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없이 끝난 미중 알래스카 회담…뭐 남겼나?

주정우
2021년 3월 21일
업데이트: 2021년 3월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미중 고위급 대면회담이 공동성명 없이 마무리되면서 갈등만 드러내고 끝났다.

양측은 18일부터 이틀간 세 차례 회담을 했지만 공동 발표문조차 내놓지 못했다. 주요 현안들에 대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섰고, 중국은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회담에 임했다.

미국이 국무장관과 안보담당자가 나선 것에 비하면 중국은 회담 테이블에 외교담당만 2명을 내보내 이례적인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지난해 독일·프랑스 등 유럽 5개국 순방에서 홍콩, 위구르 인권문제로 면박을 당한 왕이 외교부장의 체면을 살려 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유럽 등 세계 다른 지역에 ‘보여지는 면’을 중시했음을 시사한다.

회담 전 한국 방문 당시 북·중 문제에 대해 작심 발언했던 블링컨 국무장관은 알래스카 회담에서도 날카로운 언변을 이어갔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전 각자 2분간 짧게 하기로 한 모두발언에서 “(중국이)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약화”시켜 “힘이 곧 정의가 되는 승자 독식의 폭력적이고 불안정한 세계를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본격적인 회담에서는 또한 홍콩·신장·티베트·대만 문제와 사이버 안보 등 중국 공산당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들을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문제제기했다.

중국 공산당 양제츠 정치국원은 블링컨의 공세에 놀랐는지 2분으로 예정했던 모두 발언을 무려 16분간 이어가며 “중국은 평화·발전·공평·민주·자유의 전 인류 공동 가치를 주장해왔다”며 세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이라고 반박했다.

양제츠는 회담 내내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태세였다. 그는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지킬 것”이라며 “중국의 발전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맞섰다.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부당하게) 억누르고 있다는 것은 올해 초 중국 외교당국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대미 프레임이다. 대내적으로 반미감정에 불을 지르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슬로건으로 평가된다.

양측은 첨예한 대립을 재확인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어떤 공통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양제츠는 회담 전부터 ‘공산당의 룰’을 강조하며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내비친 바 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지난 2월 미중관계 전민위원회에 화상연설로 “미국은 홍콩, 티베트, 신장 문제에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것은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며 “미국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양국 이해관계를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드라인’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경제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이나 국가에 항상 제시하는 룰이다. 차이나머니를 벌고 싶다면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회담 전 기대치를 낮추려 했지만 최소한 진전에 대한 일부 희망이 있었다면서 아무런 성과를 발표하지 못한 것은 이미 설정한 낮은 기준에도 이르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중국은 미국에 타협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라고 경고했다면서 양대 경제 대국 간 긴장의 깊이를 그대로 보여준 회담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싱가포르국립대 총자이안 교수를 인용해 “불협화음이 예견되기는 했지만 삐걱거림의 정도는 예상 밖이었다”면서 “냉전 초기 미국과 구소련 간 회담과 같은 반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미중 회담의 예사롭지 않은 장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회담을 통해 100년 전의 중국이 아님을 확인했다면서, 중국 외교안보의 투톱인 양제츠와 왕이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맞섰다는 점을 크게 부각시켰다.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외교적으로 예의없는 행동을 했다며 비판하고, 미국은 자신들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강인함을 과시했지만, 중국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뤼샹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보통 영향력이 약해지는 쪽이 먼저 강경하게 행동하는데, 이것이 미국이 무례하게 행동한 이유”라며 “미국은 중국 외교관의 경험과 자신감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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