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도축장 철거 2년…국내 개고기 음식점, 어디서 유통된 고기 파나

남창희
2020년 3월 28일
업데이트: 2020년 3월 31일

“영화 ‘황해’를 보면 조선족 조폭들이 개장사를 한다. 그런데, 왜 조선족 조폭들이 개장사를 할까?”

지난 15년간 한국 개고기 역사를 연구해온 ‘개고기 독립연구소’ 주시안 소장이 던진 질문이다.

영화 ‘황해’에서는 중국 치치하얼 개시장을 배경으로 조선족 조폭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칠고 척박한 삶을 드러내기 위한 극적 장치이지만, 사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설정은 아니다.

영화 ‘황해’ 스틸컷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중국 개고기 주 소비층이 조선족이며, 개고기 시장에 조폭들이 개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기사).

주 소장은 2006년 동네 한 곳에 모아 보살피던 유기견들이 동네 노인들이 잡아먹힌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충격을 받아, 개고기 먹는 풍습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개고기 시장의 확대는 90년대 후반 조선족의 한국 유입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족의 한국 유입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90년대 후반 재외동포법 제정·개정을 거치며 법적지위가 확대돼 유입이 가속화됐다.

조선족 유입과 함께 2000년대 한국 개고기 소비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복날 전에는 한국인 수요가 높았지만, 평상시에는 조선족들이 중국에서 즐겨 먹던 개고기를 구하러 오면서 전체 시장 규모가 늘었기 때문이다.

2010년 한 국내 조선족 대상 신문 조사에 따르면, 당시 개고기를 주로 취급하던 한 재래시장의 인력 90%(약 100여명)가 조선족이었다(기사). 개 도축업자 중 조선족 비율도 그만큼 높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시민단체 활동과 사회적 인식변화 등으로 국내 개 사육장과 도축장이 철거되고 보신탕집도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그 빈 자리에는 조선족이 들어서고 있다.

현재 한국 개고기 시장은 조선족에 의해 유통·소비되는 시장이다. 이들이 몰리는 번화가에는 양꼬치(洋肉串), 샤브샤브(火鍋) 간판들 사이로 거우러우(狗肉·개고기)라는 글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 성업 중인 개고기 음식점 간판들 | 연합뉴스, 에포크타임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는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에 포함돼 있지 않아 사육·도축·유통과정에서 아무런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

공식통계에서 국내로 반입되는 개고기는 ‘0’(제로)다. 현행법에 식용 고기로 돼 있지 않아 통계 자체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산 개고기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소문은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중국의 개고기 시장 확대를 분석한 기사에서, 시장 확대의 주원인은 조폭들의 개입이며 개고기 사업이 수익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개고기 사업이 돈이 되면서 중국 시골마을에서는 개 도둑과 개 사냥이 기승을 부린다. 개 사냥꾼은 독화살을 이용한다.

아래 영상은 이달 25일 중국의 한 CCTV에 포착된 개 사냥 장면이다.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마을 어귀에 있던 개를 발견하고 남성이 뭔가를 발사하자 개가 즉사한다. 남성은 쓰러진 개를 싣고 그대로 달아난다.

이렇게 훔친 개를 판매하면 크기에 따라 마리당 1만~2만원 정도의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개고기 시장을 연구한 산둥대 철학과의 동물윤리학자 궈펑(郭鵬) 교수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조선족만 개고기를 정기적으로 먹는다.

궈 교수는 “한족은 개고기를 약용 식품으로 여겨 1년 중 한 차례 여름철 복날에만 먹는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 한 NGO 단체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중국인 응답자 70%가 평생 개고기를 먹지 않았으며, 먹어본 이들 역시 대다수 회식 자리에서 우연히 먹어본 게 전부라고 전했다.

국내 한 매체 역시 지난 2004년 기사에서 중국의 개고기 요리를 동북부 지역의 조선족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기사).

궈 교수는 한족들이 찾지 않는데도 개고기 시장이 커지는 것은 “조폭이 개고기 공급량을 대폭 늘린 탓”이라며 주 소비계층은 조선족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개고기는 한국의 전통음식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고려시대에는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을 찾기 힘들다.

‘고려사 열전’에 한 사람이 개를 구워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뿐 삼복 때 개고기를 먹었다는 내용은 없다.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은 조선시대, 특히 조선후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대표적 기록이 정조 때 학자 홍석모가 조선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다.

그런데 동국세시기에서는 복날에 개장국(개고기) 먹게 된 풍습이 사마천의 사기에서 유래됐다고 전한다. 즉 중국에서 유래된 풍습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때 삼복에 사람들이 주로 먹은 건 닭고기로 만든 계삼탕(삼계탕)이었다. 개고기는 여유 없는 집안에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혹은 기력이 쇠한 사람들이 약용으로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시안 소장은 “문헌 등을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개고기를 우리 음식으로 전하기 시작한 언론기사나 논평은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중반~후반까지는 복날 삼계탕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이런 보도가 조선족 국내 유입과 맞물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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