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들통난 中 가짜 소화전…“경찰은 국가 이미지 훼손”

강우찬
2023년 10월 20일 오전 9:56 업데이트: 2023년 10월 20일 오전 9:56

운전자 실수로 소화전 들이받아…급수배관 없는 가짜
SNS에 영상 올리자 경찰 찾아와 “소란죄 체포” 위협

가짜가 판을 치는 공산주의 중국에서 이번에는 가짜 소화전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촬영된 장소와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중화권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 시내 곳곳에 설치된 소화전은 가짜’라는 동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소화전은 급수배관에 연결되지 않아 소방대가 호스를 연결해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건은 자동차를 운전하던 여성이 실수로 도로변에 있는 소화전을 들이받으면서 시작된다.

흔히 해외의 소화전 충돌 사고 영상을 보면, 강력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이 온통 물바다가 되기 마련이다.

사고를 낸 여성 운전자 역시 솟아오를 물줄기와 향후 부과될 거액의 벌금 및 변상금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겠지만, 예상과 달리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소화전은 그저 ‘장식품’일 뿐이었다. 아래에는 아무런 배관이 연결돼 있지 않았다. 소화전이 묻혀 있던 깊이도 기껏해야 10여 센티미터 정도였다.

이 장면을 목격한 시민 중 한 명이 인근의 다른 소화전을 손으로 밀어보니 이 소화전 역시 힘없이 쓰러졌다. 마찬가지로 ‘장식품’이었다.

해당 영상을 소개한 시사평론가 리무양은 “이 영상은 지나가던 시민이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것”이라며 “더 놀라운 것은 사건 이후 현지 경찰의 대응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반향을 일으키자 경찰은 사고를 낸 여성의 집에 찾아와 ‘소란난동죄(寻衅滋事罪·사단도발죄)’로 체포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경찰은 여성이 인터넷에 영상을 올린 일을 비난하며 “중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마라”고 질책했다.

또한 경찰은 이 여성에게 동영상 촬영자와 한패인지, 사고를 사전 모의했는지, 외국 세력에 사주를 받은 것은 아닌지 등을 추궁했다. 가짜 소화전 폭로 영상을 찍기 위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사고를 낸 것 아니냐고 의심을 한 것이다.

리무양은 “경찰이 ‘아시안 게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우리 나라(중국)의 위대한 성취와 (중국 공산)당의 빛나는 업적을 세계에 널리 알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때에 이런 일을 일으키면 국가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꾸짖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여성은 깊은 반성의 뜻을 밝힐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이번에는 소란죄 적용 없이 구두 경고만 받고 넘어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고의인지 실수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기물 파손에 대한 책임을 넘어서서 소화전이 가짜라는 사실을 드러나게 했다고 경찰의 추궁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무양은 “다행히 운 좋게도 중국 사회의 병폐를 적당히 건드리면 빠져나올 수 있지만, 깊게 건드리면 소란난동죄, 본질적인 부분까지 폭로하게 되면 국가정권전복선동죄가 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도 단순히 가짜 소화전 소동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정부의 소화전 사업을 누군가 엉터리로 추진하고 거액을 빼돌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이권 사업이라면 지방정부 고위층, 중앙정부 고위층이 배후에 관련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