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개선, 누가 더 절박했나…중국 요청으로 폼페이오·양제츠 회담 성사됐다

양이정
2020년 6월 18일
업데이트: 2020년 6월 19일

뉴스분석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제재를 버티지 못하고 갈등을 누그러뜨리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7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과 하와이에서 고위급 비공개 회담을 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만나 1단계 무역 협상에 서명한 지 반년만이다.

미국의 소리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중국 측의 요청으로 열렸다. 미국 측은 회담 장소와 시기 등 세부 사항을 제시해 조율했다.

중국 측이 더 적극적이었던 점에 대해서는 그만큼 절박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회담에 앞서 14일 인민일보는 “중미(中美) 인민의 우정은 막으려야 막을 수 없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와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발언했을 때만 해도 중국 언론은 “정신이상자”라며 도 넘은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번 인민일보 사설에서는 양국의 기업과 사회단체가 서로 돕는 정신을 칭찬하며, 미·중은 “우호적인 교류의 뿌리가 깊다”고 발언했다. 갑자기 기조를 바꿔 미국과 중국의 우정을 운운한 것이다.

사설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대해서도 “미국 일부 정치인이 문제를 일으키려 한다”며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다.

최근 중국 관영언론이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사용한 ‘인류의 공적’ ‘정치 바이러스’ 등 원색적인 단어와 비교하면 공세 수위를 누그러뜨린 셈이다.

다수의 관영 매체들도 인민일보의 해당 사설을 전재하며, 일제히 반미 선전의 열을 식혔다.

한 중국 평론가는 “며칠 전과 확연히 달라진 논조에 자아분열이라도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며 “취약해졌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양국 사이에는 무역·투자·교육·군사·홍콩 국가보안법·대만·남중국해·항공편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중국은 우한 폐렴(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이 재확산하고 미국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하와이 회담으로 그간의 갈등이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이번 회담을 추진한 목적은 “좋은 말을 해서 긴장 관계를 누그러뜨리려 시간을 버는 것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일부는 중국 공산당의 태도 변화 배경에 대해 최근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압박을 거론했다.

현재 미 해군 태평양함대는 10만톤급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니미츠호를 각각 서태평양과 동태평양에 전개했다.

각 항공모함에는 60대 이상의 항공기가 실렸다. 또 8척 이상의 미 잠수함이 서태평양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CNN은 중국을 겨냥한 2017년 이후 최대규모 군사적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미 해군의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태평양에서 기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과 마찰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대만 침공 등 중국 공산당이 역내 군사행동을 시도할 경우 강력한 실력행사에 들어갈 수 있음을 막강한 해군력 과시로 보여준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를 통해 “해군력을 과시하는 것은 패권 정치”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반격할 카드는 제한적이다. 무역전쟁은 우한 폐렴 사태로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실탄 부족에 빠졌다.

미국 의회와 국무부에서는 중국 공산당 고위층과 그 가족을 직접 겨냥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홍콩 내 인권침해 개입 시 미국 입국비자 발급 거부, 미국 내 자산동결,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입법 추진 중이다.

미국과 영미권에 도피 자산을 숨겨둔 다수의 중국 공산당 고위층으로서는 훗날을 생각할 때 가볍게 볼 수 없는 조치다. 상황을 타개할 계기 마련이 필요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폼페이오 장관과 양제츠 정치국원이 회담하던 시각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인 인권 탄압과 관련된 중국 당국자들을 제재하도록 규정한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에 서명했다.

무역, 군사, 외교, 인권 등 중국 공산당에 대한 포위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위기 때 항상 ‘대화와 협력’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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