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수상 자오 감독, ‘중국의 자랑’서 ‘매국녀’ 된 이유는

이윤정
2021년 3월 8일
업데이트: 2021년 3월 8일

영화 ‘노매드랜드’로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趙婷·Chloe Zhao) 감독이 중국을 비판한 과거 발언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8일 열린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중국계 미국인 영화감독 클로이 자오는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로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수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중앙(CC)TV, 신화통신,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은 일제히 그녀를 ‘중국의 자랑’이라고 칭송하며 대서특필했다. 

SNS에서도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중국 최초의 골든 글로브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라는 글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34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상황은 급속히 반전됐다. 불과 며칠 만에 중국 언론은 그녀를 ‘매국녀 감독’, ‘중국 모욕자’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중국 당국은 자오 감독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자오 감독은 2013년 미국 영화잡지 ‘필름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중국에서 자랐다고 소개한 뒤 ”그곳은 거짓말이 난무하는 곳”이라며 “어린 시절 받아들인 정보가 전부 가짜라는 걸 알게 되면서 반항적 성격이 길러졌다”고 털어놨다.

또 지난해 호주 언론에 “지금 나의 나라는 미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5일 중국 영화 평가 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 ‘노매드랜드’ 중국어 포스터가 갑자기 내려졌고 영화 개봉 날짜 안내도 사라졌다. 웨이보에서도 자오 감독은 하루아침에 ‘중국의 적’으로 전락했다.

재미 시사평론 칼럼니스트 거비둥(戈壁東)은 “한 개인에 대해, 한 사건에 대해 언론을 통해 거리낌 없이 반복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사회여론이 일당독재를 위해 봉사하는 전형적인 특징”이라며 “이런 사회에서는 누구도, 어떤 일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누가 얼마나 기여했든지 중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깨어난 중국인들이 끊임없이 중국을 탈출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오 감독의 수상으로 추악한 정권을 분장하려 했지만, 그녀가 중공을 비판한 사실이 드러나자 곧바로 등을 돌렸다”며 “이런 촌극은 중공의 일상적 추태”라고 꼬집었다.

1982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자오 감독은 중학교 때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기숙학교를 다녔다. 이후 미국에서 정치학 학사, 뉴욕대에서 영화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베이징 서우두(首都) 철강회사 전 사장이며 중국 유명 배우 쑹단(宋丹丹)이 그녀의 의붓어머니다.

노매드랜드는 미국 노숙인의 중하층 생활을 그린 영화로 중국 정치와 무관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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