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영끌’해서 집 살 걱정 없다” 주택 자가 보유율 91% 싱가포르

공공임대주택정책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싱가포르 주택정책
최창근 객원기자
2020년 12월 15일
업데이트: 2020년 12월 16일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는 신조어)’ 해서 집을 사겠다는 국민, ‘영끌’ 해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주택가격 폭등 속에서 전・월세난까지 가중되고 있는 2020년 연말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주택 자가 보급률 91%를 달성한 싱가포르의 사례는 여(與)권 인사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린다. 공공임대주택정책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성공 비결은?

말레이반도 남단 싱가포르는 면적 692.7㎢로 605.2km²의 서울특별시 면적의 1.2배 정도 크기에 579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국가이다. 1965년 8월 9일, 말레이연방((Federation Malaysia)으로부터 강제 독립한 싱가포르는 강소국(强小國)의 대표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2019년 기준, 싱가포르 국민 1인당 소득은 58,484달러로 룩셈부르크, 스위스, 아일랜드, 노르웨이, 미국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는 85점으로 87점으로 공동 1위를 기록한 덴마크・뉴질랜드, 86점으로 3위를 기록한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스위스와 함께 공동 4위, 아시아 지역 1위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순위도 2019년에 이어 2020년 세계 1위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는 전 세계 정부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중 좁은 국토 면적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하여 국민들의 주거복지를 실현한 싱가포르 주택정책은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인 ‘정책실패’사례로 꼽히는 현 문재인 정부에도 시사점을 준다.

2018년 싱가포르 통계청은 싱가포르 시민권자의 주택 자가 소유 비율이 91%라고 발표했다. 같은 시기 주택 보급률은 104.2%를 기록했으나, 자가 보유율은 59.9%에 불과한 한국과 대비되는 수치다. 어떻게 싱가포르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91%의 주택 자가 보유율을 달성했을까?

싱가포르의 상징 머라이언 상 | AFP=연합

주택 자가 보급률 91%… 국민 80%은 99년짜리 장기 공공임대주택 거주

싱가포르 국민의 80%는 공공주택(Public Housing)에 거주한다. 공공주택 공급 주체는 주택개발청(Housing & Development Board·HDB), 싱가포르가 말레이연방의 일원이던 1960년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좁은 국토, 높은 인구밀도라는 태생적 한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주택난을 해결하는 것이 주 설립 목적이다. 주택개발청은 설립 이후 공공주택 건설에 박차를 가해 싱가포르 국민의 주거권 향상에 이바지해 오고 있다.

싱가포르 주택정책은 시기에 따라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는 역대 3명의 총리 재임기와 일치한다. 다시 말해 총리 재임기 별로 상황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 온 것이다.

제1기는 리콴유(李光耀) 재임기다. 1959년 말레이연방 싱가포르 ‘자치주’ 총리에 당선된 리콴유는 취임 이듬해 주택개발청을 설립했다. 출범 4년 후인 1964년 주택개발청은 시장 가격 이하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면서 ‘주택 자가소유정책(Home Ownership for the People)’을 본격 시작하였다. 당시 주택개발청이 책정한 주택가격은 월 소득 800싱가포르달러 이하 중하위 계층이 부담할 만한 수준이었다.

1966년 싱가포르 정부는 공공택지 공급을 위한 법령을 제정했다. ‘토지수용법(Land Acquisition Act)’이다. 법률 제정으로 토지 국유화 근거를 마련하였고, 사유지 매입을 지속하여 오늘날 싱가포르 전체 토지의 80% 이상이 국유지이다.

1968년에는 주택금융을 위한 연금저축제도인 중앙연금기금(Central Provident Fund·CPF)을 도입했다.

‘공공성’에 방점을 찍은 정책은 효과를 냈다. 1970년 29%에 불과하던 자가소유율은 1990년 88%로 급상승하고, 같은 기간 총 주택 재고는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대부분이 주택개발청이 공급한 주택 재고 증가에 의한 것이었다.

제2기는 고촉통(吳作棟) 집권기다. 이 시기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핵심은 ‘자산증대’이다. 1990년대 공공주택 재판매시장 수요가 증가하였다. 이 시기 문제점으로는 공공주택 배정 시 엄격한 기준과 자격요건, 신규주택에 대한 선택권의 제한, 특정 입지에 대한 수요 쏠림 현상 등으로 공공주택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불일치 문제가 대두되었다.

문제 해결을 위하여 공공주택 신규 공급・재판매 규제를 완화했다.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하여 노후 공공주택단지 리노베이션, 전면 재건축 정책을 지속하여 싱가포르 국민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자산’으로서 주택 가치 제고에 힘썼다.

싱가포르 스타디움 뒤쪽으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 ROSLAN RAHMAN/AFP via Getty Images

리콴유-고촉통-리셴룽 3대 총리 재임기 동안 중장기 주택정책 시행

제3기는 2004년 이후 현재까지 리셴룽(李顯龍) 총리 재임기 추진되고 있다. 당면 과제는 저출산・고령화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산은 보유하고 있으나 현금 흐름이 나쁜 노령가구를 위하여 자산 유동화 정책을 도입했다. 노령가구가 소형주택으로 이주 시 보조금을 지원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대책도 시행했다. 저소득층의 주택 자가 소유 촉진을 위하여 2006년 추가주택보조금, 2011년 특별주택보조금 등 소득수준별 보조금이 책정되었다. 2016년에는 사회 초년생의 주택구매능력 확대를 위하여 ‘젊은 가구 우선 공급제도(Young Families Priority Scheme)’를 도입했다.

