권을 운운하면 누가 그 진정성을 곧이곧대로 믿겠느냐”고도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표 발의로 추진 중인 개정안에는 대통령령(시행령), 국무총리령‧부령(시행규칙)이 상위 법령인 법률의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국회 상임위가 정부에 수정이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장관)이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들거나 수정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법안에는 정부가 시행령·시행규칙을 수정‧변경한 뒤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169석을 보유하여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률은 물론 대통령령도 임의로 만들거나 바꿀 수 없게 되어 국정 동력이 크게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 발목 잡기를 넘어선 발목 꺾기”라며 “개정안이 삼권분립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조응천 의원은 “삼권분립 원칙을 준수하고 국회의 입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것”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서 위임하지 않은 행정 입법만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는 것이야말로 ‘입법완박’ 아니냐”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존중하고 강조하는 만큼 당리당략을 떠나 법 개정이 원만히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면서 국회법 개정안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현 국민의힘)에서도 발의한 적 있는 법안임을 강조했다.

실제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권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 시도는 전임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5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이 반대하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정부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바 있다. 2019년 문재인 정부 때도 야당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정부 견제를 목적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당시 여당(현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여 처리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 요구권을 갖는 건 위헌 소지가 많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시행령이 법률 취지에 반하거나 효력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면 국회에서 법률을 더 구체화하거나 개정해서 무효화할 수는 있지만 시행령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고 그 시행령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헌법에 정해진 방식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지난 6월 7일 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 주도로 출범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관련이 깊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가 5월 31일 대통령령인 ‘공직 후보자 정보수집·관리에 관한 규정’ 등을 개정해 인사사무 권한이 없는 법무부에 이를 맡기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국가공무원법 등 법 개정이 필요했지만 야당이 반대할 것이 확실하자 우회로를 택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은 “인사정보관리단은 상위법령인 법률의 취지를 왜곡한 대표적 사례”라며 “국민의힘이 소수 여당인 상황에서는 이 같은 현 정부의 행정입법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 개정안은 이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말했다.

신장식 변호사(정의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는 6월 13일, MBC 방송에 출연하여 “현행법으로 대통령령이 법률의 범위를 벗어날 경우 통제할 기관이 없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상위법인 법률이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는 법률 사각지대에서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마음대로 법령을 만들어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행 국회법 제98조2항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는 대통령령 등과 관련해 법률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소관 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