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의원 “中, 전 세계 산모·태아 DNA 데이터 수집…안보 중대 위협”

앤드루 쏜브룩
2023년 12월 4일 오후 7:11 업데이트: 2023년 12월 4일 오후 11:14

중국이 DNA 편집 기술을 인공지능(AI) 기술과 접목함에 따라 서방 국가들의 안보에 빨간불이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 보수당 대표를 지낸 이언 던컨 스미스 하원의원은 지난달 28일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행사에서 “중국공산당이 유전체학 및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머지않아 국제사회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특히 중국은 유전체학의 핵심인 DNA 편집 기술을 AI 기술과 접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우리의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여겨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실제로 중국이 유전체학과 AI 분야를 장악하게 되면, 글로벌 의료산업을 비롯한 세계 주요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미스 의원은 “중국공산당이 특정 의료 제품을 통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DNA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하는 일 가운데 ‘우연’에 의한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치밀한 계산에 따른 움직임”이라며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협은 1930년대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역설했다.

DNA 데이터 수집

스미스 의원은 “현재 중국공산당의 DNA 데이터 수집과 관련된 조사가 5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거대 생명공학 기업인 BGI그룹은 중국 정권의 주도하에 ‘산전(産前) 검사기’를 제작하고 판매했다. ‘니프티(NIFTY)’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검사기는 출산 전 다운증후군 등 태아의 유전질환 유무를 확인하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검사기를 이용한 산모와 태아의 DNA 데이터가 중국 본토에 있는 서버에 저장되며, 중국공산당이 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영국 보수당 소속의 이언 던컨 스미스 하원의원 | Niklas Halle’n/AFP/Getty Images

스미스 의원은 “이를 통해 중국은 전 세계 산모와 태아의 DNA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이 이 정보를 어떻게 악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BGI는 중국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 및 기타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강제 DNA 채취’를 감행하는 등 다른 인권침해 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당국은 BGI의 일부 계열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새로운 축(軸)

스미스 의원은 “중국은 이란, 북한, 러시아와 함께 전체주의와 권위주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축을 형성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이번 DNA 데이터 수집 사건을 이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유 세계를 겨냥한 이 국가들의 위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국제 지도자들은 이 위협이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중국의 대만 위협 등은 모두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건들”이라며 “전 세계 자유 국가들의 확고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때의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며 “공산주의 및 권위주의 세력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