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보기관 “의회에 中 공산당 女간첩 침투” 경고

김윤호
2022년 01월 17일 오전 11:01 업데이트: 2022년 01월 18일 오전 9:16

英 정보기관 MI5, 의회에 이례적 경고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가 배후”
영국-중국 관계증진 공로로 상도 받아

영국 정보기관 MI5가 의회에 중국 스파이가 침투했다고 경고하면서 영국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MI5는 의회에 “중국 공산당(중공)이 영국 의원들에게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한 여성을 고용했다”고 경고하며, 15년 넘게 영국 정계에서 활동하며 영국-중국 관계 증진에 힘써온 중국계 변호사로 크리스틴 리를 지목했다.

MI5는 그녀가 중공 통일전선공작부를 대신해 영국 정계에서 스파이 노릇을 해왔으며, 중진 의원이나 전도유망한 의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영국 정치에 간섭하려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중공의 인권탄압에 침묵하도록 하고, 영국에서 중공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억압하려는 시도가 포함됐다.

영국 의회 안보팀은 MI5가 보낸 경고문을 모든 의원들에게 전달했으며 “크리스틴 리(중국명 李貞駒·리쩐쥐)가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와 연계해 비밀리에 정치적 간섭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크리스틴 리는 중국과 홍콩에 있는 외국인들의 자금을 받아, 영국 정치인들에게 거액을 기부해왔다. 노동당과 보수당을 가리지 않고 관계를 맺었다. 노동당 배리 가디너 의원을 통해 다른 노동당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재임 기간에는 캐머런 총리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했다. 2019년에는 테리사 메이 당시 총리로부터 영국-중국 관계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포인트 오브 라이트’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후 스파이 의혹이 보도되자 수상이 철회됐다.

노동당은 크리스틴 리와의 관계를 시인했다. 그녀의 로펌을 통해 기부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디너 의원도 “최근 몇 년간 크리스틴 리와의 관계를 MI5에 알려왔다”며 “기부 내역도 충실히 보고했고 출처도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또한 자신의 일정관리자로 고용한 그녀의 아들이 이날 사임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리는 영국의 중국계 이민자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다. 영국 최대 화교 법률사무소 이사장,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 수석 법률 고문, 중국 교포 연합 특별 초빙 해외 법률 고문, 영국의회 초당파 중국팀 의장, 중국계 영국인 참정 프로젝트 대표 등의 타이틀을 걸고 있다.

MI5는 크리스틴 리가 “영국 내 중국계 인민자들과 다양성 확대”를 내세워 공개적인 활동을 펼쳐왔으나 모두 통일전선공작부와 관련된 것”이라며 “현재는 해체된 영국의회 초당파 중국팀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정보기관이 공개적으로 이런 경고를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영국 당국은 현재까진 크리스틴 리에 대한 추방이나 기소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틴 리는 이번 경고와 보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사실무근”이라며 “중국 위협론을 무책임하게 부추기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한편 영국 BBC는 이번 경고와 관련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침투에 대해) 지금이라도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