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양재판소 中 재판관 당선…美 “남중국해 중공 영향력 확대 우려”

하석원
2020년 8월 30일
업데이트: 2020년 8월 31일

국가 간 해양분쟁을 해결하는 국제사법기구에 중국 인사가 재판관으로 당선됐다.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공산당(중공)의 군사적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돤제룽(段潔龍) 헝가리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실시된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선거에서 당선돼 총 21명의 재판관 중 한 명이 됐다. 오는 10월부터 재판관직을 수행한다. 임기는 9년이다.

국제해양법재판소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돤 대사는 경쟁자 없이 단일 후보로 출마해 총 168개 회원국 가운데 149표를 얻어 당선됐다. 17개 회원국은 기권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국가 간 해양분쟁의 해결을 위해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지난 1996년에 설립된 국제사법기구다. 당시 167개국과 유럽연합(EU)이 협약을 비준했다. 미국은 1994년 이행협정에 서명했지만, 협약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돤 대사 외에 21명의 재판관은 각기 다른 지역을 대표하고 있는데, 아시아·아프리카 5명, 동유럽 3명,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4명, 서유럽 및 기타 지역 4명 등이다.

이번 재판관 선거에서는 돤 대사 외에도 4명의 재판관이 선출됐다.

중국에서는 지난 2008년 임명된 가오즈궈(高之国) 재판관이 활동 중이며, 오는 9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중공 정권은 지난 몇 년간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그 일환으로 현재 유엔 산하 기관 4곳에서 중국인이 수장을 맡고 있다. 해당 기관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다.

재미 시사평론가 란슈는 글로벌 위성채널 NTD와 인터뷰에서 중공 정권의 국제기구 진출 과정에 금권이 개입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공은 개발도상국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부채를 탕감하는 등의 형태로 국제무대에 진출할 길을 마련한다”며 “이들 국가는 자금을 지원받고 중국 내 인권문제에 대해 중공 정부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돤 대사의 주재국인 헝가리 역시 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2012년 이후 동유럽 인프라 건설에 150억 달러(약 16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7개국과 국경을 맞댄 교통 요충지 헝가리와 관련된 투자금액은 30억 달러 규모다.

이러한 투자와 관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 2017년 각국 대사들이 중국에 구금돼 고문을 받고 있는 인권변호사의 석방을 요구하는 공동서한 발표를 추진할 때, 헝가리는 유럽연합에 동참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이번 선거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공과 미국의 긴장이 한층 고조된 가운데 치러졌다.

앞서 지난 27일 미 국방부는 남중국해에서 중공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중공은 현재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격적 행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 분쟁 해역의 인공 섬에 군사기지화를 위한 전초기지를 건설하는 등 역내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 등이 분쟁 당사자 국가들이다.

지난 2016년 국제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는 중공의 해양 영유권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중공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완전한 불법”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앞서 투표가 진행되기 전 미국은 국제사법기구에 중국인 재판관이 선정되는 것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7월 CSIS가 주최한 남중국해 관련 컨퍼런스에서 “중공 관계자를 사법기구에 선출하는 것은 소방서를 운영하는 데 방화범을 고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지 마셜 연구소의 조나단 오돔 국제법 교수도 지난해 말 중공이 인도네시아 영해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호위하기 위해 중국 해경 경비함을 투입한 사례를 들어 남중국해에서 중공의 행동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조나단 교수는 지난 5월 법률전문 블로그인 로페어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인 후보자에 투표하지 않는 것은 중공 정부에 반대되는 행동이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지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했다.

마샤 블랙번 미 상원의원(공화당)도 이번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극히 우려되는 일”이라면서 “국제기구 내 중공의 영향력 확대는 (이들이) 새로운 의석을 확보할 때마다 글로벌 의견과 상반되는 내용으로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또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유엔해양법협약 관련 분쟁을 해결할 책임이 있는 반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상습법”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28일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의 화상 대담에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맹공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세계의 해양로와 국제 해역인 공해에서의 항행의 자유에 대한 오랜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남중국해 관련 미국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미 해군은 이날 트위터에 유도탄 구축함 USS 머스틴함이 해상에서 재급유를 받아 국제 질서에 기초한 규칙인 인도-태평양의 “자유와 개방을 유지하는 작전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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