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DC “미접종자 사망확률 20배” 발언 전후 맥락 봤더니…

하석원
2022년 1월 3일
업데이트: 2022년 1월 3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책임자가 돌파 감염 비율을 질문 받자 부스터샷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감염·사망확률을 비교하며 동문서답했다.

로셸 월런스키 CDC 국장은 29일(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에서 ‘현재 감염 사례 중 돌파감염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갑자기 부스터샷 이야기를 꺼냈다.

돌파감염 비율을 묻는 AP통신 기자의 물음에 월런스키 국장은 “그 질문에 감사한다”면서도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놨다.

그녀는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부스터샷을 접종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백신을 맞지 않았을 경우 감염될 가능성은 10배, 사망할 가능성은 20배”라고 말했다.

이어 “미접종자는 백신 접종자에 비해 입원할 가능성이 17배 높다”며 이번에는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비교했다.

덧붙여 “백신이 정말로 잘 작용하면서 심각한 질병과 입원, 사망을 예방하고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해 돌파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백신은 이를 예방하는 데 잘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돌파감염 비율에 대한 질문에 백신의 효과만 강조한 채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고 어물쩍 답변을 회피한 셈이다.

미국의 백신 완전접종률은 최근 기준으로 62.4%, 부스터샷 접종률은 29.1%에 이른다. 12~17세 접종률 역시 51.8%다.

그러나 오미크론 감염 확산 후 감염자가 일주일 평균 하루 신규 확진자가 전날 기준 26만명을 넘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대중의 관심은 돌파감염이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에 집중됐다.

이날 AP통신 역시 이 같은 민의를 대신해 보건 책임자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월런스키 국장의 “미접종자 사망 가능성 20배”라는 발언의 근거도 다소 불분명하다. 그녀는 이날 어떤 데이터에 근거한 발언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CDC는 “현재까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백신 미접종자는 접종자에 비해 감염 확률이 10배 높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월런스키 국장이 말한 ‘감염 위험 10배, 사망 위험 20배’와 비슷한 수치가 등장하는 최근 연구 논문은 있다.

지난 9월 15일 세계적인 권위의 의학 학술지 ‘뉴 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보건부, 테크니온 공과대학 등의 공동 연구 논문이다.

백신 접종이 잘 진행된 이스라엘 연구진 논문은 미 보건 책임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백신 관련 지침의 근거이기도 하다.

이 연구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60세 이상 이스라엘 인구 110만명을 대상으로 2021년 7월 30일부터 8월 31일까지 부스터샷 접종 여부에 따른 감염과 중증 위험을 조사했다.

부스터샷 접종자는 2차 접종자보다 감염 위험은 11.3배, 중증 위험은 19.5배 낮았다. 다만, 미접종자와의 비교나 사망 위험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같은 뉴 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별도 논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2월 23일 게재된 이 연구에는 사망 위험이 18.6배 높다는 내용이 실렸다. 그러나 2차 접종자와 부스터샷 접종자를 비교했을 때의 수치다. 미접종자와의 비교는 아니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보건소가 시행한 이 연구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을 2차 접종 완료한 50세 이상 성인(평균 나이 68.5세) 84만320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 6일부터 9월 29일까지 54일간 조사한 결과, 부스터샷을 맞은 이들은 65명 숨진 반면 부스터샷을 맞지 않은 이는 137명 숨졌다.

이를 조사대상자 규모에 따라 10만명당 사망자로 환산하면, 부스터샷 접종자는 10만명당 0.16명, 2차 접종만 한 사람들은 10만명당 2.98명 사망이다. 사망 위험이 약 18.6배 높았다.

그러나 두 연구는 이스라엘에서 오미크론 첫 확진자가 발견된 11월 이전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어 오미크론 확산 이후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부스터샷이 같은 효과를 내는지 주장할 근거로 쓰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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