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자연맹 “中, 코로나 터지자 전 세계서 여론 조작”

류지윤
2021년 5월 16일
업데이트: 2021년 5월 16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세계 각국에서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여론 조작으로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기자연맹(IFJ)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코로나19 이야기: 중국 글로벌 전략의 가면을 벗기다’(The Covid-19 Story: Unmasking China’s Global Strategy)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IFJ는 이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전염병 사태가 터지자, 자신들에 대해 긍정적 보도를 내도록 외신을 조종하려 했다고 밝혔다.

50개국 54개 기자 노조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담은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56%는 전염병 발생 이후 중국에 대한 보도 흐름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답변은 24%였고, 나머지 20%는 변함없다고 답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에 중국에 대한 언론사 보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으로 나온 것이다.

긍정의 정도를 1~10으로 평가했을 때, 유럽은 중국에 대한 보도가 6.3으로 가장 긍정적이었고, 북미는 3.5로 가장 부정적이었다.

중국 관영매체의 영향력이 현지 미디어 생태계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응답도 76%로, 지난해보다 12% 늘었다.

중국의 관영매체와 대외선전을 총괄하는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코로나19 사태 보도를 이용해 몇몇 국가에서 더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려 시도해왔다.

각국 취재진에게 무료 혹은 저비용 중국 여행을 지원하고, 언론사와는 콘텐츠 제공 협약을 맺었다. 또한 각국 언론에 언론인 교육, 언론사 운영자금 지원 등 ‘언론진흥’을 내세워 군소 언론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응답자 3분의 1은 자신이 몸담은 언론사가 중국 정부 및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MOU에 의해 중국 연수 프로그램 등을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해 긍정적인 뉴스로 만들어 자신들에게 불리한 소식을 희석하고 은폐하려 했다. 구체적으로는 각국 주재 대사관 혹은 외교관을 통해 현지 언론의 보도 내용에 대해 논평하고 항의하며 압박하는 식이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응답이 나온 국가는 전체의 5분의 1 정도였다.

한 이탈리아 기자는 인터뷰에서 “베이징은 코로나19 대유행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미디어 인프라를 활용해 이탈리아 전국구 언론에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퍼뜨리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이미 “가짜 뉴스 대유행(fake news infodemic)”에 이르렀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이탈리아 기자들도 이탈리아의 코로나19 1차 파동 이후 중국 공산당 관리들이 이탈리아 기자에게 접근했으며, 이탈리아 독자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특집보도를 매체에 싣고자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협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 기자는 “중국 측 인사가 시진핑의 신년사에 더 많은 방송 시간을 할애해달라며 이탈리아어로 번역된 원고(보도자료)를 건네기도 했다. 우리 언론사는 결국 시진핑의 신년사를 황금 시간대 뉴스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80%가 넘는 응답자들이 우려를 나타냈다.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투자, 백신 외교를 포함해 중국과 외교로 인한 혜택들을 퍼뜨렸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 세계 표현의 자유 침해 주범”

전문가들은 중국이 오래전부터 전 세계에서 이미지 세탁을 시도해왔다고 말했다.

비(非)민주주의 국가의 언론과 정치를 연구해온 마리아 레프니코바 미 조지아 주립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적 평판과 매력을 높이기 위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왔다”고 말했다.

댄 개럿 전 미 국방부 정보분석가는 “베이징의 대외선전 활동 목적은 서양 언론을 폄훼하고, 서양 언론을 편견적이고 인종주의적이고 반중(反中)적이라고 묘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정부는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기관과 국가안보·정보기관을 총동원해 위기에 대처했다”며 “중국은 방역물자 외교, 백신 외교, 그 밖의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된 외교활동을 통해 이미지 세탁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은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보도, 팬데믹 책임론을 미국과 서방 세계와의 여론전으로 여긴다. 베이징은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사회주의 제도와 공산당의 리더십이 민주주의나 보편적 가치, 자유 등 서방 체제보다 뛰어나다고 선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장기간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거대한 글로벌 미디어 기관을 구축했다. 이제 위기가 터지면 자동적으로 이를 활성화해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시킨다”고 덧붙였다.

중공의 선전 공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관계협의회(CFR) 소속 동남아시아 전문가 조슈아 쿨란트칙 박사는 “중국은 전 세계 표현의 자유의 전반적인 악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쿨란트칙 박사는 “외국 기자들이 추방되고 거의 모든 유형의 독립언론은 억압받고 있다”며 “또한 중국은 세계 여러 나라의 수많은 중국어 매체를 인수했다. 이 채널들이 언론의 자유를 억제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들이 굉장히 효과적인 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정보를 교란하는 작용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 매체들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신화통신을 포함한 5개 중국 언론사를 상대로 기자 비자 수량에 대해 상한선을 뒀으며, 자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관영언론 15곳을 ‘외국정부 대행기관’으로 지정했다. 언론이 아니라 정치·외교기관이라는 것이다.

영국은 올해 2월 CCTV의 글로벌 채널인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의 방송면허를 취소했다. 독일에서도 CGTN의 방송이 중단됐다. 호주 공영방송 SBS도 CGTN 프로그램을 편성해 매일 방송했다가 시청자 불만 민원으로 이를 중단했다.

이에 맞서 베이징은 외국 기자들의 비자를 거부하거나 추방하는 등 외국 언론의 중국 내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공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베이징 정례브리핑에서 더 나은 언론 환경을 위해 “언론 분야에는 CNN과 BBC만 있을 게 아니라 각국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쿨란트칙 박사는 “언론이 자유롭고 독립적이지 못하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면 이는 더 나은 언론 환경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화 대변인의 주장에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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