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보트 타고 홍콩 탈출한 청년 5명, 대만 거쳐 미국 도착…국무부 개입”

2021년 6월 22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22일

월스트리트저널, 홍콩 청년 5명의 미국 망명기 보도
국무부는 확인 거부… 中 민주화 단체 “대만이 과거 홍콩 역할”

중국 본토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홍콩에서 청년 5명이 탈출, 대만을 거쳐 미국에 도착했다는 보도가 났다. 이 과정에 미 국무부가 개입했다고 전해졌지만, 국무부는 확인을 거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각), 작년 7월 고무보트를 타고 홍콩을 탈출해 대만에 도착한 청년 5명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개월간 체류가 허용됐으며, 이후 미 국무부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18세에서 26세 사이의 청년들인 이들은 나침반과 아이폰에 의존해 수백 킬로미터의 바다를 건넜으나, 출발 전까지는 서로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으며 홍콩에서 겪은 부당한 대우와 불공정한 기소, 감금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다는 점이 유일한 공통점이었다고 WSJ은 덧붙였다.

미국 워싱턴 소재 ‘홍콩민주위원회’ 이사를 맡은 사무엘 추에 따르면 청년들은 모두 2019년 송환법 반대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홍콩판 국가안전법’의 추적을 받아왔으며, 대만 도착 후 홍콩민주위원회에 미국행을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WSJ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 각각의 과거를 추적 가능한 정도까지 재구성했다.

레이(Ray·25)는 2019년 11월 창고 직원으로 일하던 중 송환법 반대시위에 참여해 홍콩 대학생들과 함께 경찰에 맞서 수일간 대치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홍콩 경찰은 1000명이 넘는 시위대를 체포했고, 남은 시위대는 도주했다.

당국은 레이를 추적하며 그의 부모가 거주하는 아파트를 여러 차례 수색하며 포위망을 좁혔다.

예술학부 학생인 토니(Tommy·22)는 홍콩의 모 대학 예술학부 학생으로, 바텐더와 바리스타로 일했으며 불법 시위 참가 혐의로 3일간 갇혔다가 보석으로 석방됐다.

토니는 당국이 그의 여권을 몰수해 합법적으로 홍콩을 떠날 수 없게 했으며 이후 소란죄 등 더욱 많은 혐의가 추가됐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케니(26)는 시위에서 한 차례 경찰과 충돌했고 2019년 10월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된 경력이 있다. 그는 “구류 기간에 경찰로부터 뒤통수를 주먹으로 맞아 정신을 잃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연한 기회에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1명당 1300달러(약 146만원)씩 부담해 고속 모터가 2개 장착된 고무보트를 구매했으며 나중에 또 다른 두 사람이 합류하게 됐다.

작년 7월 주변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평범한 일상 차림으로 홍콩의 한 외진 선착장에 모인 이들은 누군가는 평생 모은 돈을, 누군가는 낚싯대를 챙겼으며 한번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먼 바다를 향해 자유를 찾아 출발했다.

도중에 낯선 선박을 발견해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던 이들은 대만 인근 공해상에 도착한 뒤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이용해 구조신호를 보냈으며, 대만 해경에 발견돼 주변 섬을 거쳐 대만 남부 항구도시 가오슝 당국에 신병이 인도됐다.

현재 이들 중 일부는 미국 워싱턴 DC에 머물며 홍콩 난민들과 같은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으며, 자신처럼 홍콩을 탈출한 이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근황을 전하면서 국무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 보도와는 별개로 “미국은 중국 정권의 압박을 피해 탈출하는 사람들을 위해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또한 중국 당국으로부터 탄압받는 피해자라면 우리는 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의 미국행을 후원한 홍콩민주위원회 사무엘 추 이사는 “1989년 톈안먼 사태가 발발하자, 홍콩은 중국 본토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탈출로 역할을 했다. 이제는 1989년의 홍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민지 기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