싱가포르 주택 시장은 기본적으로 ‘이중 시장’ 구조다. 공공주택 시장과 민간주택 시장으로 구분한다. 민간시장에는 공공성에 방점이 찍혀 강력한 규제가 작동한다. 반면 민간시장은 시장 자율에 맡긴다. 민간주택 시장은 다시 단독주택과 집합주택(콘도미니엄)으로 나뉜다. 비율은 9:1 정도다. 싱가포르 국민 절대다수가 거주하는 공공주택은 ‘매각할 수 있는’ 99년 기한의 ‘영구 임대주택’이다.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는 반(半)자본주의・반사회주의 방식이다.

싱가포르 시민권자는 평생 두 번 공공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 공공주택은 정부 재정으로 건축되기에 전 국민에게 기회 평등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보통 ‘HDB아파트’로 불리는 공공주택은 23평형, 33평형, 41평형, 56평형 등 다양한 평형을 보유하고 있으며 4~5실(室)을 갖춘 중대형 아파트가 전체의 90%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공공주택에 대한 소유자의 불만이 적으며 공공주택에 대한 편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소득층의 공공주택 거주는 원천 봉쇄된다. 공공주택에는 월평균 소득이 6000싱가포르달러 미만인 계층만 입주할 수 있다. 월평균 소득 8000싱가포르달러 이상의 고소득층과 중앙연금기금 가입 대상이 아닌 사람은 공공주택 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소득자는 민간주택 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싱가포르 주택정책 성공의 밑바탕에는 강력한 토지 국유화 정책과 더불어 ‘주택전매금지-주택환매제도’가 자리한다. 제도에 의하면 공공주택 입주자는 5년 의무거주 기간이 지난 후 주택을 매각하려면 주택개발청에만 되팔 수 있다. 주택개발청은 시가로 집을 되사들여 입주 대기자에게 시가로 판다. 이는 공공주택 부문에서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를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냈다.

또 다른 주택정책 성공 비결은 싱가포르가 중앙연금기금(Central Provident Fund·CPF)을 주택 정책에 활용한 것이다. 중앙연금기금은 한국의 국민연금과 유사한 성격의 연기금이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가입자가 의료·교육·주택 구입 등 생애 주기에 맞춰 연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연금기금은 근로자가 급여의 20%를 납부하고 고용주는 근로자 급여의 16%를 납부하는 매칭펀드식으로 운영된다. 납부 비율 면에서는 한국의 국민연금 보험료율 9%(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급여의 4.5% 부담)보다 높은 것이 특징이다.

중앙연금기금은 일반계정·특별계정·의료계정으로 구성된다. 그중 일반계정은 가입자의 선택에 따라 의료·교육·주택구입과 관련해 활용할 수 있게 제도 설계가 되어 있다.

주택 구입 시, 중앙연금기금에 납부한 돈을 ‘선수금’ 형태로 이용할 수도 있다. 주택 가격 대비 최고 담보 인정 비율(Loan to Value LTV)은 최대 90%다. 대출 금액 상환은 최대 거치 기한 25년간 2%대의 금리가 붙어 연금에서 자동으로 납부된다.

중앙연기금 계정의 자금을 이용하여 주택을 한 채 구입하고 나서 중앙연기금 계정의 자금을 이용해 또 다른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면, 일반계정과 특별계정을 합한 금액의 절반은 남겨두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과도한 투기적 수요의 제어와 노후 자금의 마련을 위한 완충장치다.

요약하자면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은 토지국유화 정책을 근간으로 주택개발청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면, 일반 주민들은 중앙연기금이라는 강제저축 가입을 통하여 주택구입의 자금을 마련하고, 정부는 장기 저리 대출을 제공하여 국민의 주택 자가 소유 비율을 높여 온 것이다.

싱가포르 아파트 단지 | Nicky Loh/Getty Images

토지국유화, 주택개발청, 중앙연기금이 3대 정책 성공 요소

장기 정책면에서 기본적으로 싱가포르의 부동산 안정 정책은 ‘주택공급’에 주안점을 둔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국유지를 지속해서 택지(宅地)로 개발해 장기 임대한다. 간척사업을 통해 국유지를 추가로 확보한다. 인구 증가에 맞춰 주택공급이 중·장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 가지 더 싱가포르 주택정책에서 눈여겨볼 점은 주택 관련 세제(稅制)이다. 싱가포르는 다주택 여부와 무관하게 3년 이상 보유 주택 매각 시, 시세 차익에 상관없이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증여세도 존재하지 않는다.

투기를 막기 위한 제도로는 단기매도세가 있다. 주택 구매 후 1년 안에 매도하면 주택가격의 12%, 1년 이상 2년 이내면 8%, 2년 이상 3년 이내면 4%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대신 외국인과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은 상향하고 있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매입하는 경우만 10%의 취득세를 추가했다. 투기가 지속하자, 21~23%까지 취득세를 높였다. 자국민의 다주택 매입에도 취득세율을 높였다. 2019년 기준, 두 번째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는 13~15%, 세 번째 주택을 사는 경우는 16~18%의 세율이 적용된다.

강력한 토지수용법 제정・시행으로 전 국토의 90%가 국유지인 싱가포르와 제반 조건이 상이한 한국의 주택정책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주거 빈곤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한 점 ▲배분적 형평성을 지닌 정책을 편 점 ▲정부의 직접 공급을 통하여 주택 자가 소유 비율 제고한 점은 거듭되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신뢰를 잃은 한국 정부에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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